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번역하는 ‘딥엘’ 한국시장 공략 박차…8월 유료 모델 출시
인공지능(AI) 번역 서비스 ‘딥엘(DeepL)’이 한국에 본격 상륙한다. 마치 사람이 직접 말하는 것처럼 유려한 번역으로 유명한 서비스다. 자연스러움의 비결은 무엇일까. 딥엘 수장의 입에서는 만족스러운 답이 나오지 않았다. 거대 테크기업과의 경쟁하는 상황서 자세한 노하우를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단, 개인적으로 쓰던 사용자들의 입소문이 유료 엔터프라이즈 고객 확보까지 이끌거란 자신감만은 확실했다.
9일 야렉 쿠틸로브스키(Jarek Kutylowski) 딥엘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미디어 대상 간담회에서 “딥엘은 사람, 기업, 컴퓨터 사이의 거대한 언어장벽을 허물고 있다”며 “다양한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의 번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7년 설립한 딥엘은 현재 전세계 약 50만명의 사용자와 2만개 이상의 기업이 사용하는 AI 기반 번역 서비스로 성장했다. 웹사이트를 비롯해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쓸 수 있는 딥엘은 어색함 없는 번역 퀄리티로 입소문이 났고 지난 1월부터 한국어 지원을 시작했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설립 이후부터 신경망에 대한 연구를 거듭했고, 관련 기술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정확성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번역 품질 평가로 번역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딥엘은 자칫 어색할 수 있는 번역체를 탈피해 원어민이 말한 듯 자연스러운 표현을 자랑한다. 이는 언어구사 수준이 높은 원어민과 에디터 채용, 한국어 데이터 학습이 비결이라는 게 쿠틸로브스키 CEO의 설명이다.
그는 “인터넷상에 공개된 한국어 데이터를 크롤링해 AI모델 학습에 사용했다”며 “절대적 데이터량보다는 어떤 번역이 맞는지 집중하고, 어떤 데이터가 우리 모델을 학습하는 데 적합한지 파악하는 데 많은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딥엘은 트랜스포머(Transformer) 아키텍처의 일부 어텐션(Attention) 매커니즘을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어텐션 방식은 기존의 순환신경망(RNN·Recurrent Neural Network) 방식의 단점을 개선, 문장을 병렬로 번역해 서로 거리가 떨어진 단어의 연관성까지 알아내 이해 능력을 높인 모델이다.
딥엘은 합성곱 신경망(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 방식을 고도화해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틸로브스키 CEO는 딥엘이 정확히 어떤 신경망 모델을 썼는지, 초거대 언어모델의 파라미터 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 기술 관련 질문에는 입을 닫았다. 학습하는 한국어 데이터의 규모도 밝히지 않았다.
그는 “거대 테크기업과 경쟁하는 입장이라 자세한 (기술 사항은) 아쉽게도 밝힐 수 없다”면서 “신경망 아키텍처가 우수해 빅테크와 경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5~6년간 딥엘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경쟁사 대비 번역 품질을 우수하게 개발해왔기 때문”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딥엘은 오는 8월 한국에도 유료 서비스인 ‘프로(Pro)’를 론칭한다. 딥엘 프로는 ▲분량 제한 없는 무제한 텍스트 번역 ▲번역 톤 앤 매너 커스터마이징 ▲API 통합 ▲ 데이터 보안 등의 기능을 갖췄다.
특히 보안에 있어서는 입력한 텍스트를 번역 즉시 삭제, 서버에 데이터를 남기지 않아 기밀 유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프로 모델이 이미 제공되는 국가에서는 법률이나 금융 등 보안이 생명인 기업 고객을 다수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무료 모델은 입력한 원문을 AI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
딥엘은 한국을 세계 5대 시장이 될 거라 기대한다. 8월 프로 출시에 이어 향후 한국지사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한국이 큰 나라는 아니지만 세계와 연결성 측면에서 번역에 관심이 많은 국가”라며 “또한 기술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도도 크기 때문에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연스러운 번역으로 입소문이 난 만큼 엔터프라이즈 고객 확보도 수월할 것으로 본다. 한국은 이미 파파고와 구글 등 거대 기업의 번역 서비스가 뿌리내린 상황. 이 장벽 또한 서비스 자체에 대한 충성도로 뚫을 수 있다는 게 딥엘의 생각이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현재 기업이 전사적으로 딥엘을 도입하는 과정을 보면 이미 직원이나 소규모 팀 차원에서 사용하다 전사적으로 도입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플랫폼 기업의 장점이 있다. 다른 솔루션으로 관계를 맺은 뒤 번역 서비스를 통해 추가로 관계를 맺는 것”이라면서도 “우리 딥엘의 전략은 그 해당 기업의 직원들이 딥엘을 사용하고 우수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만족스러울 경우 경영진도 딥엘 적용을 긍정적으로 볼 것이다. 우리가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번역을 넘어 자동화한 통역 서비스 제공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그런 수준의 기술은 충분히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며 “계속 연구하는 부분이고 언젠가는 (번역까지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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