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의 거래소 ′정조준′… 희비 엇갈린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

지난 6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증권이라는 판단을 받은 가운데, 현재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최근 코인베이스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 ‘서클’을 인수하고, 미국 거래소 최초 가상자산 선물 거래 지원, 본격적인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섰다. 반면 바이낸스는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국세청 등으로부터 규정 위반 혐의를 받는 등 더욱 탄압을 받는 모습이며, 글로벌 사업에 발 뺀지 오래다.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각) 미 법무부는 바이낸스에게 러시아 관련 금융 제재 위반 혐의를 제시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미 법무부는 바이낸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은행 계좌의 루블화 예금이 바이낸스를 통해 대거 가상자산으로 전환이 됐고, 이 방식이 국제 금융 제재를 회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는 시장 점유율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카이코에 따르면 SEC의 제소에도 불구하고 코인베이스의 미국 현지 시장 점유율은 지난 7월 기준 6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다. 그에 반면 바이낸스의 미국 법인 바이낸스US의 점유율은 지난 4월 최고 20%에서 1% 미만으로 급락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비인크립토는 “바이낸스US를 제외하고 크라켄과 비트스탬프 등의 기타 가상자산 거래소도 시장 점유율이 상승했다”며 “바이낸스US는 SEC의 소송으로 거래 은행들이 달러 결제를 중단하면서 심각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미 현지를 제외하면 바이낸스의 시장 점유율은 아직까진 절대적인 상태다. 지난 7월 기준 바이낸스의 글로벌 현물 시장 점유율은 50%인 반면, 코인베이스는 5.5%에 불과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바이낸스가 규제 리스크로 인해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유율 반전 가능성을 점친다.

한 블록체인 개발자는 “바이낸스는 아직까지도 후순위 거래소인 OKX, 코인베이스보다 배 이상의 거래량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있는 거래소에 돈을 예치하고 싶지는 않을 거고, 이것이 점유율 급락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앞서 지난 6월 SEC는 미국 증권법 위반 혐의로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 자오 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책임자(CEO)를 기소한 바 있다. 이 두 거래소가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등의 기만 행위를 했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개 의무를 회피했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낸스와 자오 창펑 CEO에겐 13건의 혐의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 코인베이스는 바이낸스를 미국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기소한 것이라고 말한다. 코인베이스도 바이낸스와 함께 규제 대상으로 지목됐지만, 미 당국의 진짜 목표는 코인베이스가 아니라 바이낸스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두 거래소 모두 증권법 위반 혐의로 받고 있지만, 바이낸스에게만 고객 자산 유용 혐의와 사기 혐의가 덧붙여졌다.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제기된 불만사항은 증권 여부에 대한 내용이 집중돼 있지만, 바이낸스는 이외에도 사기, 시장 조작, 투자자 자금 혼합, 고객자산유용 혐의 등의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한, 자오 창펑 바이낸스 CEO와 달리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에게는 혐의를 묻지 않았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 블록체인 시장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바이낸스의 여러 불투명한 구조 뿐만 아니라, 중국계 회사라는 정치적 이유도 탄압의 이유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 당국의 본격적인 바이낸스 탄압에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의 국가에서도 바이낸스의 사업 철수를 명령하고, 파생상품 취급 라이선스를 취소시키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또한 바이낸스 측의 인사로 대표 이사를 변경한다는 고팍스의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 신고서를 무기한으로 연기하는 등 사업 진출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한 국내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에서 바이낸스를 탄압하고 있는 상황 속, 우리나라가 고팍스의 신고서를 승인하면 바이낸스를 지지한다는 의미를 미국에게 내비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6일 코인베이스가 미국 내 거래소 최초로 가상자산 현물과 선물 거래를 함께 제공하게 되면서 시장 분위기는 코인베이스의 점유율 상승을 예상하는 모습이다. 데빈 라이언 미국 투자은행 JMP 증권 애널리스트는 “파생상품 시장이 거래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을 더한다”며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지속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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