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웹툰 플랫폼 만든 김창원 대표, 그가 본 현지 웹툰 시장은?

타파스는 지난 2012년, 미국에서 문을 연 현지 첫 웹툰 플랫폼이다. 한국에선 이미 웹툰이 인기가 많은 콘텐츠였던 시기지만, 그 외의 나라에선 웹툰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던 때다. 지금이야 미국과 일본 등에서 웹툰의 인지도가 올랐으나, 그 초석을 쌓은 이들은 고생 꽤나 한 것도 사실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전라북도 전주에서 개최한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 김창원 전 타파스미디어 대표(=사진)가 발표자로 나선다는 말을 듣고는, 아 이사람을 꼭 만나서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간 웹툰이 글로벌로 잘 나간단 이야기는 종종 들었지만 실제 현지에서 어느정도 인기가 있는지를 알아볼 기회는 적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전 대표는 타파스 미디어를 지난 2021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매각했다. 엑시트 이후에도 그는 타파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책임자(CSO)로 일년 반을 더 일하며 미국 웹툰 시장의 변화를 체감해왔다. 이제야 완전한 자유인이 된 그라면, 더 허심탄회하게 현지 웹툰 생태계의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컨퍼런스 이튿날인 9일 오전, 그와 차 한잔을 놓고 마주 앉았다. 전날(8일) 있었던 발표 일정에 맞춰 로스엔젤로스(LA)에서 날아온 그는, 고작 닷새간 한국에 머무른다고 했다. 타파스 창업 이전엔, 노정석 대표와 블로그 플랫폼인 태터앤컴퍼니를 만들어 구글에 매각한 경험이 있는 그다. 블로그와 웹툰까지, 콘텐츠 스타트업 분야에서 25년 가까이 몸담아 온 그는 지금을 “자신의 안식년”이라고 표현했다. 조금은 자유로운 입장에서 시장을 관전평할 수 있게된 그에게, 미국 웹툰 시장의 현황을 물었다.

강연에서 북미에서 웹툰이 메인 스트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상 깊은 내용이었다. 북미에서 실제로 웹툰이 어떤 위상을 갖고 있는지, 정말 되는 것인지 궁금했었는데.

완전히 메인스트림은 아니다. 그렇게 될 수도 없을 것 같고. 그런데 여기서 제일 키워드는, 모두가 이야기하는 ‘IP 비즈니스’다.

맞다. 한국에서는 웹툰이나 웹소설 IP 드라마를 많이 만든다

카카오 같은 경우도 70개 정도 드라마를 (웹툰, 웹소설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하고, 넷플릭스에 나오는 K드라마 같은 것들도 상당수가 그렇다. 벨류체인(가치사슬)이 형성돼 있는 거다. 그런 밸류체인을 (미국에서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하지만 (웹툰이라는) 매체 그 자체로만은 완전히 메인스트림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웹툰이라 자체는 메인스트림이 아니지만, 한국처럼 밸류체인이 완결성 있게 돌아가도록 만든다면 북미에서도 자기 자리를 차지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지금 판단하기에 북미에서 웹툰의 IP 비즈니스가 어느 정도 단계에 위치했다고 보나?

아주 초기다. (밸류체인을 만들기 위해선) 헐리우드를 뚫어야 한다. 아직은 그 공식을 아무도 찾지 못한 상황이다.

헐리우드 뚫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어떤 방식을 생각해볼 있을까?

결국에는 그것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내가 봤을 때 가장 큰 단절(disconnection)이 어디에 있느냐 하면, 헐리우드가 ‘인사이드 네트워크’로 돌아간다는 데 있다. 거기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사실은 그것도 공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에이전시를 통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처음부터 블록버스터를 만들 생각은 하기 어려우니 작게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안 될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밸류체인이 자리 잡는데 시간이 걸렸다

헐리우드의 가장 큰 IP들은 전부 다 소설이나 만화가 원작이다. 마블이나 DC처럼, 프랜차이즈 IP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몇 개 빼고는 전부 그렇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소설과 만화 자체를 또 그렇게 많이 사느냐, 그것도 아니다.

결국은 작가에게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처음부터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라고 하긴 어려운데, 그와 비교하면 소설이나 만화는 창작이 쉽다. 작가마다 가지고 있는 스토리를 우선 쓰도록 해서 반응을 보는 거다. 물론, 웹툰 같은 경우는 요즘 대형화가 되고 있어서 (제작이) 아주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영화에 비해서는 시도해보기 훨씬 쉽다.

방금 대형화가 된다고 말했는데, 한국에서는 최근 인기 있는 웹소설IP 프로덕션에서 웹툰으로 제작하는 형태가 많아지고 있다. 그런 뜻하나?

미국은 한국의 생산성을 못 따라 간다. 한국분들이 손이 빠르고, 가장 잘 만든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 이게 과연 건강한 것이냐, 지속가능한 방식이냐는 것이다. 작가의 노동량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프로덕션 시스템 같은 게 갖춰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에 모든 책임을 다 지우지 말고.

