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법 제정, 1단계 빨리 넘고 2단계 가야”

“가상자산 시장은 현재 사면초가인 상황입니다. 일련의 사태를 통해 법안이 빠르게 논의되고 있지만 1단계 법안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 되더라도 일년 뒤고, 2단계 법안인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논의가 더 필요합니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에서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의 말이다.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25일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상정되지 못한 가운데, 전문가들과 업계가 한 자리에 모여 앞으로 시행될 가상자산 관련 법안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가상자산 열풍이 불었던 2017~2018년 당시 금융당국이 내놓은 조치는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통한 투기 열풍 해소였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반성과 제도적 미비함이 확인됐다”며 “국회에 입법 준비 중인 이용자 보호법을 통해 현재 시장에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으로 인해  입법 부재의 문제가 부각됐고,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 결과 현재 1차적인 법안 논의에 많은 진척이 이뤄진 상황이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빠르면 내년 6월에서 7월, 늦어도 9월에는 법이 시행될 전망이다.

이 법안은 이용자 보호에 대한 내용을 담은 1단계 법안이다. 영업행위 및 가상자산 상장 등에 내용이 담긴 2단계 입법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추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이용자 보호(고객 예치금 보호 및 분리 의무),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용자 보호는 ▲이용자 예치금의 신탁과 디지털자산의 보관 ▲해킹ㆍ전산장애 등 사고에 대비한 보험 또는 공제가입 ▲준비금 적립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불공정거래 규제 부문에서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 행위, 부정거래 행위를 불공정 거래 행위로 규정했다.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의 이상거래에 대한 감시 의무 조항과, 가상자산의 임의적 입출금 차단을 금지하는 행위도 금지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불법 행위, 양지로 끌어오는 규제 필요

이날 간담회에는 업계와 당국이 한 자리에 모여 법안의 빠른 시행에 대해 공감했다.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음지의 시장 유동성을 양지로 끌고 나오는 시작점”이라며 “남은 숙제는 시장 효율성 확보를 위해 가상자산 비즈니스의 주 사업 모델을 파악하고 이들의 거래 수요를 규제 안으로 끌고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탈중앙화 금융(Defi)에서 가상자산을 이용해 이뤄지는 불법 외환거래, 해킹∙자금탈취 시도 등의 불법 행위들을 규제 안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 가상자산 시장 내 안전성을 위해 각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고객확인제도(KYC)’를 통해 자금세탁방지 등의 해킹, 자금 세탁 행위를 막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최근 거래소 KYC 정보를 통해 해킹의 주범을 파악한 사례가 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일어난 가상자산 범죄 통계 (출처: 체이널리시스)

그러나 고객과 고객을 잇는 P2P(Peer to Peer) 방식으로 운영되는 디파이 시장에서는 관련 제도를 도입하기 어렵다. 중앙집중된 구조에서 벗어나 있어 중개 기관이 없고, 신원 증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파이에서의 자금 탈취 시도나, 유동성이 저하된 토큰의 시세를 조종하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이 외국 거래소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을 이용한 불법 외환거래(환치기) 적발도 잦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시장의 효율성을 확보하려면 이 환치기가 ‘차액 거래’로 규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가격 효율성은 차익거래 기회를 포착한 행위 등에 의해 유지되는데, 규제 밖에서 이뤄지는 가격 발견 기능은 시장 자체를 침체시킨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정부 주도 규제가 아닌 자율적 시장 중심의 안전망 확보를 추구를 통해 참여자 중심의 시장 활성화를 이끌어야 한다”며 “민간 주도가 효율적일 수 있는 상황과 정부의 규제가 필요한 상황을 구분해 규율 정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또한 “탈중앙화를 특성으로 하는 디파이 사업자에 대한 심도 깊은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며 “블록체인 네트워크 거래의 특수성을 고려해 가상자산 사업자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2단계 법안 시행 전, 자율규제로 회색지대 보완하겠다

금융당국 측은 “현재 문제로 제기되는 것들은 2단계 법안인 ‘디지털기본자산법’에서 다뤄질 내용들”이라며 “법 시행전까지 애로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규율체계를 만들고, 그 전까지는 업계와 협조해 자율규제로 규율해나겠다”고 전했다.

이석란 금융위원회 과장은 “업계 간 이해상충 문제나 스테이블 코인, 가상자산 평가∙자본∙사업자에 대한 영업 규율 등에 대한 내용을 연구 조사를 통해 앞으로 보고할 예정”이라며 “2단계 법안의 경우 유럽의회(EU)의 가상자산 법안인 ‘미카’와 미국의 가상자산 규율 체계를 많이 참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가상자산 공약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코인의 상장 및 발행 기능을 수행하는 ‘거래소 발행(IEO)’ 시행 여부에 대한 내용도 지적됐다. 이 과장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 및 방향은 설정되지 않았지만, 1단계 법안과 2단계 법안에서 ‘발행과 공시’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이와 결을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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