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1등’만으론 모자라…’스마트 라이프 LG’ 100조 기업 띄운다

“2013년 1월 CES(세계가전박람회)에서 가전 분야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이후 이제 LG전자는 명실상부한 업계 리더로 자리 잡았습니다. TV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세계 최초 OLED TV를 출시한 이후 벤더블까지 다양한 폼팩터를 제공하는 최고의 프리미엄 TV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고, VS(자동차전장)는 지난 10년간 어려움에도 도전에 도전을 거듭한 결과, 드디어 턴어라운드를 달성하고 10조 매출 규모를 가진 주력 사업으로 자리 매김했습니다. 어찌 보면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했던 목표였지만, 10년이 지난 LG전자는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제 다시 한번 미래를 위해 현재에 만족하고 머무르지 않고 전 구성원의 열망과 의지를 담아 새로운 비전을 선포합니다.”(LG전자 CEO 조주완 사장)

LG전자가 고객의 다양한 경험을 연결,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개별 가전을 넘어 집과 상업공간 그리고 가상공간까지 LG전자 브랜드로 깊숙이 고객 일상과 엮이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논하드웨어(Non-HW), 기업간거래(B2B), 신사업 등 3대 신성장동력에 드라이브를 걸고 2030년 매출액 100조 기업으로 도약의 포부를 밝혔다.

이날 발표는 LG전자가 올해 초 CES 현장에서 ‘소프트 파워’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힌 내용의 확장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엔 ‘매출액 100조원’이라는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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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CEO 조주완 사장은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저희 (LG) 구성원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이 나가는 방향에 대한 여러 스테이크홀더(이해관계자)들이 우리의 전략을 다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이런 자리를 빌어서 계획을 말씀드리고, 변화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하우투윈(어떻게 이길 것인가) 관점에서 상세한 내용을 공유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조 사장은 “앞으로 LG전자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최고 가전 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사업모델과 방식의 혁신을 통해 고객의 다양한 공간과 경험을 연결,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 도약하는 담대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러한 목표를 향해 일하는 방법과 소통하는 방식까지 리인벤트(재창조)함으로써 새로운 LG전자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재무적으로는 “2030년 ‘트리플 7(연평균성장률 및 영업이익률 7% 이상, 기업가치(EV/EBITDA 멀티플) 7배 이상)’을 달성하고, 지난해 65조원 수준(LG이노텍 제외) 매출액 규모를 100조원까지 끌어올려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제대로 인정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LG전자는 2030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논하드웨어(Non-HW) 사업모델 혁신 ▲B2B 영역 성장 ▲신사업 동력 확보 등 3대 축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투자 규모는 2030년까지 50조원 이상을 잡았다. R&D투자 25조원 이상, 설비투자 17조원 이상, 전략투자 7조원 등이다.

조 사장은 새 분야에 집중하면서 분사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3대 성장동력에 사업본부 역할이 다 들어있다”며 “각 본부들이 다 미션을 가지고 나가야 하는 역할이 있다. 분사는 검토한 바 없다”고 분명히 했다.

LG전자 조주완 사장이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미래 비전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하드웨어에 소프트 사업 더해 순환형 구조로

LG전자는 판매 시점에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던 제품(HW) 중심 사업에 콘텐츠와 서비스, 구독, 솔루션 등 무형(Non-HW)의 소프트 사업을 더해 수익을 지속 창출하는 순환형(Recurring) 모델로 혁신한다.

TV 사업에서 올 연말 기준 전 세계 2억대 이상 스마트 TV를 구동하는 웹오에스(webOS) 운영체제를 앞세워 대전환을 만들고 있다. TV 사업은 LG OLED, LG QNED 등 제품 경쟁력에 콘텐츠와 서비스, 광고 영역을 더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업체’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한다.

조 사장은 “TV는 또 다른 광고판으로, 미디어로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를 할 것”이라며 “LG 웹OS가 탑재된 스마트 TV 판매가 약 2억대, 사용자는 1억5000만명에 달하고 있다”고 이미 사업 기반을 갖췄음을 짚었다.

LG전자는 광고 기반 무료방송 채널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5년간 1조원 이상 투자하며 질적 성장에 드라이브를 건다. LG 채널 서비스 국가와 이용자는 지난해 25개국 2000만명에서 올해 29개국 4800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양적 성장 측면에서는 외부 TV 브랜드에 webOS 플랫폼 공급을 늘리고 TV 외 타 제품군으로도 webOS 적용을 확대하며 고객 접점을 넓혀 나간다.

생활가전도 서비스 기반 포트폴리오 대전환에 속도를 낸다. 구매 후에도 고객이 필요한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업(UP)가전을 더 진화시키며 초개인화, 구독, 스마트홈을 접목해 제품 경쟁력에 고객이 홈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더해 집 안 전체를 아우르는 ‘홈 솔루션(Home Solution) 사업’으로 확장한다.

가전 렌탈/케어십 또한 제품의 유지·관리나 세척뿐 아니라 집 안 공간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아우르며 사업을 확대한다. 최근 5년간 LG전자의 렌탈/케어십 서비스 매출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30%를 넘어선다.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LG전자 경영진. 왼쪽부터 LG전자 이삼수 최고전략책임자(CSO), 류재철 H&A(생활가전)사업본부장, 조주완 사장, 박형세 HE(홈엔터)사업본부장, 은석현 VS(전장)사업본부장, 장익환 BS(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장.

2030년 B2B 매출액 40조원 이상

기업간거래(B2B) 사업도 더욱 속도를 낸다. 지난 65년간 집 안 공간을 중심으로 혁신을 이어온 기존 사업에서 축적할 수 있었던 고객에 대한 이해와 고객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노하우를 커머셜, 모빌리티, 가상공간 등으로 확장해 나간다.

