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캠이다 VS 금융 혁명이다’… 월드코인을 향한 두 가지 시선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개발사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먼이 투자한 ‘월드코인(WILD)’이 출시와 동시에 바이낸스, 빗썸 등의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차갑다. 수익모델이 명확하지 않고, 이용자들의 홍채·지문 등의 생체 정보만을 가로챌 거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블록체인 개발자는 “월드코인에 홍채 정보의 해시값을 넘기는 건 위험도로 따지면 인감이나 공인인증서를 사기꾼에게 헐값으로 파는 것과 유사하다”며 “살아있는 한 유일무이한 불변의 정보이므로 주의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 등의 규제당국은 월드코인의 개인정보 수집 논란을 살펴본다는 방침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 월드코인이 사용자 경제 구축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집중된 금융 권력에서 벗어난 평등의 목적을 가진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드문 가운데, 월드코인이 이를 선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월드코인이란?

월드코인은 샘 알트먼 CEO와 알렉스 블라니아가 2019년에 설립한 가상자산 스타트업이다. AI 시대로의 격변으로 인한 인간의 일자리 감소를 대응해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 인간소득(UBI)’을 제공하겠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오브(Orb)’라는 기구를 통해 홍채를 인식해 인간임이 증명되면 신분증명도구인 월드ID가 발급되고, 25개의 코인을 받는 구조다. 오브는 세계 각지에 1500개가 설치돼 있다. 현재까지 총 200만명 이상이 홍채 데이터를 등록하고 월드코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월드코인의 기업 가치는 30억달러(한화 약 4조원)에 달한다.

지난 25일부터 30일까지 국내에서 홍채 인증을 통해 월드코인을 에어드랍하는 월드코인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출처: 월드코인 트위터)

백서에 따르면 월드코인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정체성과 금융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설립됐다. 가상자산이 금융 시스템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10억명의 사용자를 유치하는 등의 성공을 한다면 월드코인은 사회, 경제적 지위와 상관 없이 경제적 기회를 크게 늘리고, AI가 자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보편적 인간소득(월드코인)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월드코인 관계자는 “월드 ID는 세계적인 인격 증명 표준이 될 수 있고, 금융과 정체성의 교차점이 될 것”이라며 “월드 ID는 글로벌 민주주의 프로세스와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2차 투표)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적절하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의견이다. ▲스마트폰과 코인만 있다면 경제적 기회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으며 ▲분산된 개인 증명 프로토콜인 월드코인이 개발대상국 내 보조금을 절약하는 등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큰으로서 월드코인은 스타트업이 사용자가 없는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 겪는 어려움인 ‘콜드 스타트 문제(Cold start problem)’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며, 공급량은 총 100억개로 15년에 걸쳐 물량이 풀릴 전망이다. 커뮤니티에 책정된 물량은 전체의 75%며 나머지 물량 25%는 투자자(13.5%)와 초기 개발팀(9.8%)에게 전달된다.

월드코인은 스캠 VS 기존 금융 시스템 한계 극복

하지만 시장에서 월드코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좋지 않다. 월드코인은 많은 ‘스캠’ 코인 중 하나고, ‘오브’나 오픈AI의 알고리즘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단일 뿐이라는 비판이 대다수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홍채 정보를 주고 얻는 월드코인도 25개밖에 안 되는 것도 찝찝하고, 홍채정보를 가격으로 따질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가상자산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며 제2의 사토시 나카모토처럼 나타났는데, 지금까지는 스캠의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립자 또한 자신의 블로그에서 “월드 코인 재단은 많은 가짜 인간 신원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사용자의 휴대폰이 해킹당할 수도 있고, 홍채 스캔 정보를 강제로 제공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오브’ 디바이스의 범용성이 낮아 모든 계층의 사람이 월드코인에 접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월드코인이 탈중앙화, 범국가성이라는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방향과 결을 같이 한다는 의견도 있다. 블록체인 대중화를 이끌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파급력 있는 프로젝트라는 주장이다. 또다른 블록체인 개발자는 “출시와 동시에 글로벌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상장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기존 금융시스템과 블록체인의 결합되는 사례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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