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의 승소, 완벽한 승리가 아닌 이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랩스 간 소송이 약 2년 만에 리플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리플의 완승은 아니다. 법원이 “리플은 증권이 아니”라고 리플의 손을 들어주긴 했지만, 판매방식에 대해서는 증권에 해당한다며 SEC의 손도 들어줬기 때문이다.

즉, 리플을 ‘반쪽 증권’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블룸버그 등의 외신은 “이는 리플과 SEC 모두에게 잠재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들의 소송이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소송의 결과가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기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재판 결과에 따라 가상자산 규제기준도 정해질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의 모호한 판단으로 인해 상황이 다소 꼬였다. 가상자산 자체가 ‘증권’이라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벗었지만, 리플과 같은 방식으로 판매되는 가상자산이 많다는 점에서 증권성 문제는 남아있다.

리플의 손과 SEC 손을 들어준 법원

리플 소송은 지난 2020년 12월 SEC가 리플의 가상자산 ‘XRP’가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리플을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SEC는 XRP를 증권으로 판단하고, 발행∙유통 과정에서 증권법상 규제를 따르지 않았다며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리플은 관련 규정을 SEC가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 요소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에 나섰다.

이에 대해 지난 13일(현지시각) 뉴욕지방법원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거래소에서의 XRP 판매는 증권 제공이 아니지만, 기관 투자자들에게 XRP를 판매한 건 증권”이라고 약식 판결했다.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블라인드 매수, 매도 거래였기에 증권이 아니지만, 기관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XRP는 구매자들이 리플의 비즈니스 모델 및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 초래를 기대했을 가능성이 높기에 증권이라는 것이다.

그는 “SEC는 리플이 가상자산 판매로 얻은 15억달러에 달하는 수익으로 XRP 생태계를 개선해 가격을 올렸다고 생각했지만, 리플 투자자들은 이를 합리적으로 기대하지 않았다”면서도 “리플이 XRP로 거둔 수익의 절반 가격이자,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7억2800만달러의 XRP 판매금은 ‘불법적인 증권 거래’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XRP 자체는 증권이 아니나,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XRP의 판매는 증권성 판단에 충족된다는 말이다.

이는 앞서 SEC가 리플이 증권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쓴 근거와 동일하다. SEC는 ‘하위(HOWEY) 테스트’에 따라 XRP가 증권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위테스트는 미국 정부가 투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만든 기준이다. 이는 ▲금전의 투자 ▲공동사업 ▲타인의 노력에 의존 ▲투자 수익의 합리적 기대라는 네 가지 요건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법원은 SEC 측이 주장하는 ‘공동 사업’, ‘타인의 노력에 의존했다’는 하위테스트 조건을 인정했다.

물론, 리플 측은 SEC 측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며 ▲XRP의 판매는 거래가 발생했을 때 계약이 체결되는 형태가 아니라는 점 ▲XRP 투자자는 재단에 관해어떠한 권리를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XRP가 하위 테스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법원 측은 “필수 요소가 구성되지 않아도 하위테스트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며 SEC의 손을 들어줬다.

원 판결, 일단은 기쁜데…”

시장에서는 이 결과에 대해 ‘리플의 완승’이라며 우호적인 반응이다. 리플의 소송 결과가 알려지자 리플의 시세 뿐만 아니라 그외 최근 SEC에 의해 증권이라고 판단된 BNB코인, 솔라나, 폴리곤 등의 코인들 또한 오름세를 기록했다.

17일 오후 3시 53분 코인마켓캡 기준 XRP는 전주 대비 59.68% 상승한 0.7482달러를 기록하고 있고 솔라나 또한 같은 시각 전주 대비 32.24% 상승한 27.69달러를 기록 중이다. 폴리곤 또한 전주 대비 15.16% 상승한 0.7795달러이며, BNB코인 또한 전주 대비 3.97% 상승한 242달러다.

다만, 이 가상자산들 또한 SEC가 상장 전 판매를 통한 기업 자금을 확보했다며 증권성이 있다고 평가했다는 점에서 증권성 논란에 자유롭지 않다. SEC에 따르면 특히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코인인 BNB코인의 경우 리플의 판매방식과 유사하다. SEC는 ▲다양한 연이율 수익을 제공했다 ▲뉴욕 증시 투자자들을 상대로 트위터 게시글을 통해 수익률이 높다는 식의 홍보를 진행해 투자를 유도했다며 BNB코인을 유가증권으로 봤다.

물론 법원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증권으로 보지 않았다는 판결은 유의미하다. 블룸버그는 “일반 대중들로 하여금 XRP는 ‘증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큰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가상자산의 증권성 논란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리플 또한 기관 투자자 판매분에 대해 ‘증권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 해야할 일은 남았다. SEC 측은 “항소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결정을 계속 검토할 것”라고 전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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