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 어디로 가야할까

정부가 최근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을 규율하기 위한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법 전문가들의 플랫폼 규제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소비자법학회는 12일 서울 명동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디지털 시장에서의 소비자 보호’라는 주제의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현수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발제와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조영기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서종희 교수, 김건식  공정거래연구센터 연구위원, 법무법인 율촌 윤정근 변호사, 한국소비자원 김도년 팀장, 경상대 법학과 박신욱 교수 등의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와 주요 쟁점을 정리해봤다.

경쟁법 아닌 소비자법 관점 필요”

이날 발제를 맡은 김현수 교수가 펼친 핵심 주장은 아래와 같다.

“기존의 플랫폼 규제 논의는 경쟁법적 관점에서만 논의돼 왔다. 소비자 관점에서 논의가 되지 않았다. 소비자 관점 논의 필요하다.”

“플랫폼은 대형만 있는 게 아니다. 규모도 유형도 분야도 매우 다양하다. 일률적으로 규제 가능한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기존 개정안에 대한 비판은 많이 제기됐다. 법 정비 방향은 이런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 시장의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국내와 해외의 차이를 검토하고, 경제 환경이 어떻게 다른 지 등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자율규제가 올바른 방향일 수 있지만 한계도 있다. 자율규제가 만병 통치약은 아니다. 자율규제라도 준수비용이 높으면 사업자는 왜곡이 가능하다. 자율규제라도 준수를 위한 외부 압력은 필요하다.”

유럽의 DMA DSA, 배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최근 플랫폼 규제 방안을 연구하는 정부가 유럽의 플랫폼 규제법을 국내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럽은 플랫폼 규제를 위해 디지털시장법(DMA)-디지털서비스법(DSA)라는 투톱 법체계를 갖추고 있다. DMA는 대형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규정, 엄격한 의무를 부여한 법안이며, DSA는 플랫폼 내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운영사가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법률이다.

우리나라도 DMA와 DSA와 같은 법이 필요할까?김현수 교수는 “유럽은 미국 기업을 규제하고자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서종희 교수는 “유럽사법재판소 판결을 보면 소비자의 수준을 너무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제도적 측면에서 허상을 좇지 말고,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 방법이 무엇인지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상대 박신욱 교수 역시 “DMA-DSA 수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규제 vs 법률규제

이날 토론의 핵심은 플랫폼에 대해 유럽처럼 규제법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산업 내에서 자율규제를 할 것인가 여부였다.

참석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법무법인 율촌의 윤정근 변호사는 “전자상거래법, 공정거래법, 전기통신사업, 표시광고법, 약관법 등 규제는 이미 있다”면서 “플랫폼에 대한 추가 규제보다는 규제 공백을 찾아서 자율규제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영기 인기협 사무국장은 “디지털 플랫폼은 과정속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충분한 이해 없이 법을 만들고 시행할 경우, 타다 사례에서 보듯 어느 누구도 승자가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면서 “젊은 미래 세대 소비자의 효용을 떨어뜨리고 한국 사회의 미래 산업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서종희 교수는 “자율규제는 실패하지 않았다”면서 “소비자의 항의가 잘 전달되는지, 독점시장인지, 플랫폼의 자정 의지가 있는지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국내 플랫폼은) 대부분 자정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소비자원 김도년 팀장은 “미디어 콘텐츠, 배송업체 결부, 금융서비스 등 소비자가 플랫폼을 변경할 수 없도록 유인하는 장치들이 많다”면서 “소비자가 어떤 시장이 유리한지 선택해야 하는데 디지털 플랫폼에 거래의 용이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선택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자율규제 방향성은 동의하지만 실질적 작동될지는 의문”이라면서 “플랫폼에 압력이 될 수 있는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건식 공정거래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법률 규제를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토론자였다. 그는 유럽의 DMA DSA를 수용하자고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법률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연구위원은 “플랫폼이 규칙을 만들고 심판을 보면서 선수로 뛰고 있다”면서 “독점력 시장지배력 기반 수익창출을 막기 위한 공정한 규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3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규제를 말할 때는 너무 빨랐다고 해도 이제는 글로벌에서도 자사우대나 알고리즘에 대한 일정 부분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글로벌 수준의 규제는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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