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모든 암 조기 검진하는 전신 MRI 개발 추진”

루닛은 인공지능(AI)을 통해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 폐암 진단에 주력해온 의료AI 회삽니다.

[관련기사: 루닛의 새 먹거리 ‘스코프’는 어떤 기술?
힙합 비트 찍던 이들이 AI로 암 정복 나선 이유]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해서 의사의 폐암 진단을 돕는 AI 기술로 빨리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코스닥 상장을 하기도 했죠. 최근 루닛의 주가 그래프는 매우 우상향입니다. 폐암, 유방암 진단을 보조하는 ‘루닛 인사이트’가 해외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2023년 8월 24일 기준, 최근 1년 간의 루닛 주가 흐름

그 루닛이,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24일, 서울 강남 루닛 본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공개한 것이죠.

회사 창립자인 백승욱 의장과 전문의 출신으로 루닛에 합류, 이제는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하고 있는 서범석 대표(=사진)가 간담회에서 세 가지 키워드를 꺼냈습니다. 회사의 미래를 암 정복을 위한 ▴플랫폼 ▴진단 ▴치료 기술을 개발해 결과적으로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암 치료 비용은 줄이겠다”는 회사 방향성을 강조했는데요.

그 기술의 가지로 발표한 내용들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병원들의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고도화된 AI 학습 모델을 만들고, 이를 의료 기관 시스템에 직접 설치해 관리하는 통합형 AI 플랫폼 ▴AI가 스스로 암을 진단하는 자율형 AI 진단 기술 개발 ▴전신 MRI 영상으로 온몸에 존재하는 모든 암을 검진하는 솔루션 ▴모든 종류의 항암제를 만들기 위한 바이오 마커 개발 등. 말대로만 된다면, 암이라는 질병이 인간에 주는 고통이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아래에 정리했습니다.

백승욱 루닛 의장
백승욱 루닛 의장

플랫폼

“인공지능 기반으로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AI 플랫폼 개발”

빅데이터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는, 암이 매우 매우 복잡한 질병이기 때문입니다. 인체 어느 부위든 생길 수 있고, 사람에 따라 듣는 치료약과 듣지 않는 치료약도 다릅니다. 진단도 어렵고, 치료는 비싸죠. 이런 까다로운 질병을 잘 파악해 각자에 알맞은 치료법을 적용하려면 일단은 연구를 위한 데이터가 많아져야 합니다.

자료제공=루닛

그러나 지금은 병원이나 연구시설마다 각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걸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모으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루닛 같은 회사가 병원을 하나씩 찾아다니면서 데이터를 모으는 일은 가능은 하겠지만 지난한 과정이죠. 그뿐입니까. 질병 데이터라는 것이 과거의 자료만 모아 놓고서 끝낼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개인정보 보호부터 여러 문제로 외부에 데이터 공유를 꺼리는 병원도 많습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현실적인 이유들로) 데이터는 각 병원 사이트에 놓고, 루닛은 데이터에 대한 연결 권한을 가지고 각 병원에 존재하는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학습하는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FL) 기반의 플랫폼을 구상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루닛은 암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해 데이터-인공지능 선순환 생태계(Data-AI Flywheel Ecosystem)를 활성화하고, 환자 데이터를 통합하는 AI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플랫폼을 챗GPT처럼 쓸 수도 있을 거라고 시연을 했는데요. 엑스레이 사진을 올리면 플랫폼에서 이를 분석, 어디에 문제가 있을지 보여주고 의심 가능한 질병과 실제 발병할 확률 등을 수치로 보여주고 이에 대한 해설을 해주는 등의 솔루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겁니다.

루닛 측은 “세계 검진센터, 지역거점 병원, 임상시험 기관, 암센터 등에서 암 관련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고도화된 AI 학습 모델을 통해 정밀 분석할 예정”이라면서 “이후 의료 데이터를 의료기관 시스템에 직접 설치해 관리하는 통합형 AI 플랫폼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암을 빨리 발견하고, 맞춤형 정밀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죠.

진단

루닛을 지금까지 키운 암 진단 보조 기술인 ‘루닛 인사이트(Lunit INSIGHT)’를 더욱 키우는 것이 이 회사에 매우 중요한 미션입니다. 크게는 두 가지 방법을 말했는데요, 지금까지 AI는 의사의 판단을 돕는 ‘보조’의 역할에 머물렀죠. 앞으로는 AI가 스스로도 진단할 수 있는 자율형 AI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한 축이고요. 또 다른 하나는, 전신 MRI(Whole-body MRI)로 몸 속의 모든 암을 한 번에 찾아내겠다는 큰 목표입니다.

