“AML, 전방위적으로 규제 강화되는 게 트렌드”

지난 5월 15일 금융감독원은 자금세탁방지(AML, Anti-Money Laundry) 시스템을 구축하고 책임자를 임명해 등록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자금융업계에 보냈다. 공문에는 AML 시스템 미구축시 경고, 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중소규모의 전자금융업체까지 이 공문을 받았다.

그동안 중소업체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유로 AML 도입에 소극적이었는데, 정부가 본격적으로 회초리를 들고 나선 것이다. AML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는 대상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우리나라 금융당국만의 분위기는 아니다. 세계적으로 AML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처음에는 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만 AML 구축을 요구 받았는데, 이제는 2금융권을 넘어 전자금융업체와 핀테크 스타트업까지 AML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송근섭 ACAMS 한국대표는 24일 “글로벌 AML 규제는 처음에 은행에서 출발해서 보험, 증권, 카드사 등으로 강화됐고, 이제는 가상자산거래소, 전자금융 사업자, 연금업체 등으로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귀금속상, 법무법인, 회계법인, 카지노 사업자 같은 비금융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면서 ”심지어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개인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AS코리아 금융 솔루션 세미나’에 참석해 “글로벌 전반적으로 AML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송 대표에 따르면, 규제 대상 기업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과 동시에 규제 지역도 확장되고 있다. 처음에는 북미에서 유럽으로 AML 감독이 확장됐고,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지역 국가들도 AML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중앙은행(RBI)은 이달에만 AML 규정 미비 등의 이유로 9건의 벌금을 부과했다. 인도 현지 법인이나 지점이 있는 금융사는 AML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인도에 구축해야 하고, 백업 센터도 인도에 지어야 한다. 인도에 지점이 있는 국내 금융기관도 인도 정부로부터 이와 같은 내용의 통보를 받은 곳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각국의 규제기관은 이와 같은 규제를 국가적 이익을 얻기 위한 무기로 사용한다고 송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인도 같은 경우 국가 전략으로 규제를 활용한다”면서 “옛날에는 전쟁을 군인이 했는데, 이제는 규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ACAMS 송근섭 대표
ACAMS 송근섭 대표

일반 기업도 AML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국제적 제재를 위반할 경우 대규모 벌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지난 4월 세계 최대 규모의 담배회사 BAT는 미국 정부로부터 6억3500만달러(84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북한에 담배를 판매한 대금을 미국으로 송금했다는 이유였다. 대북 제재를 위반한 것이다.

의도치 않게 규제를 위반하는 경우도 있다. 애플은 미국 OFAC의 제재 대상이었던 슬로베니아 회사 SIS와 거래한 혐의로 약 47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SIS가 앱스토어에 앱을 올렸는데, 애플이 이를 승인한 것이다. 애플이 SIS의 앱을 승인한 것은 실수였다. SIS의 공식 명칭은 SIS DOO인데, 애플이 보유한 제재 대상 리스트에는 SIS D.O.O라고 되어 있었다. 기계적으로 필터링하다보니 점 두 개 때문에 필터링이 안 됐던 것이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단순히 회사이름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실소유자까지 확인했으면 애플이 벌금을 부과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 대표는 “글로벌 상용 (제재) 리스트를 가져와서 필터링을 한다고 해도 필터링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런 일이 발생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AML 규제 강화의 또 다른 트렌드는 관련 임원 등 개인에게도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뉴욕 금융감독청은 2018년 고위험 자금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 의무를 강화하고 이사회 및 고위 경영진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6AMLD(6번째 AML 규제)에서 자금세탁 범죄의 범위를 확대해 재정적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자금세탁의 지원, 시도 및 선동을 형사범죄화 했다. 자금세탁을 돕는 행위만으로도 최소 4년의 징역형을 구형할 수 있다.

특히 개인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대표나 고위 경영진의 경우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자금세탁을 초래한 경우 형사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다. 자금세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조치를 취했음을 입증하는 책임은 회사에 있다.

송 대표는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AML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도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베스트프랙티스(참조사례)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펼치는 기업의 경우 현지 점포나 현지 법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글로벌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글로벌 솔루션이 주는 베스트프렉티스를 잘 녹여서 우리가 어떻게 거기서 혜택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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