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조 빅딜’ 불발 위기…클라우드 게임 뭐기에?

영국의 반독점 규제 기관인 경쟁시장청(CMA)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콜오브듀티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게임 기업인 액티비전블리자드를 690억달러(약 92조원)에 인수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26일(현지시각) 영국 CMA가 두 회사 합병에 대해 클라우드 게임 시장 독점화 우려로 합병 금지 의견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냈다. 정보기술(IT) 역사상 최대 규모 빅딜이 불발 위기에 놓였다.

앞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양사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을 낸 바 있다. FTC도 MS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할 경우 넷플릭스의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것처럼, MS도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같은 입지를 다지게 될 것으로 봤다.

MS와 액티비전블리자드는 CMA 최종 보고서 결정 취소를 위한 소송 의사를 밝혔다. 두 회사의 합병 유효 기간은 오는 7월 18일이다. 이후 기한 연장과 함께 소송이 제기되면 합병 승인을 끌어내기 위한 장기간의 2라운드가 펼쳐질 전망이다.

블록버스터 게임도 클라우드로…시장 우위 공고화 전망

CMA가 밝힌 두 회사 합병 금지의 핵심 이유는 ‘게임 구독 시장의 독점화 우려’ 때문이다. CMA는 MS가 이미 전 세계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60~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봤다. MS는 ‘엑스박스 게임패스’ 클라우드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클라우드 게임은 중앙 서버에서 콘텐츠를 구동한 뒤 실시간 영상을 송출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조작 시점 대비 반박자 느린 지연 시간 문제도 슈팅(FPS) 등 특정 장르를 제외하곤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품질이 올라왔다. 인터넷 속도와 대역폭만 받쳐주면 단말기 사양과 플랫폼의 제약 없이 고품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클라우드 게임은 보통 월 유료 구독 모델로 운영된다.

CMA는 “이 거래는 콜오브듀티, 오버워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같은 중요한 게임 콘텐츠에 대한 통제권을 부여해 시장에서 MS 우위를 강화할 것”이라며 “액티비전은 가까운 장래에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게임을 제공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의견을 담았다.

자국보호주의에 기반을 둔 반대 의견도 실었다. CMA는 “게임은 영국에서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부문”이라며 “클라우드 게임은 게임 플레이 방식을 바꾸고, 사람들이 값비싼 콘솔과 게임용 PC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며, 게임을 하는 방법과 장소에 대한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게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시장 현황을 언급했다. 이어서 “이는 우리가 이 신흥 시장에서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외신에 따르면 블리자드 대변인은 CMA가 최종 보고서를 내자 “경쟁시장청의 보고서는 IT 사업을 하기에 매력적인 나라가 되겠다는 영국의 야심에 위배된다”며 지적했고, MS의 브래드 스미스 부회장은 “경쟁시장청은 경쟁 저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실용적 방법을 거부했고 영국의 기술 혁신과 투자를 위축시킨다”고 말했다.

‘실물보다 디지털’ 이제 구독 시장 전초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년 미국콘텐츠산업동향 4호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게임 판매량이 이미 실물 게임 판매량을 넘겼다. 2020년 한해에만 전년 대비 실물 게임 판매는 13% 감소했고 디지털 판매량은 같은 기간 동안 22% 증가했다. 결국 디지털 라이선스가 시장 표준이 될 것이라 봤다.

실제로 스팀과 에픽게임즈스토어 등 디지털 게임 유통 플랫폼의 글로벌 확장과 콘솔(가정용 게임기)에서 게임을 내려받아 즐기는 디지털판이 흥행하는 등 서구권에서도 온라인 서비스가 시장 대세가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디지털 게임의 구독 시장도 점차 커질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은 구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정기적인 무료 게임 업데이트와 특별 할인코드 등을 앞세워 이용자 저변을 확대 중이다.

영국과 미국 경쟁당국의 MS와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합병 반대 이유가 ‘가설을 앞세운 과도한 우려’라는 주장도 있으나, 물밑에선 구독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중으로 봐야 한다.

상당수 월 구독자는 게임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헤비 게이머’다. 이들을 끌어들여야 시장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구독 인기 유인 중 하나가 ‘블록버스터 시리즈 게임’으로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유명 프랜차이즈 게임이 첨병이 될 수 있다.

<관련기사: ‘반도체 쇼티지’도 못 살린 구글 클라우드게임>

향후 클라우드 게임 시장 확대의 관건은 ‘가격’도 있다. 앞서 나온 ‘구글 스태디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종료는 기술이 아닌 서비스의 실패 사례로 꼽힌다. 4K 고해상도를 서비스할 정도로 품질이 좋았으나, 월 구독료에 풀프라이스(할인 혜택 없는 정가) 수준의 디지털 게임 라이선스 별도 결제가 필요해 서비스 안착에 걸림돌이 된 바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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