전에는 삼성 무선사업부에서 일했고, 이후에 노정석 대표와 블로그 플랫폼인 태터앤컴퍼니를 만들었다가 구글에 매각했다. 그리고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 미디어 창업으로 이어졌는데. 콘텐츠로 계속해 창업한 이유가 있나?

나는 웹툰의 광팬은 아니다. 사실 지금도 그렇고(웃음). 태터앤컴퍼니는 블로그 작가를 위한 창작 플랫폼이었다. 타파스를 시작할 때도 사실은 블로그 때와 비슷하다고 봤다. 타파스 역시 웹툰 작가를 위한 창작 플랫폼을 만든 거다.

블로그가 일반인을 위한 창작 플랫폼이었다면, 타파스는 작가를 위한 창작 플랫폼인데

거기서 더 핵심은 ‘모바일 중심’이라는 것이다. 타파스 창업 당시에 모바일이 엄청 뜨고 있었다. 아이폰이 나오고 인스타그램이 나오고. 그에 맞춰 “우리도 모바일에서 사람들이 스토리텔링을 하고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툴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그래서 모바일에서 통할 수 있는 스토리가 뭘까를 본 거다. 그런 스토리에는 몇가지 속성이 있다. 콘텐츠 한 편 당 길이가 짧아야 하고, 비주얼도 중요하다. 인스타그램 같은 것이 모두 비주얼 스토리다. 그런 걸 만족 시키는 것이 웹툰이었다. 이게 과연 미국에 있나 봤더니, 일단은 콘텐츠는 있더라. 한국처럼 100컷, 이렇게 긴 작품은 아니지만 개인들이 취미로 자기 홈페이지에 올리는 그런 콘텐츠는 있었다. 작가는 있는데, 플랫폼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만든 거다.

그때 한국에선 웹툰이 인기를 얻기 시작할텐데, 이미 독자 기반이 많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있을까?

내가 미국에 있었으니까 그랬다(웃음).
## 김창원 대표는 현재 미국 로스엔젤로스(LA)에서 거주하며 활동 중이다. 

그렇겠다(웃음). 웹툰이라는 플랫폼이 같으면서도 (미국에서) 그렇게 빨리 성장하진 않았다. 그런 사업을 지속해오면서 고민이 있었을 같은데.

가장 컸던 고민은 “이 시장이 과연 올 것이냐”는 거였다. 그런데 정말 처음에는 한 3년 간 작가 수가 엄청 늘었었다.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공급단(작가)에서 확실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때는 회사의 핵심성과지표(KPI)를 작가로 잡았다. 우리가 콘텐츠를 만들려면 일단 작가가 필요하니까, 그 작가를 한 번 모아보자는 거였다. 그래서 작가 플랫폼을 만들었는데 그건 엄청 잘 됐다. 그러다가 중간에 한 2~3년은 좀 고생을 했다.

그때는 KPI 독자를 확보하는 있었기 때문일까?

수익 모델이 없으니까, 회사는 계속 적자가 났다. 그렇다고 이용자 수가 1억명이 되느냐, 또 그것도 아니었고. 애매한 구간이 찾아온 거다.

한국에서 기다리면 무료 같은 유료 시스템을 붙였다. 그런 시스템이 정말로 다른 나라에서도 먹힐 것인가가 궁금했다. 일본 같은 데서는 성과가 있는 같은데, 미국에서도 정말 그럴까?

일단 비즈니스 모델 자체는 잘 돌아간다. 부분 유료화 자체는 어느 나라나 다 잘 되는 것 같다. 사실, 게임 시장만 보더라도 미국에서 가장 큰 모바일 게임 시장이다. 젊은 이용자들은 이제 코인(웹이나 앱에서 결제를 위한 화폐의 단위)을 인앱으로 결제하는 것에 너무나 친숙해 있다.

쓰는 모델이 어색하지 않다면,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통하는 콘텐츠를 만들 있느냐의 문제겠다. 정서 상의 차이도 있을텐데

팔리는 것은 한국 콘텐츠가 훨씬 잘 팔리더라. 정서가 다른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목적성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부분유료화를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가 아무래도 잘 팔린다. 다음 걸 안 보면 (궁금해서) 안 되는 이런 형태들이다.

그런 방법론을 (현지 작가들이) 모르는 건 아닐 거고, 아직 익숙하진 않은 거 같다. 모바일에서 유료로 판매되는 콘텐츠가 어떤 의도 아래서 만들어지는 지를 한국 콘텐츠를 통해서 미국 작가들도 배우고 있다. 이런 방법론을 가지고 현지에 있는 작가들과 프로덕션 시스템을 만들어 부분 유료화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사업이) 안 될 이유가 없다는 거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곳들이 국내에서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웹툰 제작 프로덕션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 분위기인가?

아직은 아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넥스트 기회’라고 본다. 누군가 그걸 잘 풀어낼 수 있다면, 콘텐츠 프로덕션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밸류체인을 만든다면, 그런 팀이 승자가 될 것 같다.

