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웹3 게임’ 운영도 규제도 과거형…법원 판단 아쉬워, 지원책 필요”

오랜만에 블록체인 웹3 게임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 교류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어제(7월 31일) 서강대학교 김대건관에서 열린 ‘웹3.0과 국가 산업 디지털 경쟁력 혁신 정책 세미나’ 였는데요. 참석인사들은 디지털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네요. 일본 정부의 블록체인 웹3 활성화 지원 의지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점과 현재 근로 문화에서 애플 등 선진 기업들을 밤새면서 쫓아가기가 쉽지 않아 예전처럼 제조업 분야에서 혁신하기가 쉽지 않다는 뼈아픈 현실 진단도 있었네요. 내년에 융합현실기기인 ‘애플 비전 프로’가 나올 때 충격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일본 심상치 않다, 한국은? 웹3서 혁신해야…게임이 첫발”>

이날 참석자들은 블록체인 대중화를 이끌 분야로 게임을 첫손에 꼽았습니다. 게임 이용자들이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는 등 얼리아답터 성격이 있다는 것인데요. 블록체인 게임 활성화가 더딘 이유로는 미완의 탈중앙화와 수익화에 몰리는 체리 피커들 그리고 정부 규제가 꼽혔습니다. 주요 멘트를 정리합니다.

“블록체인은 처음에 만들어질 때 공정하고 투명하고 자유롭게 탈중앙회된 그런 철학적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중앙화된 데이터 서버를 만드는 게임 회사 입장에선 어려운 지점이다. 서로 다른 온체인 기술에 접근하기가 어렵고, 다른 온체인으로 가지 못하는 현상, 콘텐츠 자산의 주권이 유저한테 있어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자산이 (특정) 세계관에 속해 있다. 야구 게임에서 배트를 NFT(대체불가토큰)화 했다고 해서, 그걸로 RPG(역할수행게임) 몬스터를 잡는데 쓸 수는 없다. 싸울아비 장검을 다른 게임에서 쓸 수가 없다. 다 세계관이 달라 자산 활용이 어렵다. 아직 제도적으로 미확립된 부분도 있고, 유저들도 웹3에 친숙하지 않은 점도 있다. 웹3의 환경은 굉장히 다른데, 게임 회사들이 기존에 있던 걸 그대로 옮긴다고 하면 시장을 축소하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퍼플레이 김찬준 대표)

김찬준 퍼플레이 대표가 7월 31일 서강대학교 김대건관에서 열린 ‘웹3.0과 국가 산업 디지털 경쟁력 혁신 정책 세미나’에서 각자 생태계를 위한 글로벌 온체인들을 나타낸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블록체인 탈중앙화 철학과 상충하는 지점이다. (사진=이대호) 

김찬준 대표는 회사가 창작한 세계(서버)에서 게이머들이 놀게 돼 있는 닫힌 환경이나, 웹3는 이 세계가 열린 환경이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충돌이 일어나는 지점인데요.

“유저가 통제의 영역을 벗어나게 되는데, 이제까지 헤게모니(주도권)를 쥐고서 서비스를 해왔던 회사 입장에선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다. 이더리움 폴리곤은 가장 유명하지만 무겁고 쓰기가 어렵고, 미국에서 많이 쓰는 온체인이다. 바이낸스체인이 활성화가 가장 높고 잘나가고 호령하고 있지만, 북미에선 아무도 쓰지 않는다. 중국 코인이기 때문이다. 무슨 애기냐 하면 서로 자기의 생태계를 위해 엄청나게 경쟁하고 헤게모니를 찾기 위해 싸우고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어디로 들어가서 개발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기술도 다 다르다. 그것에 맞춰서 사람도 뽑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한국의 위믹스, 마블엑스, 엑스플라도 다양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P2E(돈버는게임)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한다지만 아직 너무 작고, 그러다 보니 투자는 안되고 게임 제작 난도는 높다. 그렇다 보니 좋은 게임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김찬준 대표)

김찬준 퍼플레이 대표가 7월 31일 서강대학교 김대건관에서 열린 ‘웹3.0과 국가 산업 디지털 경쟁력 혁신 정책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 대표는 회사가 돈을 벌려고 게임을 만들고, 게이머도 돈을 벌려고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기본적 전제가 잘못됐다는 의견을 내놨네요. 게임 이용자와 웹3 이용자는 다르다는 지적입니다.

“에버랜드엔 즐기려고 가는 것이지, 돈 벌려고 가지는 않는다. 그런데 웹3 이용자는 에버랜드에 돈 벌려고 간다. 돈 벌려는 ‘체리 피커(특정 요소만을 골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소비하려는 사람)’ 밖에 없다. (얻게 된 모든 재화를 수익화에 몰두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없다. 그렇다 보니 게임 수명이 굉장히 짧다. 6개월 밖에 안 되는 것이다. 많지도 않은 유저들이 론칭 때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버리는 현상이 반복된다. 투자도 적지만, 근본적 문제는 회사들이 웹2 방식으로 게임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웹3는 열린 세계에서 누구나 기회가 있는 그런 시장인데, 틀 안에서만 할 수 있게 만든 것이 발목을 잡았다고 본다. 기존 중앙화된 웹2 방식으로 사업하면서, 서버 안에 가두리해놓고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깨야 할 것이다.”(김찬준 대표)

김 대표는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게임 산업과 이용자에게 기대를 걸었습니다. 웹3 대중화를 위해선 게임만큼 좋은 분야가 없다고 봤고요.

