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가 초진인데…비대면진료 플랫폼 죽이기 법안? 3년 물거품될라

<관련 기사: ‘비대면진료 플랫폼’ 불법될 판…국외선 2조원 몰린 미래산업>

지난 18일 유니콘팜(공동대표 국회의원 김성원·강훈식) 주최로 열린 ‘비대면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이 여럿 나왔다. 오는 5월 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격하 조정을 앞둬, 코로나19 유행 여파로 한시적 허용한 비대면진료 플랫폼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 까닭이다.

토론회에 따르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비대면진료(원격의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문제다. 비대면진료를 ▲초진이 아닌 재진부터 허용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로만 한정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제 비대면진료에 참여하고 있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임지연 원장이 여러 문제점을 짚었다.

비대면진료에 참여 중인 가정의학과 임지연 원장이 18일 국회 스타트업연구모임 유니콘팜 주최 ‘비대면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화상 연결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성원 의원실)

99%가 초진 경증 환자…의료진‧플랫폼 3년 성과 물거품 위기

“사지마비, 협심증, 골절, 심각한 화상 및 암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사례는 없다. 직접 비대면 진료한 환자의 99%가 초진 경증 환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의료사고 한번 없이 하루 50명 이상의 환자를 비대면으로 진료할 수 있었다.”

임 원장은 의료 현장에서 초진과 재진의 기계적 분류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초‧재진 구분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초‧재진은) 사실상 같은 환자가 같은 의사에게 30일 이내에 진료를 받느냐 아니냐가 기준이다. 재진 환자만으로 한정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고 들었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비대면진료 환자를 재진으로 한정하면 굉장한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 초진 재진 단순 구분보다 좀 더 다양한 경우에 맞춰서 경증 질환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현실적으로 세부적인 논의가 돼야 한다.”

임 원장은 한 영유아가 밤새 고열로 시달리는 중 주변에 문을 연 병원과 약국이 없어 부모가 어려움을 겪을 당시, 비대면으로 진료한 뒤 약배송 플랫폼을 활용해 치료한 사례를 들었다. 만성질환자에 재진 환자로만 비대면진료를 허용할 시, 나올 수 없는 치료 사례다.

“2022년초 오미크론 확진자가 폭증했을 때, 보건소 공공의료기관들이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공포스럽게 폭발적으로 환자들이 증가했다. 그때 보건소 공무원들이 닥터나우를 소개하면서 앱을 깔고 진료를 보고 약배송 받으라고 했을 때가 있었다. 저희 의료진도 힘들었지만, 플랫폼 회사 직원들도 몸과 마음을 다 합쳐서 밤을 새워가면서 헌신했고, 그 토대로 오늘의 비대면진료가 이 정도의 성과(지난 3년간 1379만명 이용)를 이룬 것이다.”

‘비대면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 토론회’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발표 자료 갈무리

비대면진료 플랫폼 허가제? ‘핀셋 규제’로 전환해야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신현영 의원 대표발의안에 포함한 ‘비대면진료 플랫폼 허가제’를 꼬집었다. ‘너무 지나친 규정 아닌가’하는 의견이다.

“잘 아시다시피 이미 3000만건 이상 (비대면진료가) 사례 중에서 플랫폼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것을 허가제로 운영해야 된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규정인 것 같다. 만약에 실제 운영한 결과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시설 요건들이 미비해서 환자에게 어떤 문제 발생이 확인되면 그 부분에 필요한 핀셋 규제를 도입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회 유니콘팜에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초진을 허용하고 있다. 구 변호사는 “가장 합리적”이라며 동의했다. 초‧재진의 기계적 구분과 바쁜 현대인의 시간적 환경에 대해서도 의견을 보탰다.

“항상 같은 곳만 아파야 (재진으로) 비대면진료를 이용하게 되고, 다른 곳에 새로운 질환이 생기면 역시 대면으로 병원을 가야 한다. 저도 여러 가지로 열심히 생활을 영유하고 있지만, 물리적 환경이 아닌 시간적 환경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병원에 가기가 어렵다. 저희가 직장 내 노동법 관련 자문을 많이 해보면 직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자기거 어디를 아파서 병원에 간다는 것을 밝히기가 굉장히 어렵다. 병가를 내거나 또 연차를 내고 병원에 다녀오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새로운 질환이 생기게 될 때마다 병원에 다녀야 된다는 것이 지금 상황이다. 의료 전문가가 진료하는 환경에서 초진과 재진을 구별해서 재진만들 허용한다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시적 허용에선 투자 절벽…국외선 초거대 AI와 이미 결합 중

그는 지난 2018년 기준 누적 투자유치금 기준 상위 100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2조원이 넘는 투자금에 쏠린 사례를 들었다.

“의료 스타트업에 한국 기업이 없는 현실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우리나라 규제 상황이 그사이에 변한 것은 없고, 다만 코로나로 인해 한시적으로 진료가 허용돼있기 때문이다. 한시적 허용이라는 것은 벤처캐피털엔 규제가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심하고 안정적인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은 똑같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비대면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 토론회’ 발표자료 갈무리

그는 작년부터 화제가 된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비대면진료 등 헬스케어와 결합 시 비약적인 산업 성장을 기대했으나, 국외 상황과 반대인 국내 현실도 꼬집었다.

“(헬스케어는) GPT와 같은 초거대 AI 영향을 받는 산업으로, 이미 챗GPT 플러그인을 내놓고 플랫폼들과 연결돼 있다. 벌써 가족돌봄이라든지 하는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해외는 원격의료 비대면진료가 전부 거의 허용돼있는 상황에서 이런 초거대 AI와 결합하게 되면 그것이 가져올 비약적인 산업 성장은 과거에 우리가 논의하던 격차 수준을 뛰어넘는 속도가 될 것이라는 게 너무나 명백하다. 의료 산업의 주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요즘인 것 같다. 해외에선 의사들을 도와서 진료를 치료를 잘 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산업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초진인지 재진인지 또는 비대면진료를 허용할지 말지 논의 단계에 있다고 하니까 너무나 마음이 급한 상황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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