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의 시선] 알리바바클라우드가 ‘지속 가능성’에 꽂힌 까닭

IT 기술이 집약된 클라우드가 ‘지속 가능성’까지 잡는다고 한다. 많은 전력을 쓰고 고도의 네트워크 기술을 투입하는 클라우드 기업이 어떻게 지속 가능성을 도모한다는 걸까. 하도 ESG가 유행이니 기술력보다는 메시지로 승부하는 마케팅 전략일까. 알리바바클라우드의 본산인 중국은 지속 가능성과 거리가 있는 나라 아니었나?

속내를 들여다보니 조금씩 답이 나오기 시작했다. 탄소 배출량을 분석하고 최적화하는 솔루션으로 기업 성장을 돕고 자사 서비스 확장까지 노리는 게 이 회사의 전략. 이미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에서 노하우를 인정 받은 상황인데 과연 어떤 기술이 쓰였을까. 지속 가능성에 꽂힌 알리바바클라우드의 속내를 알아본다. [관련기사: e스포츠 ‘탄소 발자국’ 쫓는 클라우드 기업이 있다?]

알리바바클라우드는 지난해 기업 탄소 배출량의 측정·분석·관리를 지원하는 ‘에너지 엑스퍼트(Energy Expert)’를 출시했다.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조 공장이나 대형 건축물 등에 적용해 탄소 배출의 원천과 제품의 전체 수명 주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이다.

전용 데이터 셋으로 사전에 구축한 계산 모델을 활용해 탄소 발자국을 수치화해준다. 시각화된 대시보드와 온라인 보고서를 통해 실시간 패턴과 지속 가능성 진행 성과에 대한 가시성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딥러닝이 힘을 썼다. 딥러닝 기반 AI 모델을 통해 에너지 효율과 배출량 예측에 대한 분석을 제공한다.

사실 알리바바클라우드는 중국 밖에서는 큰 반향을 이끄는 서비스는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구글클라우드라는 ‘빅3’에 밀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클라우드를 비롯해 NHN클라우드, KT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토종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의 아성을 꺾어야 한다.

여기서 돌파구로 삼은 게 지속 가능성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ESG 경영 흐름에서 탄소 배출량 감소는 기업의 과제가 됐다. 알리바바클라우드 측은 “우리의 기술이 글로벌 고객의 넷제로(net-zero)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기업 입장에서 보면 알리바바클라우드 솔루션을 사용함으로써 ESG 지표를 달성하고 원가 절감을 노릴 수 있다. 기업에 실제 비용 절감 효과를 줘 자사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알리바바클라우드의 계산이다. 빠른 속도나 높은 활용성, 비용의 이점 등 기존 클라우드 기업들의 시장 전략을 넘어 메시지와 실익 모두를 잡는 현명한 선택이다.

효과는 일부 검증됐다. 알리바바클라우드는 올림픽의 기술 파트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올림픽 e스포츠 위크(OEW)’에도 에너지 엑스퍼트가 접목됐다. 대회를 위해 가설 건축물을 세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영향을 분석해 최적의 대회 운영을 도왔다. 또 여기서 에너지 사용과 관련한 노하우를 쌓고 다음 대회에 필요한 최적화 방안을 찾는다는 게 알리바바클라우드의 생각이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제1회 OEW 대회장에 마련된 알리바바클라우드 부스. 에너지 엑스퍼트를 전면에 내세워 참관객을 맞았다.

알리바바클라우드는 이번 OEW에서 ’Sustainablity(지속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연신 설파했다. 당시 아시아 미디어 대상 간담회에서는 지속 가능성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나왔는데, 알리바바클라우드는 고객사가 얻는 실익을 내세워 이 같은 지적을 적극 반박했다. ESG 경영 흐름에서 탄소 배출에 대한 기록을 남김으로써 향후 환경 관련 소송에 대비할 수 있고, 솔루션 활용법을 간단하게 설계해 대기업뿐 아니라 작은 규모의 기업도 쉽게 도입할 수 있다는 것.

알리바바클라우드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올해 본격적으로 에너지 엑스퍼트가 보급됐다. 현재까지 2000개 이상의 회사가 매일 200만킬로와트시(kWh)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하고 4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다. 물론 알리바바클라우드가 지속 가능성 솔루션만 제공하는 건 아니지만 이 같은 효과를 바탕으로 서비스 외연을 넓힐 발판으로 삼을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는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알리바바클라우드는 본국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파트너사로 참여한다. 아시아 스포츠 축제.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계속되는 외침을 아시아 전체로 알릴 기회다. 색다른 시장 전략. 중국 대륙 밖에서 언더독이 아닌 대세로 자리매김하려는 이들의 노력을 계속 주목해볼 만 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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