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AS] 치킨 값은 올랐는데 농가 소득은 왜 그대로일까?

가끔 독자님들께서 그런 질문을 하십니다. “그때 인터뷰했던 그 회사, 지금은 어떻게 됐나요?” 라고요. 그래서 마련했습니다. 인터뷰AS.

대략 2년 만에, 장유창 파이프트리 최고운영책임자(COO)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전에 발행됐던 인터뷰가 마중물이 되어, 검역본부가 전국 단위로 추진하는 축산 방역 관제 사업에서 테스트를 해 볼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반가웠다. 지난 2년 사이 스타트업 생태 환경은 ‘겨울’이라 불릴 만큼 혹독해졌고, 그래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는 것은 지켜보는 이에게도 봄 꽃소식 마냥 반가운 것이 됐다.

[관련기사: 양계장이 AI와 만나면 생기는 일]

지난 7일, 서울 신논현 스파크플러스에서 이병권 파이프트리 최고경영자(CEO)와 장유창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다시 만났다. 파이프트리가 그 사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현장에서 온몸으로 체험해본 양계 시장은 어떠했는지를 더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마침, 회사의 중점 사업도 바뀌었다고 하니 [인터뷰AS]를 진행하기 맞춤하겠단 생각도 들었다.

파이브트리는 양계장에 인공지능(AI)을 접목, 닭들의 평균 체온을 재서 질병을 예측해 농가의 피해를 막는 기술로 창업한 곳이다. 그러나 파이프트리가 뼈저리게  깨달은 사실은 “질병 예측은 농가에 직접적 소득 향상을 가져오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질병예측 기술은 애초에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나쁜 일”을 막는 보험적 성격이 강한 기술이다. 게다가 만약 질병으로 닭의 집단폐사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정부에서 이를 보상한다. 농가 입장에서 닭의 질병은, 냉정하게 말해서 못 막으면 가슴 아프지만 금전적으로는 큰 손해를 보지 않는 일이라는 뜻이다.

파이프트리가 주목한 것은 농가의 소득에 직접 관계하는 ‘닭의 무게 관리’다. 시장에서 육계(고기를 얻으려고 기르는 닭)를 평가하는 거의 유일한 기준은 ‘무게’다. 한국인의 힐링 푸드 ‘치킨’은, 치킨 제조사가 원하는 크기의 닭이 공급되는 데서부터 만들어진다. 이 무게를 잘 맞춰야 농가도 돈을 벌 수 있다.

양계 현장과 소통하길 2년. 그사이 파이프트리는 닭의 무게 관리에서 어떤 기회를 봤고, 또 어떤 기술을 도입했을까? 이병권 CEO와 장유창 COO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파이프트리 장유창 COO(왼쪽)와 이병권 CEO.

지난번 인터뷰가 2021 2월이었다. 2년하고도 석달이 지났는데, 당시에는 닭들의 평균 체온을 재서 조류독감 같은 질병을 예측하는 그런 사업 모델을 갖고 있었다. 사이 무엇이 달라졌나?

장유창 COO_ 하는 일이 달라졌다기 보다는 하는 일의 비중이 달라졌다. 사업을 하면서 느낀 것이,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은 농장주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험 같은 거다. 있으면 좋지만, 아무런 사고가 안 터졌을 때는 그냥 비용만 쓰는 게 되니까. 질병관리는 필요는 하지만, 경제적 논리에서 시장성이 지금 당장은 없다.

그래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다보니 이 산업의 전체를 관통하는 수요가 “무게 관리”라는 걸 알았다. 장기적으로는 이걸 중심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가져가는 방향을 택했다.

이병권 CEO_ 이 산업이 흥미로운 게, 닭 한마리를 키우는데 연계된 사람들이 농장주, 계열화 회사, 유통하는 사람들, 정부 지자체 까지 다양한데, 이들 서로가 관점이 많이 다르다. 정부는 농장을 관리하고 규제하는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농장에 닭을 주문하고 이를 도축해 판매하는 계열화 회사는 농장들이 생산을 원활하게 하도록 하는데 관심이 더 많다. 조류독감이 터지면 농가에 손해가 있지만, 이를 정부에서 보상한다.

** 계열화 회사란?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가치사슬 단계가 서로 제휴해 협력이 이뤄지거나 단일 조직에 의해 통제와 관리가 되는 경영방식을 뜻한다. 축산에서는 가축의 사육, 축산물의 생산ㆍ도축ㆍ가공ㆍ유통 기능의 전부 또는 일부를 통합 경영하는 사업체를 말하는데, 국내 육계 부문에서는 대표적으로 하림, 체리부로와 같은 곳이 있다.

이전 인터뷰에서 닭들의 질병관리가 되려면 정부의 투자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을 했는데

이병권_ 지금도 지자체 지원 사업과 연계하는 것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B2G 사업은 전국망 규모다. 그 정도로 정부가 나서는 것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는 것이라, 그걸 기다리면서 사업을 하기는 어렵다.

이해가 간다. 파이프트리가 중점을 생산관리는 무엇을 말하나?