“블록체인에서 원하는 게 대중화인데, 게임만큼 유저가 큰 시장이 없다. 웹3가 어렵다고 해도 가장 빨리 (변화를) 캐치해서 따라오는 사람들이 게임 유저라고 생각한다. 게임이 블록체인을 주도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있다. 제도적 사회적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게임 쪽에서 뭔가 시도를 많이 하고 거기에 게임사들이 반응하면서 블록체인을 일으킬 수 있지 않겠느냐 본다. 단순히 그래픽이 예쁘고 타격감이 좋고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유기적으로 짜인 경제 밸런싱을 구축하고 웹3 사용자라고 하는 외부의 투자자 등을 버무려 상호작용 수요공급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을 때 재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웹3를 기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열린 세상에서 투명하게 공정하게 밸런싱된 재미요소를 볼 수 있는 웹3 구조를 만들어야 잘 될 것이라 본다.”(김찬준 대표)

토론에 나선 강태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의 PE2 게임 등급거부를 법원에서 동일하게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게임법 상 P2E 게임 등급거부의 근거는 경품의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게임법 28조 3호와 환전 행위를 금지한 32조 1항 7호입니다. 그는 법원 판단으로 건설적인 논의가 원천 차단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고, 차분한 정책 검토를 독촉했네요.

“게임은 인터넷 발전을 선도해 오던 산업의 영역이었다. 웹3 역시 게임에서 먼저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 IT가 발전한 우리나라가 P2E게임에 대해서만 유독 강한 금지의 태도를 보이는 있는 것은 베네핏(돈)을 번다는 개념이 과거 2006년 발생했던 바다이야기 사태에서 문제된 사행성 이슈와 깊이 관련이 있다는 점에 대해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게임 자체를 수행한 결과로 획득한 아이템을 외부에서 캐시아웃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획득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논의되는 ‘경품’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일부 영역에서 외부에서의 아이템의 거래가 허용되고 있는 점(아이템거래소)에 비춰 동등한 수준의 아이템에 대해 환전을 허용하는 것이 현행법에서 전적으로 배제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게임위가 그러한 결론을 내린 문제와는 별론으로 법원이 현행법에 대해 그러한 해석을 한 것이 타당했는지 의문이 있다. 현재 상황을 보면, P2E게임이 생각했던 것만큼 많은 인기를 얻거나 P2E게임을 하기 위해 생계를 그만두거나 하는 징표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자정능력이 작동한 것이고, 게임이 게임 자체로 재미있지 않은 이상 그 시간에 P2E 게임을 반드시 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P2E 게임을 성공시키 위해서는 여러 스테이크홀더(이해관계자)의 역할에 대한 고려와 적절한 R&R(역할과 책임)의 설정이 매우 중요하고 기존의 게임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단순히 P2E 게임을 해서 암호화폐의 쓰임이 늘어난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발행이 예정돼 있는 코인의 가치가 높아지고 이를 마치 재고처럼 자동적으로 가치가 증식되는 구조는 코인 발행자에게 과도한 부당이득을 안겨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이 점은 충분히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한국 게임사들의 P2E 게임 영역에서의 부진은 P2E 게임에 대한 역할 설정을 잘못한 것이고 이는 충분한 테스트 베드와 경쟁을 거치지 아니한 채 시장에 출시한 것이 이유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주요한 플레이어로서 활용할 수 없는 이유에는 P2E 게임의 국내 서비스가 불가능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 역시 반론하기 어려울 것이다.” (강태욱 변호사)

이승훈 안양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게임이용자보호센터장)는 블록체인 웹3 게임 관련해 명확한 가이드라인 정립을 독촉하고, 절차적 방안과 함께 사회적 합의에 대한 고민 그리고 P2E 게임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일부 게임이라도 시범 운영하면서 보완과 개선을 도모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네요.

“기조강연 내용과 같이 중국과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웹3에 대한 연구와 검토, 산업 적용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웹3 기술을 적용한 게임의 경우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서비스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웹3 게임 관련 법원의 판단 기준(경품제공=사행성 조장 행위)에 비춰볼 때, 현행 게임산업법의 개정 없이는 국내에서의 게임 서비스 제공은 불가능하다. 중소 게임사에서는 해외 규제 준수 및 현지 법인 설립 등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돼 해외 진출도 사실상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웹 3 게임의 개발 및 서비스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져 게임성 보다는 경쟁우위를 가진 큰 규모 개발사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관련 산업 활성화 및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경품 제공과 사행성 조장 행위와 관련해 ▲경품에 대한 정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 ▲사행성 조장에 대한 우려 해결 ▲우연성에 대한 명확한 논의 등 적극적 논의를 통해 가이드라인 정립이 필요하다.”

“대부분 웹3 게임이 수집형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콘텐츠 소비 유도 및 특정 시장 편중 현상이나 수익성 문제 등의 해결 방안 필요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용자에게 게임 이용을 위한 노력 시간 등에 대한 정당한 보상 제공, 관련 블록체인 등 기술 개발의 동력이 되는 점,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성 있는 게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 등 기존의 비즈니스모델 대비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 법률이나 시행령 개정 등 절차적 방안도 필요하지만, 핵심은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동시에 P2E 게임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이용자 보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되 시범 사업 형식으로 일부 게임이라도 운영해 보완과 개선의 방향을 모색하도록 정책적인 지원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이승훈 교수)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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