전장 사업은 2030년까지 매출액을 2배 이상 키워 20조원 규모의 글로벌 톱10 전장업체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차량 전동화, 커넥티드 서비스 등 트렌드에 대응해 자율주행, SW 솔루션, 콘텐츠 등 미래 모빌리티 영역의 신규 기회를 적극 모색한다. 전장 사업의 경쟁력을 방증하는 수주잔고는 올 연말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HVAC) 사업 또한 2030년까지 매출액을 두 배 이상 성장시켜 글로벌 톱티어(Top-Tier) 종합 공조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LG전자는 북미, 유럽 등 주요 지역에 연구개발부터 생산, 영업, 유지보수로 이어지는 ‘현지 완결형 사업구조’를 구축한다. ▲ESS(Energy Storage System, 저장) ▲HEMS(Home Energy Management System, 관리) ▲VPP(Virtual Power Plant, 가상발전소) 등 에너지 서비스화 영역에서도 선제적으로 준비한다.

빌트인 가전의 경우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와 유럽 공략을 본격화하며 글로벌 톱5 브랜드로 육성한다. 상업용 디스플레이는 버티컬(Vertical, 특정 고객군)별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며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다.

류재철 H&A사업본부장은 “신성장동력 중에 비투비에서 크게 다루지 않았으나, 본부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HVAC과 빌트인”이라며 “빌트인은 전체 가전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비중으로 전략 시장이라 생각해 꾸준히 태핑을 하면서 미국과 한국 중심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현황을 전했다. 그는 “특히 미국 시장에서 초프리미엄 분야를 포함해 전체 빌트인 시장에서 톱티어로 가기 위한 준비가 끝났다고 말씀드리고, 유럽에선 준비를 더해야 할 부분으로 올해 새로운 제품들이 대거 출시가 되고, 일부는 출시 대기를 하고 있다”며 “내년엔 전체 성장을 끌고 갈 수 있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글로벌 확대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헬스케어와 전기차 충전, 메타버스 등서 성장동력 발굴

LG전자는 지난 수 년간 시장현황과 사업모델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휴대폰, 태양광 등의 한계 사업을 과감히 종료하는 대신 미래 고성장 영역에 자원을 집중해 왔다. 향후에도 이와 마찬가지로 높은 잠재력이 예상되는 신사업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美 실리콘밸리 소재 북미이노베이션센터(NAIC)가 중심이 돼 전략적 투자(Strategic Investment)를 이어간다. 북미이노베이션센터의 투자 규모도 지속 확대되는 추세다. 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美 원격의료기업 암웰(Amwell)과 함께 북미에서 비대면 원격진료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예방 및 사후관리 영역으로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이상수 CSO는 “헬스케어는 모바일 폰 사업자들이 했던 그런 영역을 노리는 것은 아니고, 병원 중심의 치료 영역의 앞단인 예방 그리고 뒷단인 사후관리 쪽 내용을 보고 있다”며 “집에 있는 빅스크린을 가지고 고객들이 조금 더 병을 예방하고 병원에서 나오신 분들을 사후관리하는 영역을 포커싱해 우리가 기존에 가진 역량으로 충분히 해나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단순 충전기 판매에 그치지 않고 관제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LG전자는 최근 자회사 하이비차저(HiEV Charger)를 통해 국내향 제품 4종을 출시했으며, 내년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 아시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한다. 연내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추가 생산기지 구축도 시작할 계획이다.

메타버스 영역에서는 폭넓은 전략적 협업관계를 구축한다. 혼합현실(MR: Mixed Reality) 기기는 글로벌 유력 플랫폼사와 공동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R글라스 고도화 및 콘텐츠 제작 생태계 구축 지원사업’을 진행중이다. TV 등 대화면에서 보다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지속한다.

조 사장은 체험형 컴퓨팅 기기 준비와 관련해 “글로벌 파트너들과 이제 역량을 교환하기도 하고 사업을 검토하는 그런 상황”이라며 “몇몇 업체들과 컨택을 하고 사업을 검토하는 정도 수준으로 그 부분은 좀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무언가 나올 때 말씀드리겠다”고 갈음했다.

LG전자 조주완 사장이 12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미래 비전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고객경험(CX) 혁신 지속

LG전자는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온라인브랜드샵(LGE.COM)을 앞세운 소비자직접판매(D2C)를 강화하고, 젠지(Gen-Z)와 소통하는 팝업스토어 운영을 확대한다. LG전자가 지난해부터 전국에 운영한 팝업스토어 누적 방문객은 60만명에 달한다.

신제품 기획과 개발에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을 이해하고 숨은 니즈를 발굴하기 위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한다. 고객데이터 분석시스템 ‘라이프그라피(Lifegraphy)’나 모든 고객 접점에서 수집되는 고객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전사 플랫폼 ‘IC 360(Intellytics Customer 360)’ 등이 대표적이다.

고객경험여정 전 단계에서의 경험 혁신을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비대면 수어 화상상담 및 장애인 케어 서비스 ▲서비스센터 수어 안내 키오스크 ▲시니어 전용 상담서비스 및 LG베스트샵 매장 내 안전∙IT∙문화강좌 등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조 사장은 브랜드 혁신과 관련해 “60년 넘는 기업으로서 브랜드가 다소 에이징되는 느낌도 들어서 에너제틱하게 정적인 브랜드가 아니라 변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국내와 내부 구성원 중심으로 브랜드 리인벤트를 했고, 앞으로 해외에도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통해 브랜드를 알릴 작업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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