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델리오, 뱅크런 넘어 ‘파산’ 가능성도…
하루인베스트(이하 하루), 델리오 등 국내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의 연이은 입출금 중단이 이어진 가운데,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뱅크런(투자자들이 대규모로 자금을 인출하는 상황)을 넘어 파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3일 국내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제공 회사 하루가 돌연 입출금을 중단하자, 다음날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델리오 또한 출금을 중단했다. 당시 델리오 측은 “최근 하루에서 발생한 가상자산 입출금 중단 여파로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 야기되고 있다”며 “델리오는 현재 보관중인 고객들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일시 출금 정지 조치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뱅크런을 넘어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예치된 금액이 너무 커서 (이 두 회사에게) 뱅크런을 넘어 파산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하루는 파산 신청을 곧 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델리오는 현재 자금을 얼마 가지고 있는지, 금융당국의 조사가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하루에 예치된 금액은 2500억원 이상이며, 델리오에 예치된 금액은 1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사건의 시작 ‘하루’
지난 13일 하루는 “최근 함께 일한 서비스 파트너사 중 한 곳에서 특정 문제를 발견했다”며 13일 오전 9시 40분부터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하루인베스트는 국내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 블록크래프터스가 만든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로,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있다.
사측에 따르면, 현재 140여 개국에서 8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누적 거래액은 약 3조원이다.
하루는 위탁 운영사 중 하나인 B&S홀딩스가 허위의 경영 보고서를 제공하는 등 회사와 이용자를 속이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회사는 지난 13일부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즉각적인 거래 중단과 B&S홀딩스를 대상으로 형사고소를 진행했고, 추후 민사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다.
하루 측은 “현재 B&S홀딩스와 해당 이슈에 대해 논의 중이며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알리겠다”며 “당사는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만큼 성실하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지했다. B&S홀딩스는 퀀트트레딩(계량화한 수익모델로 거래하는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또 러그풀(투자 회수 사기 행위, 먹튀) 의혹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에 하루의 러그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운용 금액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코인 예치 회사가 예고 없이 입출금을 중단하는 상황이 러그풀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루인베스트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도 폐쇄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하루인베스트는 연이율 10~12%이라는 높은 이자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 높은 수익률 및 불투명한 구조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사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오르내렸다. 자산을 운용할 트레이딩 팀이 있는지, 운용 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구체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투자자는 “사실 하루는 시간 문제였지, 결국 일어날 일이었다”며 “예치된 가상자산의 평가 금액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는게 아니라, 코인 개수 늘리는 것에만 목적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마진 거래를 했음에도 마진 거래를 한다고 밝힌 적 없고, ‘원금 보장을 보장 해준다는 식’의 거짓 홍보를 했다”고 말했다.
델리오와 하루 사이, ‘B&S홀딩스’
일각에서는 델리오와 하루의 연관성에 주목하기도 한다. 현재 상황을 촉발한 B&S홀딩스를 중심으로 델리오가 고객의 돈을 하루에 예치하고, 하루가 그 돈을 B&S홀딩스에 예치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루와 델리오가 사업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 두 회사의 연관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투자 및 트레이딩 서비스를 운영하는 B&S홀딩스가 지난해 FTX 파산으로 손실이 컸고, 이것이 하루와 델리오의 자산 손실로도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장 및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정확한 건 회계 자료를 봐야 알겠지만, 추측하건데 두 회사가 위험한 금융 마진거래를 하면서 ‘선물 옵션’ 거래를 했고 관련 자금이 청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 입장에선 이익을 내기 위해 위험성이 높아도 이율이 높은 트레이딩 회사(B&S홀딩스)로 자금을 돌리고 싶었을 것이고, 갑자기 출금을 막은 것은 자금이 청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선물 옵션은 상품의 미래 가치를 사고파는 주식 파생 상품 중 하나로,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매수를 하고, 가격이 내릴 것 같으면 매도하는 형식으로 차익을 내는 구조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같은 예치 서비스를 제공 중인 샌드뱅크와 헤이비트 또한 B&S홀딩스에 자금을 예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두 회사 모두 “해당 사태로 인한 관계나 영향이 없다”고 일축했다.
법으로도 못 막는다
다만 비슷한 상황을 법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이 변호사는 “법을 만든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고, 회사 차원에서의 리스크 관리와 당국 차원에서의 관리 감독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하루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조치를 받지 않는다. VASP 신고를 한 델리오 또한 현재 가상자산 운용 서비스가 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국의 대책 마련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상자산 예치 및 스테이킹 서비스 관련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를 이끌었던 테라-루나 또한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서비스를 통해 최대 20%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시작했다. 이로 인해 테라에 매도 물량이 대거 나오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면서 루나를 팔려는 투자자들이 몰렸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 또한 현재 입출금이 정지된 상태다. 현재 고파이에 예치돼 있는 투자자들의 돈은 566억원이나, 예치 서비스 특성상 이자가 붙기에 피해 금액은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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