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이 만든 ‘스레드’에 대한 모든 것

인스타그램이 만든 트위터 복제품 ‘스레드’가 출시 5일만에 사용자 1억명을 돌파했다. 상상할 수 없이 빠른 속도다. 인터넷 역사상 이보다 빠르게 사용자를 확보한 서비스는 없었다. 지금까지 가장 빨랐다고 평가받는 챗GPT도 1억명의 사용자를 모으는 데 2개월이 걸렸다.

물론 가입자수가 빠르게 늘어난다고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활성사용자수가 얼마나 될 지 평가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엄청나게 폭발적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레드는 무엇인가

인스타그램이 2023년 7월 5일 공식 출시한 소셜미디어 서비스다. 트위터와 매우 유사한 것이 특징이다. 얼핏 보면 트위터에 들어온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트위터처럼 이용자가 남긴 글 밑에 답글을 달거나 리포스트(리트윗) 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그러나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우선 트위터는 280자까지 쓸 수 있지만 스레드는 500자까지 쓸 수 있다. 동영상도 최대 5분 길이로 올릴 수 있다. 트위터는 2분20초까지만 올릴 수 있다. 트위터는 대신 유료 구독(블루) 가입자에게는 텍스트 2만5000자, 동영상 60분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스레드는 좋아요를 숨길 수 있지만, 트위터는 숨길 수 없다.

트위터에 있는 DM(다이렉트 메시지) 기능이나 해시태그, 실시간 트렌드 기능은 스레드에 없다. 게시물 수정도 불가능하며, 검색 기능도 제한적이다.

트위터를 따라했다면 표절 아닌가

트위터 측은 당연히(?)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트위터의 변호사 알렉스 스피로는 “(메타가) 트위터의 영업 비밀, 지적 재산에 대한 조직적이고 고의적이며 불법적인 도용에 관여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서한을 마크 저커버그 CEO에게 보냈다. 그는 “(메타가) 영업 비밀이나 기밀 정보를 알고 있는 전직 트위터 직원 수십명을 고용했다”면서 “해당 직원들에게 메타의 모방 앱인 ‘스레드’ 앱을 개발하도록 배정했으며, 이는 주 및 연방법과 해당 직원들의 트위터에 대한 지속적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타 측은 “스레드 엔지니어링 팀에 전직 트위터 직원은 아무도 없다”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메타는 다른 서비스 베끼기(?)의 달인이다. 스냅챗을 따라한 ‘스토리’ 기능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넣었고, 릴스도 틱톡과 매유 유사한 서비스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베끼기가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이번에도 문제가 없을지는 법정에서 결론이 날 예정이다.

인스타그램과 스레드는 어떤 관계인가

스레드는 메타의 인스타그램 팀이 개발한 서비스다. 인스타그램 계정 기반으로 스레드가 운영된다. 인스타그램과 동일한 계정명을 사용하게 되며, 프로필 사진과 소개글은 따로 설정 가능하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으며, 스레드에 쓴 글을 인스타 게시물이나 스토리로 바로 공유할 수도 있다. 프로필 상단에는 인스타그램에 바로 접속할 수 있는 아이콘도 있다.

다만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으면 스레드 가입이 안 된다. 탈퇴도 마찬가지다. 스레드에 탈퇴하기 위해서는 인스타그램에서 탈퇴해야 한다. 인스타그램을 유지하면서 스레드 이용을 멈추고 싶다면 탈퇴가 아니라 비활성화하기를 선택해야 한다.

세계 어디에서나 이용가능한가?

현재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다. iOS, 안드로이드 모두 제공한다. 다만 유럽에서는 아직 스레드를 사용할 수 없다. EU는 미국보다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메타는 조심스럽게 유럽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유럽이 스레드를 막은 것은 아니고, 메타가 아직 유럽에 출시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페이스북이 유럽으로부터 GDPR 위반으로 13억달러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

팔로우 계정만 볼 수 없나

스레드 앱을 열면 팔로우하지 않은 계정의 콘텐츠가 피드에 많이 나타난다. AI 알고리즘이 추천한 콘텐츠다. 스레드에서 팔로우는 AI 추천에 사용하는 하나의 데이터 요소일 뿐, 팔로우한 계정만 볼 수는 없다.

메타는 예전부터 자사의 플랫폼에서 보여주는 방식을 틱톡처럼 바꾸려고 노력했다. 이용자를 좀더 플랫폼에 잡아두기에 ‘친구관계’보다 ‘AI 알고리즘’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이처럼 바꾸려고 시도해왔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이 같은 방식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스레드는 왜 이렇게 빠르게 확산될까?

