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스타트업? 이제 거의 없다고 봐야죠”
“지금 남아있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이요? 이제 거의 없다고 봐야죠.”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약 5년간 진행해온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2019년 이 시장에 있던 사람 10명 중 8명은 업계를 떠나있다”며 “대부분 블록체인 미래를 못 보고 떠나거나, 아님 프로젝트가 잘못돼서 문 닫는 경우 둘 중 하나”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은 마케팅이나 홍보는 줄이고, 시장이 좋아지기를 바라며 바짝 엎드려 개발만 조용히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코인 관련 업체 중에서는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 코인마켓 관계자에 따르면 임금 체불 사실이 알려진 비블록, 코인엔코인 뿐만 아니라 그외 소수의 거래소에서도 월급을 받지 못하는 등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
코인마켓 업체 중 하나인 코인엔코인은 최근 갑작스럽게 홈페이지를 닫기도 했다. 이 거래소는 “시스템 점검 및 재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코인마켓만 운영하는 중소 거래소는 하루 거래량이 100만원이 안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6일 오후 1시 55분 기준 한빗코는 하루 거래량 100만원을 기록했지만 같은날 업비트의 하루 거래량은 코인게코 기준 약 1조9000억원, 원화마켓 중 거래량이 가장 낮은 고팍스의 하루 거래량은 약 61억8600만원을 기록했다.
김덕중 플랫타익스체인지 대표는 지난 1월 민당정 간담회에서 “사업이 어렵다는 말을 꺼내는 건 굉장히 불편하지만, 점점 코인마켓 거래소들 상황은 힘들어지고 있다”며 “많은 코인마켓에서 사업을 접어야하는지, 버텨야하는지 절박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고충을 꺼내기도 했다.
웹3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것도 한 몫 했다. 지난해부터 테라-루나 사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하루인베스트의 뱅크런 등의 악재들이 더해지면서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에 대한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스타트업레시피는 지난 2월 발표한 2022 스타트업 레시피 투자 리포트에서 “전년 대비 투자 유치금의 24%가 감소했으며, 글로벌 투자사가 FTX 파산 이후 스타트업 투자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해도 블록체인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고 평가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오랜 고충인 인재 채용에 있어서도 업계는 머리를 싸맨다. 인재 채용을 담당하고 있는 한 웹3 스타트업 관계자는 “웹2에 계시는 분들은 이 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고, 웹3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디파이나 토크노믹스, 프로토콜 생태계 등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직까지도 ‘코인을 만들면 돈을 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코인을 발행하고자 하는 회사들은 꾸준히 나오는 편이다. 다만, 블록체인의 가치를 믿고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현저하게 줄었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블록체인 기술 업체 관계자는 “블록체인의 미래나 가치를 믿기에 이 업계에 남아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고 이익만 바라보고 이 시장에 있는 건 다소 무리수”라고 비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