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사실상 사형선고” 결국 용산으로 간 원산협

비대면진료 플랫폼,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 전달
“복지부 시범사업안은 과거 회귀…규제개혁 의지 실종”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 소속 비대면진료 기업 대표들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는 ‘대통령께 보내는 호소문’을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비대면진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정과제를 통해 규제개혁 의지를 표명한 것과 전혀 다른 정책이 이어지는 현 시국의 문제점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대통령께 보내는 호소문’은 공개 직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지난 3년간의 비대면진료 한시적 허용의 성과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현장에서 실현 불가능한 시범사업안을 내놨다는 게 원산협 설명이다. 소속 기업 일동은 “보건복지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이 전면 재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범사업안에 따르면 앞으로 비대면진료는 ▲30일 이내에 ▲동일 병원에서 ▲동일한 질환으로 ▲1회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이력이 있어야만 받을 수 있다. 만성질환자 외엔 비대면진료가 쉽지 않다. 이는 지나친 규제로, 사실상 업계에 대한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는 게 원산협 입장이다.

비대면진료에 직접 참여 중인 임지연 가정의학과 전문의(원장)는 지난달 국회 유니콘팜 주최 토론에서 “하루에 50명 이상의 환자들이 비대면진료를 요청하고 있으며 99%가 초진에 해당하는 경증 환자들”이라며 “초진과 재진을 기계적으로 분류해 재진환자만 비대면진료가 가능하게 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굉장한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세계 흐름과 반대로 가는 국내 비대면진료 정책에 대해선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를 우려를 내비쳤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대표 변호사는 지난 2018년 기준 100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18억달러, 우리 돈 2조원이 훌쩍 넘는 투자가 몰린 사례를 들어 “원격의료가 금지돼 있는 등 우리나라였다면 100개 기업 중엔 75개 기업은 투자금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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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산업계를 더욱 옥죈 시범사업안이 나와, 투자유치가 요원한 상황에서 앞으로 우리 국민 대상의 비대면진료 스타트업 창업은 사실상 정부가 막은 모양새다. 지난 4월 기준 원산협이 파악한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업체는 31곳에 그친다. 이제 산업계가 태동하는 단계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디지털 헬스 산업 분석 및 전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헬스 산업은 2020년 1520억달러(약 200조원) 규모에서 2027년에는 5080억달러(약 669조원) 규모로 큰 폭의 성장률(18.8%)이 예상되는 분야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인 4330억달러의 35%(2020년 기준)에 해당할 만큼, 엄청난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원산협은 비대면진료 시 수가(진료 가격) 상승이 플랫폼 업체만 배를 불린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선 “세간의 오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수가 상승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요구다. 오히려 플랫폼 업체는 수가 상승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미국과 영국, 중국 등 국가를 보면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 가격이 같은 상황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장지호 회장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에 ‘대통령께 보내는 호소문’을 전달하고 있다. 원산협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진 중심의 시범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원산협)

다음은 원산협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께 올리는 호소문’ 전문이다.

대통령님,

저희는 비대면진료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입니다.

오늘 저희는 신문고를 울리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 이유는 당장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비대면진료의 시범사업이 그간 이뤄졌던 모든 국민 대상이 아닌, 일부 국민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저희 기업들은 이러한 시범사업이 사실상 사형선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0년 12월부터 3년이 넘은 지금까지 총 3,661만건 이상, 1,397만명 이상이 이용했지만 의료사고 ‘0건’으로 성공한 의료정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저희 비대면진료 기업은 지금까지 숱한 어려움에도 ‘국민건강’과 ‘비대면진료 제도 안착’이라는 일념으로 묵묵히 버텨왔습니다. 더 많은 병원, 더 많은 약국이 참여해서 모든 국민이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수수료 0원’을 고수하며 기업을 운영해왔습니다.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통령께서 후보시절 약속했던 비대면진료 공약과 국정과제 선정을 보며 저희 앱의 이용자들과 함께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국정과제에 포함된 이후 국회에서는 ‘정쟁화’가 되어,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이 더욱 통과가 되지 않았고, 결국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 발표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은 사실상 비대면진료를 금지시키는 反비대면진료 정책임이 자명해졌습니다.

대통령께서는 2021년 12월 3일 후보시절,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서 “비대면 진료는 피할 수 없는,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고 하시면서, “혁신적인 제도와 최첨단 기술의 혜택을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보건복지부의 대상환자 제한적 시범사업은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방안입니다.

비대면진료를 필요로 하는 국민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 곁에 있는, 혹은 나일수도 있는 일반 회사원, 맞벌이 부부, 그리고 만성질환자까지 다양합니다. 대면진료가 어려운 환경에 있어서 비대면진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국민께, 비대면진료를 위해서 다시 대면진료를 하라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이 과연 상식에 부합한지 여쭙고 싶습니다.

도서지역 환자, 장애인 환자 물론 비대면진료가 필요합니다.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몇 십년 전부터 해온 시범사업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 이게 규제개혁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습니다.

재진환자의 기준 또한 복잡합니다. ‘동일 의료기관’에 ‘30일 이내’에 ‘동일 질병’이라는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만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일주일이 남지 않은 지금, 대통령님께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비대면진료는 우리나라의 핵심기술인 의료기술과 IT기술이 접목되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고, 우리나라 국민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헬스케어 정책의 수혜를 입게 됩니다.

단언컨대, 비대면진료 정책이 이 모든 것의 첫 발이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2023년 5월 24일

비대면진료 스타트업 대표 일동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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