물론 둘 다, 이제 시작인 부분입니다. 우선 자율형 AI부터 볼까요. 향후 AI의 판독 정확도가 100%에 가까워 자율형 AI가 독립적으로 영상을 판독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보고, 관련 제품 개발에 힘을 쏟겠다는 겁니다. 정확도만 높다면야, 진단과 관련한 모든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그러나 AI가 스스로 진단하는 것에 대해 의사와 환자의 거부감음 없을까요? 이와 관련해서 서범석 대표는 “거의완벽에 가까운 성능을 가진 AI를 개발해야 하는데 거기까지는 루닛이 스텝 바이 스텝으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AI만으로 진단하는 것에 대한) 법적인 이슈는 AI 회사가 보상 책임보험을 적용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했습니다.

‘전신 MRI’는 하나의 의료영상으로 온몸에 존재하는 모든 암을 검진 가능한 모델입니다. 전신 MRI는 기존 영상진단 방식에 비해 높은 검출률과 낮은 위양성률을 보이고 있고, 방사선 노출 위험도 없어 암 검진을 위한 넥스트 솔루션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하는데요.

서범석 대표는 “발병률이 높은 5대암을 기준으로 조성된 검진 환경 외 전체 암종의 절반은 검진 조차 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MRI와 AI의 결합을 통해 현재 검진 시스템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암종을 검진 체계로 편입해 모든 암을 조기에 발견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MRI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싸다는 점, 굳이 아프지도 않은 부위까지 MRI로 진료를 해야 하는 것이 과잉 진료를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 등은 루닛이 풀어가야 할 여러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진단 솔루션의 경쟁력과 관련해서는 자신감도 넘칩니다. 간담회 말미, 질의응답 시간에 서 대표에게 “경쟁사 대비 기술적, 사업적으로 더 나은 점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서 대표는 2020년을 기준으로 AI 진단 솔루션을 가진 회사들의 옥석이 가려져, 오히려 경쟁자는 줄어들고 있다고 봤습니다.

사업적으로도 파트너십을 강조합니다. 진단 솔루션이 의미가 있으려면 의료 현장에서 많이 쓰여야 하는데, 루닛의 제품이 세계적으로 많이 들어가 있는 부분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강조한 것이죠. 서 대표는 “루닛이 구축한 파트너들이 워낙 큰 규모의 채널이고, 루닛의 파트너는 루닛의 경쟁사들과는 협업하지 않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치료

“항체약물접합체, 신약후보물질 발굴 등 루닛 스코프 활용한 사업 확장 추진”

루닛이 암 치료를 위해 만들어낸 기술의 이름은 ‘루닛 스코프(Lunit SCOPE)’입니다. 기존에는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 대상의 바이오마커 개발에 집중해 왔다면, 향후에는 4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로 범위를 넓혀 나갈 방침을 밝혔는데요. 최적의 암 치료를 위한 다중체학 바이오마커(Multiomics Biomarker) 개발에도 나서겠다고도 말했습니다.

또한 유전체학, 미생물학 등 질병 연구를 위한 다양한 분석 및 접근법을 뜻하는 멀티오믹스(Multiomics, 다중체학) 방식을 적용해 최적의 암 치료를 위한 멀티오믹스 바이오마커를 개발할 예정이라는 것인데요. 특히, “분석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병리학과 의료영상을 통합 학습할 경우 더 높은 항암제 치료 예측 효과가 기대됨에 따라 차세대 멀티오믹스 바이오마커는 암 환자가 최적의 치료제를 선택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루닛 스코프를 기반으로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함으로써 신약개발 기업으로의 가능성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유망한 신약개발 후보 물질에 루닛 스코프를 적용해 긍정적 결과가 도출되면 이에 대한 기술이전(License-in)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는 것이죠. 이후 직접 개발해 상업화하거나 대형 제약사에 기술수출(License-out)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컨퍼런스 안내]

2025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 : 생존을 넘어 성장으로

일시 : 2025년 2월 18일 오후 12:30~17:30
장소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ST Center (과학기술컨벤션센터) 지하 1층 대회의실 1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