이병권_ 재미있는 것이, 소나 돼지 같은 경우는 육질을 따지는데 닭은 그런 것이 없다. 닭의 품질 등급은 오직 딱 하나, ‘무게’ 밖에 없다. 닭은 신선하면 맛있는 거고 그 외의 맛 차이는 없으니, 육계 산업에서는 생산관리가 오직  마리 수와  ‘킬로그램(kg) 당 가격’의 중량관리로만 이뤄진다. 그런데 문제는, 닭의 중량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겠다. 마리 매일 무게를 달아줄 수도 없고

이병권_ 소나 돼지의 경우 각 개체마다 인덱스 관리를 할 수 있지만 닭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생산에 오차가 굉장히 많다. 생산에 오차가 있으니 계속해 이슈가 되는 것이 ‘과잉생산’이다.

모자라는 아니라 과잉생산?

이병권_ 그런데 신기한 것은 과잉생산이 된다고 하는데도 닭을 폐기한다거나 하는 뉴스는 없다. 이 이야기가 뭐냐면, 그 닭이 모두 소비가 되고는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과잉생산 된 닭을 먹고는 있지만 농가에서는 이를 알 방법이 없다. 생산자들은 닭이 남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걸 다 팔 방법이 있다는 거다.

과잉생산이 되면 어쨌든 농가에서는 닭을 싸게 팔아야 할테니까 손해겠다

이병권_ 과잉생산이 왜 이뤄지는지를 봐야 한다. 집단 사육을 하게 되면 한 마리 한 마리 당 관리가 불가능하니까 대신 닭들의 평균체중을 잰다. 지금까지는 농장주가 수만마리 중 임의로 수십마리만 골라 무게를 재서 평균체중을 측정했다.

문제는 이 ‘평균’에서 온다. 시장에서 원하는 닭의 체중을 1.5kg이라고 예를 들어보자. 한 농가에서 키우는 수만마리 닭의 체중이 모두 1.5kg일 수 없다. 1.2kg 짜리도, 1.7kg 짜리도 있을 거다. 편차가 생각보다 큰데, 주문이 들어온 1.5kg에 부합하지 못한 닭은 ‘재고’가 된다. 이 재고가 쌓여 과잉생산이 되는 거고.

무게가 모자란 닭은 농가로 되돌아 가는 구조인가?

이병권_ 그렇지 않다. 계열화회사가 농가에 주문을 하면 농가가 이 닭을 공급하는 구조인데, 공급된 닭은 도계(도축)가 된 후에 개별 무게가 측정된다. 닭은 이미 죽었고, (조건에 부합하지 않은 닭은) 재고로 나와버린다.

그런 닭은 어떻게 되나?

이병권_ 부분육으로 처리되거나 염가로 판매가 된다. 예를 들어 닭 한마리를 생산하는데 2000원이 들었음에도 무게가 부족하니 1500원이나 1000원에 판매된다.

장유창_ 그렇게라도 팔아야 하는 상황인 거다. 또, 생각보다 닭의 무게가 많이 나와도 문제가 되는데 1.5kg 열마리를 공급해야 한 마리당 제 값을 받을 수 있다면, 1.7kg 짜리가 많을 경우 개체 수가 부족하니까 농가 소득은 줄어들게 된다.

이병권_ 우리가 먹는 치킨은 크기가 정해져 있지 않나. 그러면 계열화 회사는 그 크기에 맞는 닭을 확보해야 하니까 닭의 무게 편차를 고려해 필요로 하는 닭의 수보다 더 많은 수의 닭을 여러 농장에 주문해야 한다. 여기에서 무게에 미치지 못한 닭은 다시 재고가 된다.

장유창_ 업계에서 듣기로는, 평균적으로 재고 발생량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라고 한다. 다른 제조업과 비교한다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재고 물량이다.

이병권_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뭐냐면, 닭 가격이 경매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통기한이 너무 짧아서다. 닭은 신선육으로 처리하므로 숙성이 없어서 하루 이틀 내에 모두 마켓에 공급해야 한다. 그 기간을 넘으면 모두 냉동육이다.

그래서 닭의 가격은 공시가로 결정되는데, 재고가 많으면 공시가가 낮아진다. 오늘의 공시가가 낮으면 내일의 공시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지라 닭 가격이 상승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 버린다. 농장주가 돈을 벌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보를 찾아보면서 저희도 놀라웠던 것이, 지금 닭의 (공급) 가격이 30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닭의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있고.

핵심은 무게 관리인데. 닭의 과잉 공급 문제를 무게 관리로 해결할 있나?

이병권_ 솔루션의 가장 큰 줄기는 ‘중량 예측 기술’이다. 지금 보는 사진은 CCTV 화면이다. 가운데 사진은 실시간으로 닭을 감지하고 있는 화면이다.

이렇게 닭을 감지해서, 각 개체별 면적을 모두 측정한다. 면적과 무게는 굉장히 밀접한 상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 면적을 알면 무게를 어느 정도 추산할 수 있다.

장유창_ 농장은 위탁 생산만 하는 구조다. 주문을 계열화회사로부터 받아 납품하면 성적에 따라서 대금을 받는데, 평균체중을 잘 맞추면 그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다. 평균체중에 오차가 크면 그만큼 농가에 손해다.

