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국에게 회초리 맞고 있는 바이낸스, 한국 시장 진출도 ‘안개’

캐나다, 미국, 나이지리아 등 바이낸스가 각 당국에서 회초리를 맞고 있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증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한 것과 동시에 지난 10일에는 나이지리아 현지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영업 중단 명령을 받았다.

지난 3월부터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바이낸스의 자오 창펑 최고경영책임자(CEO)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으며, 캐나다 현지 규제로 의해 캐나다 법인을 철수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달갑지 않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에 묶인 돈을 상환해주는 대신 고팍스를 인수하기로 했던 바이낸스를 금융당국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제기된 바이낸스의 불투명한 구조 및 불법 사업 운영 의혹 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만일 인수가 최종 수리되지 않을 경우 기존의 목적이 무산되고, 이렇게 되면 인수 철회 뿐만 아니라 바이낸스의 남은 투자금 지급 및 고파이 상환 또한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고팍스 측은 지난 3월 등기상 임원을 바이낸스 측의 인사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 신고서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했다. 본래 FIU는 특금법상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 신고 접수일로부터 45일 내인 지난 4월 19일까지 신고 수리 여부를 통지해야 했지만, ‘추가 보완 서류를 요청한다’는 이유로 무기한으로 결정을 연기하고 있다.

당시 FIU는 “보완 요청에 대한 회신이 올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45일로부터 제외한다”며 “원칙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런 식으로 사업자 변경 신고 수리를 미루는 경우는 여태껏 없었다”며 “이렇게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면 피해받는 건 결국 고파이 투자자들”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파이의 원리금 상환은 전체의 25% 수준으로 진행됐으며, 남은 고파이에 묶인 금액은 총 566억원이다. 업계에 따르면 고파이 피해자들은 약 2000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한 사람당 가장 큰 피해 투자액으로는 약 30억원 이상이다.

지난 5일 SEC는 미국 증권법 위반 혐의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 자오 창펑 바이낸스 CEO를 기소했다. 바이낸스가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등의 기만 행위를 했으며, 투자자 자금과 가상자산이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플랫폼 운영 주체는 누구인지 등의 기업 정보를 은폐했다는 것이다.

SEC에 따르면 바이낸스와 자오 창펑 CEO는 2019년부터 미국인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하면서도 당국에 등록, 신고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 SEC는 “바이낸스가 스위스 트레이딩 기업을 통해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조작했고, 이에 바이낸스 US 운영하는 자회사 BAM 매니지먼트, BAM 트레이딩 서비스가 동원됐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고객 자산을 빼돌리고, 자사 스테이킹 프로그램을 수익을 위한 투자로 마케팅 해왔다고도 발표했다. 자전거래는 같은 코인을 동일 가격으로 동일 수량의 매도·매수 주문을 내어 매매거래를 체결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은 “바이낸스는 거래소, 중개인, 청산 기관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면서 증권으로 등록하지 않았고,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위험과 이해상충을 초래했다”며 “우리는 바이낸스와 자오 창펑 CEO가 시장의 규칙을 어기고 투자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에 책임을 묻는다”고 비판했다.

바이낸스US 측은 “고객의 투자 자금을 편취하거나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의 행위는 하지 않았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SEC의 규제가 매우 공격적이고 위협적”이라고 설명했다. SEC 소송으로 인해 거래 은행들이 바이낸스US와 거래를 중단하려는 모습이 보이자, 13일부터 달러 입금을 중단하겠다고도 덧붙였다.

SEC의 단호한 움직임에 나이지리아 현지 증권거래위원회 또한 지난 10일 바이낸스에게 사업 중단 명령을 내렸다. 로이터 등의 외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시장 규제 당국은 “바이낸스 나이지리아 법인은 어느 등록이나 규제를 받지 않았고 이는 불법”이라며 “바이낸스는 자국 내 영업을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SEC 마저 바이낸스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황 속, 국내 금융당국의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수리에 대한 심사숙고는 길어지고 있다. 지난 3월 CFTC가 바이낸스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내는 등 바이낸스 구조에 따른 뱅크런 가능성 및 자금세탁의혹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SEC 소송으로 고민이 더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에서 여러 소송이 제기되기 전까지만 해도 일단은 인수를 허락하는 분위기였는데, 미국 내부에서 여러 의혹을 받기 시작하면서 당국 측도 이를 그냥 넘어가기 어려워졌다”며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여태껏 돈을 갚아주겠다는 명분으로 국내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해외 기업은 없었어서 관련 선례를 만들기 싫은 것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팍스 관계자는 “현재 당국에서 꾸준히 (사업자 변경 신고와 관련해) 추가 자료 요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바이낸스는 본사 위치 뿐만 아니라 매출, 이익, 보유 현금 등의 기본적인 재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낸스 측은 이에 대해 “우리는 비상장 기업으로, 회사 재무 상황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내부에서 바이낸스와 중국 정부 간의 정치적 연관성을 주목하고 있고, 미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만일, 국내 금융당국이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및 한국 진출을 승인한다면 미중 간 경쟁 사이에 낀 입장에서 우회적으로 중국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이 인수 등을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하려고 할 때 당국 차원에선 외교적인 관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가 원하는 건 한국 시장에서의 ‘선물 거래’다. 물론 아직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선물 거래가 금지돼 있지만, 시장에 먼저 진출한 뒤 선물 거래에 대한 규제가 완화됐을 때 초기 시장을 노린다는 것이다. 선물 거래는 투자자가 보유한 금액 이상으로 투자해 실제 가격 변동률 보다 몇 배 많은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거래를 말한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선물거래가 급증하면서 현물거래보다 더 많은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이 금융투자상품이 아닐 뿐더러 가격 변동성이 높아 강제 청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선물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 국가의 거점 법인을 만들고 싶어하는 강한 의지도 보인다. 지난해 한 컨퍼런스에서 자오 창펑 바이낸스 CEO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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