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들 “가상자산 회계공시 지침, 구체적이지 못해”

당국이 가상자산 공시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가운데, 대다수 가상자산 거래소가 “가이드라인의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6일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 DAXA) 주최로 열린 ‘가상자산 회계감독 지침안 찾아가는 설명회’에서 거래소 관계자들은 “가상자산 회계 처리의 첫 단추를 잘 껴야 하는데 지금 지침으로서는 구체적인 회계처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 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가상자산 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회계 처리에 대한 구체적 지침안을 밝힌 바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감독 지침에서 가상자산의 적용 범위는 내년 7월 시행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따랐다. 이 안은 오는 11월 안까지 회계제도심의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에 시행될 예정이다.

회계 감독 지침안에 따르면 거래소 등의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앞으로 보유한 모든 고객 위탁 가상자산의 총 물량과 시장 가치 등을 가상자산 별로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이는 회계 기준 미비로 인한 투자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에 기인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고객 자금을 운용해 파산에 이르면서 관련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지침안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경제적 통제권’을 근거로 회계 공시를 분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경제적 통제권은 거래소 지갑에 보관된 고객 가상자산에 대한 사용을 고객으로부터 허가받았는지 그렇지 않았는지에 대한 권리를 말한다. 만일 스테이킹 등의 서비스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이 권리를 위임 받았다면, 거래소는 이를 사용해 가치 상승 등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윤지혜 금융감독원 회계관리국 국제회계기준팀장은 “고객 위탁 가상자산에 대한 경제적 통제권을 누가 보유하는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며 “위탁고객의 암호자산을 핫월렛에 보관하는지, 콜드월렛에 보관하는지 등의 지표로 이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팀장에 따르면 경제적 통제권은 ▲사업자와 고객 간 사적 계약 ▲가상자산법, 특금법 등 사업자를 감독하는 법률 및 규정 ▲사업자의 고객위탁 토큰에 대한 관리 보관 수준 등을 거래소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이는 해킹이나 파산 등의 사고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고객에게 관련 피해가 전락되지 않기 위한 대응이다. 예컨대 해킹 사고 발생시 고객이 위탁 가상자산의 법적 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게 한다거나 사업자가 위탁된 가상자산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권리가 있는지 등의 인식을 돕기 위함이다.

하지만 거래소 관계자들은 이 ‘경제적 통제권’에 대한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고 토로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위탁자산을 자산으로 인식할지 부채로 판단할지에 대한 부분의 경우 거래소 자체의 판단으로서는 애매한 경우가 많다”며 “각 거래소마다 가상자산 소유권을 판단하는 기준이 상이해 정확한 공시법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의 공정 가치를 측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전했다. 지침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의 공정 가치를 측정할 때 코인마켓캡이나 코인게코 등의 시세 통합 사이트 가격으로는 공시 가격으로 기재할 수 없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거래소 별로 가상자산의 시세가 다르기 때문에 통합된 시세로 공시 내용을 적시해 혼동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요한 한국디지털거래소(거래소 플라이빗 운영사) 상무는 “회계 처리를 할 때 시장 전체에서 발생하는 거래 빈도나 시세를 반영할 필요가 있는데, 각 거래소마다 다른 시세나 거래량을 반영하면 거래소 별로 각자 유리한 상황으로 공시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위탁매매, 자기매매, 스테이킹, 에어드랍 등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회계 처리안이 마련이 돼야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러한 거래소들의 불만에 윤지혜 금융감독원 국제회계기준 팀장은 “이 기준서만으로 실무적으로 적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도 알고 있으나, 본 지침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초안으로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할 것”이라며 “명백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지원 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라고 전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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