영상으로 살아 있는 상태의 닭 무게를 실시간으로 농장주에 계속 알려드리면서 사료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환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중량과 관계되도록 사육에 대한 가이드를 하게 되면, 농가 입장에서는 그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가이드 있는 것은, 그만큼 사육에 대한 데이터가 쌓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뜻인가?

이병권_ 그렇다. 온도나 습도, 환기에 따라서 닭이 어떻게 자라는지 데이터가 쌓였다.

다른 솔루션에는 무엇이 있나?

이병권_ 하림과 같은 계열화회사들은 이 닭들이 도축했을 때 실제 무게가 얼마일지도 궁금해한다. 그걸 예측하는 인공지능이 또 있다. 이걸 수율이라고 부르는데, 살아 있는 닭과 도축된 닭의 무게 차이를 뜻한다. 계열화 회사들이 이 수율을 정확히 알면 과잉생산을 최소화하도록 닭을 출하할 농장을 선별할 수 있다.

그래서 저희는 살아있는 닭의 사이즈별 수율 값을 데이터 학습을 통해 얻어냈다. 각 도계장으로부터 수개월간 데이터를 받아오면서, 닭의 크기에 따른 수율의 퍼센테이지를 확보했다. 그 수율 값을 살아 있는 상태의 닭에 적용해 그 결과값을 계열화 회사에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장유창_ 살아 있는 상태에서 생산량이 예측 가능하면, 구매 신청과 판매를 매칭하는 경매 구조도 가능해진다. 공시가가 정해지는 형태보다 경매가 농가의 수익 상승에도 효과가 있다.

경매 구조가 되면 하림 같은 계열화 회사에서는 싫어하지 않겠나?

이병권_ 자칫 오해가 있는게, 국내 양계 시장은 이미 수직계열화가 되어 있다. 그래서 계열화 회사 없이 공장과 바이어를 곧바로 잇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계열화 회사가 농장에 병아리와 사료를 공급하고 있고, 이를 수매하는 조건으로 농장이 양계를 하는 것이 짜여진 구조다. 엄밀하게 말해서 계열화 회사가 곧 생산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솔루션을 B2B SaaS 형태로 계열화 회사에 공급한다.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

장유창_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우리가 가진 데이터와 모니터링 정보를 SaaS 형태로 실시간 계열화 회사에 공급한다. 또, 이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농가에 CCTV를 비롯한 인프라를 깔아야 하는데, 농가에서는 한 번에 도구를 구매하는 걸 부담스러워 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전에도 스마트팜을 목적으로 인프라를 깔았다가 해당 업체가 사라져서 손해를 본 경험들이 있어서다.

경험이 있어서 스타트업의 스마트팜을 꺼릴 수 있겠다

이병권_ 그렇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한 것이 인프라는 그냥 깔아주고, 대신 소액의 비용을 월구독으로 받는 것이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나중에 우리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쓴 만큼의 비용만 낸 것이므로 농가는 손해가 아니다. 이용하는 기간만큼 농가도 솔루션 사용으로 이득을 봤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1차 산업에 종사하기는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일반적인 IT 기업과 똑같은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무게 예측의 정확도는 어떻게 되나?

이병권_ 지금 정확도는 92% 정도다. 100번 예측하면 92번은 오차 범위 내에서 무게 예측의 정확도를 보인다. 오차범위는 50그램(g)안팎이다. 올해 기준으로 연말까지 정확도를 95%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창업 초기 목적했던 질병예측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장유창_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될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해 나간다.

이병권_ 대신 비즈니스적으로 중복 투자가 일어나지 않게, 지금 생산관리하는 인프라 시스템 안에 방역 관리를 위한 장비를 탑재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트레이에 센서를 더 끼울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되니까?

장유창_ 그렇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이전에는 열화상 카메라로 닭의 집단 체온을 감지, 이상 체온을 판별했는데

이병권_ 열화상도 있지만 그 장비 자체가 비싸다. 그래서 더 저렴하게 감지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미 들어가 있는 CCTV를 통해 닭의 군집현상을 분석, 인공지능이 이상 패턴을 찾아내는 알고리즘 기술을 개발했다.

닭이 아프면 군집 패턴도 달라지나?

이병권_ 닭이 한 마리라도 죽으면 순간적으로 그 주변이 확 비어 버린다. 닭들이 죽은 닭 주변을 피해버리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사람이 들어와도 그 순간 해당 구역이 비어 버린다. 순간적으로 그런 일이 생기므로 그것을 빨리 알아채면 폐사량에 따른 질병을 감지할 수 있다. 또, 마이크를 통해서 닭의 기침소리를 판별해 이상 징후를 발견할 수도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장유창_ 우선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브라질 같은 경우에는 전 세계 생산량 수출량이 제일 큰 나라다. 그 곳의 계열화 회사들도 우리 기술을 보고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다. 국가 단위로 생산량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프로틴 이코노미를 만들려고 한다. 곡물 분야에서는 카길 같은 글로벌 회사가 그렇게 하고 있다면, 우리는 ‘축산의 카길’이 되고자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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