(웹툰 산업에서) 플랫폼도 있지만, 어쨌든 플랫폼은 남이 만든 콘텐츠를 가져오는 것이다. 지금은 이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 한국이다. 물론, 그것도 나쁘지 않다. 지금처럼 K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그대로 하면서 (글로벌 지향의) 콘텐츠를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넥스트 스텝이라고 생각한다. K팝도 처음에는 한국의 음악을 세계에서 좋아한 것인데, 이제는 (글로벌로 통하는) 방법론을 가지고 하이브 같은데서 넥스트 스텝을 밟고 있지 않나.

이제, 창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픈데. 번이나 엑시트를 경험이 있다. 본인은 운이 좋았다 하는데, 그건 겸손한 표현 같고. 어떻게 엑시트를 했는지 궁금해할 사람이 많지 않겠나

2018년쯤부터 매출이 엄청 좋았다. 마름대로 마일스스톤을 확보한 거다. 사실 (경쟁자인) 네이버웹툰도 상당히 시장에서 잘해줬다. 마케팅도 잘했고, 그 반사이익을 우리도 많이 봤다.

현지에서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웹툰을 한국 플랫폼이라고 인지 하고 있나?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나?

한국 플랫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실제로는 인지도가 꽤 있고, 특히나 네이버웹툰 같은 경우 그렇다. 젊은 여성 층에 인기가 상당하다. 이를테면 고등학교 같은 곳에 가서 물어보면 여자 아이들은 대부분 안다고 보면 된다.

미국에서 웹툰 시장을 니치라고 말씀하셨는데, 니치라는 시장 규모나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낄 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기준으로 대략 1500만명 정도라고 보면 된다. 미국 인구가 3억5000만명이니 대략 4% 정도 되는 규모다. 그런데 이게 작은 숫자냐 큰 숫자냐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다른 어떤 콘텐츠를 보더라도 5%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뭔가 하나 유행을 하면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는데, 인구수가 많고 문화가 다양하면 상황이 다를 있다

롤(LOL)을 하는 사람이나 오버워치를 하는 사람의 수가 정확히 몇명인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문화적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 이용자 수를 볼 때 그게 90%에 해당하느냐, 그럴 순 없다.

다시 대표님의 계획으로 돌아와보자. 매각 당시 매출이 좋고,  운도 좋았다고 했는데

당시에 팬데믹 이익도 사실 많이 받았다. 연간 베이스로 (이용자 수가) 다섯 배 정도가 늘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인수를 했을 당시에 상황이 좋았다는 건데. 당시에는 카카오와 네이버가 유력 플랫폼들을 앞다퉈 경쟁하듯 인수하던 때다. 네이버로부터도 제안이 오지 않았나?

네이버와 직접적으로 이야길 나눈 것은 없다. 다만, 서로들 다 아는 사람들이다. 나는 어딜 가서도 네이버 칭찬을 많이 한다. 진짜 고마운 것이, 마켓에서 경쟁도 하지만 사실 그렇게만 보기엔 아직 미국에서 웹툰 시장은 많이 작다. 같이 시장을 넓혀가는 사이라고 봤다. 그리고 미국의 큰 회사들도 (타파스에) 관심이 좀 있었다.

예를 들어서?

뭐, 아마존이나 애플 같은 곳이다.

같이 하지 않았나. 글로벌 회사와 같이 하면 훨씬 기회를 찾을 수도 있었을텐데

구체적 이야기는 못하지만, 투자나 인수 이야기가 오갔고 그쪽 팀들하고도 몇 번 만났었다. 하지만 그쪽에서 완전히 준비(ready)된 상태가 아니었다. 뭐랄까, 아직은 다들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계획을 말해달라

일단 안식년을 갖고 쉬려고 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그래도 어떤 형태로든지 스타트업 생태계에 공헌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지금까지 25년을 스타트업에 관련해서 보냈다. 그러니까 남은 인생은 어쨌든 다른 스타트업을 돕고 싶은데, 그게 어떤 형태일지는 모르겠다. 대전제는 스타트업을 위한 커뮤니티나, 혹은 더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오도록 하는 것이 미션이다. 그런데 그건 너무 두루뭉실하니까, 내 전문 분야를 찾아야하지 않겠나. 해온 분야가 콘텐츠 플랫폼 쪽이다 보니 천상 그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시 창업할 가능성도 있다는 건가?

그렇다. 웹툰이나 웹소설은 아닐 거고, 문자가 됐든 영상이 됐든 그게 뭐가 될지 모르지만 콘텐츠가 될 확률이 더 크다. 작가나 크리에이터가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온 게 그간 저희 역할이었으니까.

블로그 때도, 웹툰 때도 모두 분야 초창기였다. 이번에도 어쩌면 새롭게 탄생하는 종류의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들을 위한 플랫폼을 가능성이 높겠다

모르겠다. 지금은 되게 두루뭉실하고, 계속해 보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창업으로 올 수 있게끔 일부라도 도왔다는 생각이 들면 만족할 것 같다. 초조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의미 있는 일을 찾기 위한 씨앗을 뿌려 놓으려고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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