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플랫폼’ 불법될 판…국외선 2조원 몰린 미래산업
투자유치액 상위 100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에 한국 없어
100개 중 75개는 국내 들어오면 투자금 받을 수 없어
비대면진료 재진환자 한정 시 플랫폼 타격 불가피
“초진도 허용해야” 국회 유니콘팜, 초당적 대처 의지
국회 스타트업연구모임 유니콘팜(공동대표 국회의원 김성원·강훈식)이 18일 오전 10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4회 스타트업 토크 ‘비대면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2020년 2월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는 3년간 1379만명이 이용했으며, 이용건수가 3661만건에 달하는 등 국민의 의료접근성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 대처에도 플랫폼 역할이 컸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오는 5월 정부가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조정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시 허용한 비대면진료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여 있다. 국회는 비대면진료 상시화를 위한 여러 입법안을 내놓았으나 대부분 재진환자로 범위가 제한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유니콘팜은 비대면진료 일선 현장의 의견을 청취해 실효성 높은 비대면진료 상시화를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이번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니콘팜 공동대표이자 유니콘팜 제4호 법안인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성원 의원은 개회사에서 “비대면진료는 한시적으로 허용됐지만 장애인, 노인 등 의료 약자부터 직장인, 소상공인, 육아맘 등 평소 병원 방문이 어려웠던 국민들의 의료접근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며 “유니콘팜 의원들과 함께 의료 편의성을 향상시키면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유니콘팜 공동대표를 맡고있는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저출산 시대에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까지 겹친 상황에서 아이가 아플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부모님 목소리에 국가가 응답해야 한다”며, “육아맘, 지체장애인, 쪽방촌 주민, 직장인 등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워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유니콘팜에서 발의한 법안의 통과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유니콘팜 공동 연구책임의원을 맡고있는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축사에서 “비대면진료는 평소 병원에 가기 힘들었던 사람들의 의료접근성을 높이는 등 국민 의료 편익을 증대시켰다”며, “비대면진료가 불가능하게 된다면 많은 국민께서 불편을 느낄 것이기에 합리적 제도화를 위해 초당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아동학대, 청소년 폭력, 자살 등의 문제를 보면서 정신과, 소아청소년과 등의 접근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비대면진료를 통해 아프면 언제라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국가가 마련하고, 여러 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해 비대면진료가 올바르게 제도화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눈에 띈 발제는 글로벌 현황이다. 국외에선 디지털 헬스케어가 미래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려 2조원 가량의 투자금이 몰렸다. 산업 초기부터 국내외 비교 불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년 동안 누적 투자 유치액수 기준으로 1등부터 100등까지 100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보면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은 하나도 없다. 10년후 20년후 미래의 헬스케어 산업을 이끌 헬스케어 테크기업 속에 우리나라는 스타트업 단계에서 이미 없는 것이다. 당시 1년간 투자 유치액이 18억달러(약 2조3700억원, 18일 환율 적용 시)다. 2조가 넘는다. 고작 100개 스타트업이 2조원 이상 투자를 받았다. 벤처캐피털이 2조원이라는 소중한 돈을 투자금으로 넣어주고 있는데 BM(비즈니스모델)이 뭔지 보면, 44%가 원격의료 비대면진료 기업이다. 원격의료가 금지돼 있는 등 우리나라였다면 100개 기업 중엔 75개 기업은 투자금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구태언 법무법인 린 대표 변호사)
토론회에는 일선 현장에서 비대면진료를 제공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과 비대면진료에 참여 중인 가정의학과 전문의, 정부 관계자, 법률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가 모여 비대면진료의 미래와 입법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비대면진료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굿닥의 길은진 대외협력실장은 “초진부터 비대면진료가 가능했기에 환자에게 가장 빠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며, “약국이 없는 도서 산간 주민, 농민, 직장인 등에게 비대면진료를 제공해 왔지만, 초진이 금지된다면 아픈 환자들에게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없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읍소했다.
의사 출신인 이호익 솔닥 공동대표는 “환자가 집에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진료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초진부터 비대면진료가 허용되어야 환자의 고립을 해소하고 치료의 효용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약사 출신의 임현정 헥토클리닉 공동대표는 “공장형 약국, 환자 쏠림 현상, 오투약 등 약사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이는 모두 기우였다”며, “재진부터 비대면진료가 제도화 된다면 진료 범위가 크게 줄어들기에 현행대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비대면진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루에 50명 이상의 환자들이 비대면진료를 요청하고 있으며 99%가 초진에 해당하는 경증 환자들이다. 초진과 재진을 기계적으로 분류해 재진환자만 비대면진료가 가능하게 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굉장한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다. 한 사례에선 유치원에 다니는 7살 여자아이가 토요일 밤에 열이 나고 두드러기가 온몸에 생겼다. 주변에 문을 연 약국이나 병원 한군데도 없었고 그래서 저를 통해 진료를 받고 약을 배송받아 말끔이 나았다. 비대면진료가 재진으로 한정됐다면 닥터나우와 같은 플랫폼으로 의사를 선택할 수 없고 진료 및 약배송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병원갈 시간이 없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가 몸이 아플 때, 주말에 동네 병원이 문을 닫았을 때, 집 근처 소아과에 대기가 많을 때, 이럴 경우에 환자가 원하는 병원을 비대면진료를 볼 수 없게 한다면 환자의 자율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필요할 때 진료를 받지 못해 건강이 더 악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 초진 재진 단순 구분보다 좀 더 다양한 경우에 맞춰서 질환 경증과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논의가 돼야 한다고 본다.”(비대면진료에 직접 참여 중인 가정의학과 전문의 임지연 원장)
계류 중인 5개의 비대면진료 입법안을 비교한 내용을 바탕으로 법률 전문가도 의견을 개진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3000만건이 넘는 비대면진료가 이루어지면서 플랫폼 때문에 발생한 사고는 거의 없었음에도 플랫폼 허가제를 실시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며, “초진과 재진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법률적으로 합리적인 근거가 없으며 환자의 범위를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정한 유니콘팜의 비대면진료 법안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법률 전문가로서의 입법안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코로나19 팬데믹, 특히 오미크론 변이로 하루 확진자가 62만 명에 육박했을 때 비대면 진료가 위기극복에 큰 기여를 했다”며, “제도화도 필요한 상황이지만 감염병 위기단계 조정에 따른 비대면진료의 공백이 예상되기에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범위에서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