스레드가 출시되기 직전, 트위터는 이용자로부터 큰 비난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 7월 1일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극단적인 수준의 데이터 수집과 시스템 조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시 제한을 적용했다”고 전했다. 일반 이용자들은 하루에 600개까지만 트윗을 읽을 수 있다. 새로 가입한 미인증 계정은 300개로 읽을 수 있는 트윗이 제한된다. 유료 가입자인 ‘트위터 블루’ 회원은 하루 6000개까지 읽을 수 있다.

스레드의 출시 시점은 트위터의 이런 정책에 이용자들이 강한 불만을 나타내던 시기였다.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이후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트위터에 열받은 이용자들이 스레드로 옮겨타면서 그 화를 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크 저커버그와 일론 머스크의 현피(현실싸움) 논란도 스레드에 큰 마케팅 요소로 작용했다.

머스크는 지난 6월 21일 “이제 지구가 저커버그의 엄지손가락에 떨어지게 생겼네”라고 비꼬는 트윗을 올렸다. 메타가 스레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뉴스에 대한 답이었다. 이에 한 이용자가 “조심해라. 저커버그는 주짓수를 한다”고 하자, 머스크는 “그가 준비됐다면 난 케이지에서 싸울 준비도 돼 있다”라고 받아쳤다. 이에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위치를 찍어라”고 맞받아쳤다.

이때부터 각종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이 화르륵 타올랐다. 세계 최고 부자들이 주먹질을 한다는 소식은 가십거리를 넘어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결과적으로 스레드 출시에 앞서 머스크가 저커버그에게 원기옥을 모아준 셈이 됐다.

머스크가 도발했지만, 저커버그가 이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평소 같으면 머스크의 도발에 굳이 대응하지 않았을 저커버그지만 스레드 출시를 앞두고 고의적으로 이슈몰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책임자인 아담 모세리는 더버지와의 인터뷰에서 “트위터의 변동성과 일론 머스크의 예측 불가능성이 (트위터와 스레드가)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정말 액티비티펍에 진심일까?

메타는 스레드를 발표하며 “W3C( World Wide Web Consortium)에서 설립한 개방형 소셜 네트워킹 프로토콜인 액티비티펍(ActivityPub)과 호환되는 스레드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액티비티펍은 소셜미디어 계정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토콜이다. 액티비티펍을 기반으로 한 소셜미디어는 서로 팔로우를 할 수 있다. 이용자가 서비스마다 계정을 만들 필요없이 A 소셜미디어에서 B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된다.

액티비티펍은 특정 소셜미디어 회사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탈중앙화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가 나의 트윗을 싫어해서 내 계정과 데이터를 모두 삭제한다고 생각해보자. 나는 이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 이용자가 트위터에 종속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액티비티펍 기반의 소셜미디어라면 내 계정을 들고 다른 소셜미디어로 옮길 수 있다. 팔로워나 좋아요 같은 데이터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지금 트위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스레드에서 새롭게 계정을 판 이들은 팔로워 숫자를 1부터 모아야 한다. 트위터에서 아무리 유명했다고 하더라도 소용없다. 하지만 트위터와 스레드가 액티비티펍 기반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랐을 것이다.

메타는 “우리의 계획은 이용자가 스레드를 떠나고 싶을 때 액티비티펍을 이용해 콘텐츠를 다른 서비스로 이전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비전은 호환되는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스레드 계정이 없어도 스레드에서 사람들을 팔로우하고 상호 작용하면서 다양하고 상호 연결된 네트워크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을 뿐 아직 스레드는 액티비티펍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인스타그램으로부터도 독립적이지 못하다.

스레드에서는 어떤 콘텐츠가 인기 있을까?

인스타그램 책임자 아담 모세리는 스레드가 정치적인 내용이나 경성 뉴스를 위한 플랫폼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레드에 올린 글에서 “정치와 경성 뉴스는 불가피하게 스레드에 등장할 수밖에 없고, 인스타그램에서도 (정치와 경성 뉴스가) 어느 정도는 등장하지만 이를 장려하기 위한 어떠한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뉴스가 가져올 수 있는 참여도나 수익 증가는 그에 수반되는 위험(정밀조사, 부정적, 무결성)을 감수할 가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모세리는 “스포츠, 음악, 패션, 뷰티, 엔터테인먼트 등 정치나 어려운 뉴스를 다루지 않고도 활기찬 플랫폼을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을 볼 때 스레드에서 뉴스를 링크하거나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계정은 AI 알고리즘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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