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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기술 시대가 온다…미래 인재들 어떻게 뛰어 들어야 할까

‘양자 기술’. 감도 오지 않고 왠지 깊게 파고들수록 미궁에 빠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영문으로 보면 더 머리가 아픈데 ‘퀀텀(Quantum)’이라는 이름이 외계인이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그야말로 과학의 끝판왕 같은 압박감을 준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정부가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까지 발표하며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신기술로 삼았단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 어려운 분야에 도전하는 데 이런 전략까지 나오는 거지? 궁금해졌다.

마침 연구자들을 위한 양자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국내 양자 연구자들을 초청해 4주간 연수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선발된 사람들이야 이미 성과를 낸 인물들일테고, 앞으로 미래 인재들은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갖고 양자 기술 분야에 뛰어들어야 할까.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국IBM 사무실에서 허창훈 박사(사진)를 만났다. 허 박사는 현재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에서 수석 연구원으로 양자 컴퓨팅을 통한 소재 시뮬레이션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달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뉴욕주의 IBM 왓슨 연구소에서 약 한 달을 보낸 그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배워보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면서 “엄청난 가치가 나올 분야인 것을 확인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양자 기술은 무엇?

양자 기술은 양자 컴퓨팅을 비롯해 양자 통신, 양자 센서, 양자 소자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특히 양자 컴퓨팅은 엄청나게 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해 지금의 슈퍼컴퓨터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난제를 풀 수 있어 미래의 게임체인저로도 주목받는다.

이는 양자 컴퓨터의 빠른 연산 속도에 기반한다. 전통적인 컴퓨터가 ‘비트(Bit)’를 연산 단위로 쓰는 것과 달리,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Qubit)’를 쓴다. 이진법 기반의 비트가 단순히 0 또는 1 두 가지 상태 중 하나의 값만 가질 수 있는 데 반해 비트는 이 둘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 2비트라면 00, 01, 10, 11의 4가지 중 하나만 가능하지만 큐비트 방식을 통하면 이 4개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양자 역학의 중첩성(Superposition) 덕분으로, 쉽게 표현하면 큐비트는 동시에 데이터를 처리하는 형태라 훨씬 빠른 연산이 가능하다. 데이터 규모가 커질 수록 처리 속도는 더 차이가 난다. 전통 컴퓨터가 비트 하나 증가당 n제곱으로 성능이 증가하는 데 반해 큐빗은 하나가 더해질수록 2의 n제곱으로 커진다.

또한 양자 통신의 경우 기존의 비트 전송 대신 큐비트를 사용해 인터넷 끊김이나 개인정보 보호 등을 해결할 수 있어서 차세대 인터넷 기술로 주목 받는다. 이 밖에 양자 센서는 기존에 감지하지 못했던 미세한 신호를 감지하고 뇌 질환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는 등 양자 기술의 잠재력은 이미 인정받은 상황.

허창훈 박사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원자 수준의 세계를 잘 모사한 이론이 양자 역학이고, 이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만 발생하는 기이한 현상들을 응용한 것이 양자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보스팅컨설팅그룹은 향후 양자 컴퓨팅 관련 시장이 5000억달러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양자 기술은 미래 첨단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자료=IBM)

무궁무진한 잠재력…“문제 해결 능력은 어디서나 쓸 수 있어”

잠재력이 큰 기술인 만큼 이에 뛰어들고자 하는 인재들도 많을 터, 하지만 아직 미래 기술 성격이라 뚜렷한 진로 테크트리가 보이지 않는 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아직 기업이나 연구소 등 마음껏 기술 노하우를 펼치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을 운동장이 적은 탓이다. 흔히 과학 영재라고 하면 의대로 빠지는 경우를 많이 보지 않았는가. 어려운 분야에 파고들었는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그 또한 억울한 일이다.

단 전망만 보고 전공을 선택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는 게 허 박사의 전언이다. 기술의 유행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만 연구 과정에서 익힌 문제 해결 능력은 어디에 가서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허 박사는 “고급 인력들이 기업 연구소나 정부 연구소로 가서 양자 관련 업무를 해야 하지만 대부분은 지금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우수한 인재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일단 양자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박사급 전문 양자 인재를 양성하는 ‘양자 대학원’ 사업을 발표하고 고려대 컨소시엄과 카이스트 컨소시엄 등 운영자를 선정한 바 있다. 허 박사는 그러나 양자 대학원 자체가 완벽한 해답이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아직 초창기일뿐더러 대학원 설립 정도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그는 “양자 대학원은 4년 전 AI 대학원 설립 때와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면서 “무조건 인원을 늘리고 대학원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소수 정예의 고급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차츰 늘려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부터 정부는 AI 대학원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AI 대학원을 나온 학생들은 좋은 연구 환경이나 직업을 골라갈 수 있지만 아직 양자 대학원은 시행단계라 상황이 조금 다르다는 뜻이다. 이에 꼭 도드라지는 아웃풋을 노리는 것 보다는 양자 기술이라는 학문 자체에 집중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향후 진로에 도움이 될 거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허 박사는 “꼭 양자 분야에서 일자리를 갖지 않더라도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분야에도 지식이 적용될 수 있다”며 “양자 대학원을 통해 특정 지식이나 기술을 배운다는 생각보다는 복잡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소통하는 능력을 키우면 어디서도 살아남을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이제는 어쩔 수 없다. 이걸 안 하면 이제 우리는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I처럼 눈에 띄게 범용성이 넓은 기술은 아닐지언정 연구를 통해 여러 파생되는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고, 응용 분야도 점점 확대될 거라는 것이다.

2000년대 후반 애플이 아이폰으로 휴대폰의 패러다임을 뒤집은 것처럼, 양자 기술의 잠재력을 무시하는 건 변화를 거부하고 끝까지 피처폰으로 가겠다고 우기는 것과 같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허 박사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양자 (기술) 시대가 오게 될 것”이라며 “기초 연구 개발과 응용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기정통부와 교육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진행한 IBM은 2016년 세계 최초로 양자 컴퓨터를 클라우드 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데 이어, 현재 전 세계 20대 이상의 양자 컴퓨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에는 433큐비트에 달하는 오스프리(Osprey) 프로세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IBM의 오스프리 프로세서 (사진=IBM)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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