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엑스씨 주식 4.7조원, 정부 손으로…매각 난항 전망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 일가, 금전 대신 주식 물납
4.7조원 초대형 물납 주식 등장
여타 수십개 물납 종목 공매 규모가 1000억원대
물납 후에도 창업주 일가 지분율 약 70%
한 번에 다 사들여도 넥슨 등 실질적 영향력 행사 불가

넥슨 지주사 엔엑스씨(NXC) 주식 29.3%가 정부 손으로 넘어갔다. 엔엑스씨는 지난달 31일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남긴 유산에 대한 상속세 납부 일환으로 상속인이 29.3%의 NXC 주식을 정부에 물납했다고 공시했다.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NXC 지분의 29.3%에 달하는 85만2190주를 보유하게 됐다. 국세청이 판단한 적정 지분가치는 4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가 업계 1위 넥슨 컴퍼니를 거느린 그룹 지주사의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NXC 측은 “상속인이 제출한 상속세 신고에 대해, 세무당국이 적법하게 (가치)평가를 진행했으며, 그에 따라 상속인들은 상속세 납부의 일환으로 NXC 주식 일부를 정부에 물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시장에선 창업주 일가가 최장 10년에 이르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할 것으로 봤다. 배당 확대와 주식을 담보해 저금리의 일본 엔화를 조달하는 등의 방안이 예상됐으나, 현실적으로 거액의 금전 납부가 불가하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상속세 부담이 워낙 커 재차 매각이 추진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으나, 이번 물납 결정으로 매각설은 일단락됐다. 물납은 상속인에게 부과된 상속세를 금전 이외의 부동산 및 유가증권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NXC 측은 “피상속인(김정주)이 남긴 자산 중 NXC 주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그것을 유산으로 받은 상속인이 해당 주식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전했다.

NXC 물납주식 규모는 여타 수십개 종목의 국세물납을 합쳐도 훌쩍 앞지르는 규모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진행한 47개 종목의 국세물납증권 공개매각(공매) 규모가 총 1153억원이다. 앞선 작년 11월에 진행한 46개 종목의 국세물납증권 공매 규모가 1604억원 어치였다. 당시 매각 예정가격이 가장 큰 종목이 약 201억원의 교학사였다.

NXC 물납 공매의 경우, 국내외 거대 자본이 한 번에 다 사들여도 창업주 일가가 약 70% 지분을 확보한 까닭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불가하다. 물납 규모까지 워낙 커 매각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2019년 고 김 창업주의 NXC 주식 매각 추진이 불거졌을 땐 ‘통째 매각’이었다. 당시 중국 텐센트와 바이트댄스 등이 관심을 표한 것으로 파악되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국 자본이 NXC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최대주주를 꿰찰 수 있는 매각이어서다.

물납 공매는 최초 매각예정가로 입찰을 실시하고 유찰 시 10% 감액 후 진행한다. 10억원 물납증권이 6차까지 유찰되면 6억원에 거래되는 식이다.

작년 말 시행된 국유재산법 시행령 시행안에 따르면 2회 이상 물납주식의 경쟁입찰에서도 매각되지 않을 경우, 발행법인이 수의매각을 신청할 수 있다. NXC가 물납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제한 조건이 있다. 연부연납가산금과 관리비용 등을 별도 가산해 물납금액 이상의 금액으로 사들여야 한다. 다만 상속세 물납 이후에도 창업주 일가의 NXC 경영권이 확고한 상황에서 다시 거액을 들여 자사주를 확보하는 선택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NXC 측은 “물납 후에도 동일인(김 창업주 아내인 유정현 감사) 및 동일인 관련자(두 자녀)는 약 70%(69.34%)에 상당하는 지분율을 유지, NXC의 최대주주로서 회사의 안정적 경영권은 유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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