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광고가 끌고 게임이 민 NHN…커머스는 언제 터지나(종합)
NHN이 300% 이상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도드라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의 뿌리인 게임 부문의 실적이 탄탄한 데다가 특히 지난 1년간 결제·광고의 매출이 계속 증가하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공공에서 두각을 나타낸 클라우드를 앞세운 기술 부문도 NHN의 중요한 기반이 된 모습이다.
반면 커머스는 아픈 손가락이다. 전 사업 부문 가운데 매출 하락폭이 가장 컸다. 세계 경기 침체를 원인으로 본 회사는 유럽에 거점을 확보하는 한편 중국 시장을 통해 활로를 찾을 방침이지만 미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10일 NHN의 올해 2분기 실적 공시에 따르면 연결기준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전 분기 대비 0.6% 증가한 551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2.1% 늘어난 209억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 52억원에 비해 4배가 넘는 규모가 됐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9.3% 증가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154억원이다.
결제·광고가 이끈 성장…게임도 효자
매출 규모로 보면 결제 및 광고 부문의 덩치가 가장 크다. 전년 동기 대비 19.1%, 전 분기 대비 3.4% 증가한 2579억5200만원을 기록했다.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과거의 마케팅은 양적인 성장에 집중한 측면이 있었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질적인 성장에 맞춘 비용 집행을 추진했다”며 “결과적으로는 저희 전략이 먹히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회사는 NHN페이코의 포인트 결제와 기업대기업(B2B) 서비스의 지속 성장, NHN KCP의 국내 대형 가맹점 결제 규모 증가에 힘입은 결과로 본다. 실제로 2분기의 페이코 전체 거래액수는 2조7000억원을 넘어서며 전년보다 17%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을 줄였음에도 포인트 결제 액수가전년보다 13% 늘었고, 특히 캠퍼스존과 기업 복지솔루션 거래 규모가 각각 50%, 63% 증가한 것이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모태인 게임 부문은 여전히 효자다. 올해 2분기 1072억35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는 8.3% 줄었지만 지난해 2분기보다는 7.8% 성장했다.
특히 웹보드 게임 부문의 성장세가 도드라졌다. 통상 2분기는 게임업계에서 비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전년 대비 21% 늘어난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모바일 웹보드 게임 매출은 ‘모바일 섯다’의 선전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상승했다.
섯다로 단맛을 본 NHN에는 하반기에도 기세를 이어간다. 플레잉카드에 섯다의 게임성을 결합한 신작 ‘LA 섯다’가 3분기 출격한다. 정우진 NHN 대표는 “LA 섯다는 젊은 층이 유입되고 안착하는 게 목표”라며 “웹보드 게임 부문의 지난해 대비 올해 매출 전망은 15~20% 높아질 걸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미드코어 장르 신작 ‘다키스트데이즈’를 연내 글로벌 유저에게 선보이고, ‘우파루 오딧세이’ ‘로그에그’ 등 주요 신작들도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어 게임 부문은 꾸준히 매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부문 매출은 936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35.6% 성장했지만 1분기보다는 6.5% 감소했다. 매출의 40% 정도가 공공에서 나오는 NHN클라우드의 매출은 1분기까지 이어진 공공 클라우드 전환 흐름이 둔화하며 전 분기 대비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김동훈 NHN클라우드 대표는 컨콜에서 “올해 대비 최소한 3~4배 증가한 예산 심의가 올라간 만큼 내년에는 높은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공공시스템 행정망의 클라우드 전환에는 NHN이 유일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행정망을 연계해 클라우드로 구현한 공공 표준 전자 문서 시스템 ‘온-나라 문서 2.0’ 사업을 수주했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공공에서 두각을 나타낼 거란 뜻이다.
이 밖에도 50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콘텐츠 부문도 전년 동기 대비 1.0%, 전 분기 대비 20.7% 상승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NHN코미코의 경우, 북미에서의 성과가 가시화되며 안정적인 트래픽을 보였고, NHN링크는 프로야구 인기에 따른 티켓판매 호조로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뼈아픈 커머스 부진…중국 시장 침체도 우려
커머스의 부진은 옥의 티였다. 전 분기 대비 2.5%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36.5% 감소한 519억원의 매출을 냈다. 매출 감소폭이 가장 크다. 경기 둔화와 불확실한 대외 여건 영향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지만 앞으로도 눈에 띄는 호재가 없는 것은 우려로 남는다.
이윤식 NHN커머스 대표도 컨콜을 통해 “하반기 시장이 작년보다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상반기 대비 아주 미미한 정도의 매출 상승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NHN커머스는 NHN에이컴메이트의 사명을 NHN커머스차이나로 변경하고 글로벌 이커머스 사업 확대를 위한 발걸음을 본격화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이탈리아 커머스 기업 ‘아이코닉(Ikonic)’의 지분 77.8%를 인수하며 유럽 지역 거점을 마련했다.
명품 브랜드 ‘콜토티(Coltorti)’를 전개하는 아이코닉을 통해 특히 명품 시장의 큰손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노린다는 계획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메인 타깃으로 잡은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4달 연속 전년 동기 대비 0%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7월에는 -0.3%로 마이너스 상승을 기록했다. 도매 가격을 뜻하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오르지 않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디플레이션이 계속되면 침체도 계속 이어지며 주머니를 열지 않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중국을 큰 손으로 보고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커머스 부문에서 빠른 반전을 기대하기는 힘들 수 있다.
단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로 활로를 찾는다는 게 회사의 계획이다. NHN 관계자는 “우리나라 브랜드의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 방향으로 계속해 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사업도 관건이다. NHN 클라우드 구성원 수는 473명으로 모회사인 NHN(841명) 다음으로 많다. 인건비 지출이 큰 가운데 공공 사업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매출 상승폭은 둔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등급제 시행도 걱정 거리가 될 수 있다. 상·중·하 등급으로 나누는 제도에서 하 등급은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의 국내 공공시장 진출길을 열어 NHN클라우드 입장에서는 더 큰 경쟁을 맞닥뜨리게 됐다.
KT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국내 빅3 CSP로 꼽히는 회사는 앞으로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구글클라우드플랫폼(GCP) 등 해외 빅3와도 공공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회사 내부에서는 아주 큰 파이를 뺏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어느 정도의 타격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10월 개소하는 ‘NHN 광주 국가 AI 데이터센터’는 기대를 모으는 요소다. 컴퓨팅 연산능력 88.5페타플롭스(PF), 저장 용량 107페타바이트(PB) 수준의 세계 10위권 규모의 센터를 통해 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의 AI 개발을 위한 초고사양 컴퓨팅 자원 수요를 흡수한다는 방침이다.
광주 AI 데이터센터 사용자가 늘어나면 여기에서 나오는 사용료는 관리사인 NHN이 가져가는 구조라 회사 내부적으로는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동훈 NHN클라우드 대표는 “올해 (AI 개발을 위한) GPU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데 국가 AI센터를 기반으로 한 협업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