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유명 웹툰 작가의 ‘네이버’ 이야기
네이버웹툰이 지난 25일, 자체 수익화 모델인 PPS 10주년을 돌아보는 자릴 열었다. 이 자리에 네이버웹툰에서 연재하는 작가 3명이 초대손님으로 무대에 올랐다. <비질란테>를 연재한 김규삼 작가, <머니게임>의 배진수 작가, 그리고 <닭강정>을 만든 박지독 작가다(= 사진 오른쪽부터).
셋의 공통점이라면 네이버웹툰을 통해서 인기 작품을 연재했고, 이를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을 경험 중인 이들이다. 네이버웹툰은 회사의 수익화 모델의 무게 중심을 IP 다각화로 꼽았는데, 그런 면에서 이 세작가의 경험담은 앞으로 네이버웹툰이 어떤 방향으로 웹툰 생태계의 리더십을 가져갈지를 가늠하게 할 사례들이다.
[앞에서 이어지는 기사: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빅테크 안 무섭다, 미국에서도 웹툰은 네이버가 짱”]
이들은 지금의 웹툰시장과 네이버웹툰이라는 플랫폼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세 작가가 간담회에서 나온 질문들에 답했다.
김규삼 작가는 지난 10년간 웹툰 산업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했을 텐데, 과거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김규삼 작가_ 웹툰 초창기에는 작가 수입이 원고료 밖에 없었다. 보통 부가 수입은 외주 같은 별도의 일을 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미리보기나 완결보기 같이, 작품이 흥행해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여유가 생겼고, 스탭에게도 더 많은 고료를 줄 수 있는 등 좋은 창작 환경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박지독 작가는 미술이나 창작 계통 전공자가 아니다. 왜 웹툰 작가를 꿈꿨고, 어떻게 데뷔하게 되었나?
박지독 작가_ 전공자가 아니었으므로 처음부터 웹툰 작가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재미 삼아서 ‘도전만화(네이버웹툰에서 운영하는 아마추어 작가 전용 페이지)’에 만화를 올리다가 운 좋게도 데뷔를 하게 됐다. 도전만화, 베스트도전 같은 시스템을 통해 적극 독자분들과 소통하게 됐고, 그 소통에서 재미를 느껴 웹툰 작가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것은 ‘지상최대 공모전’에 당선된 이후다.
배진수 작가도 도전만화 출신으로 알고 있다. 이 공간을 남다르게 느끼고 있다고 들었는데
배진수 작가_ 이전에는 만화를 그려본 적도, 만화가가 되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원래 글작가를 꿈꿨고, 영화 시나리오도 발표했지만 잘 안 됐다. 그래서 이 시나리오를 그림 작가분과 함께 웹툰으로 만들면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 준비를 했는데, 모종의 사유로 그림 작가가 떠났다. 당시에 이미 내가 나이도 많고, 어쩔 수 없이 내가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평생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는 사람이 그림을 잘 그리긴 어렵더라.
그런데 도전만화, 베스트 도전, 정식 연재 작품 등을 모두 봐도 기존의 출판 만화 시장 때랑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다는 것이 내게 용기를 줬다. 출판 만화 때는 당연히 기본적인 그림 실력, 연출 실력이 필요했는데 웹툰이라는 곳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지망생에고 조금 더 넓은 문, 낮은 문턱을 제공하는 공간 같아서 용기를 내서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계기를 줬고, 꾸준히 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연재 끝에 정식 연재 제안이 들어왔다. 그때 느낀 것은, 정말 운이 좋았다는 것이다. 출판 만화 시절이었다면 나 같은 사람은 절대로 데뷔를 못했을 것이다. 마침 이를 보조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는 것, 그래서 지금까지 10년 넘는 세월 동안 이렇게 먹고 살 수 있구나 하는 걸 한 번씩 느낀다.
IP 비즈니스, 그중에서도 영상화와 관련한 질문이다. 세 분 작품 모두 원작을 기반으로 영상화가 진행되고 있거나 또는 진행되었다. 특히, 박지독 작가는 데뷔작인 ‘닭강정’이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된다. 사람이 닭강정이 되는 내용이 워낙 특이해서 팬들조차 영상화 소식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고 하던데
박지독 작가_ 정말 기뻤다. 영상화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고, 가능할 거라고 생각도 잘 하지 못했다. 그런데 올 초 촬영현장에 초대를 받아 방문했는데, 내가 웹툰 속에 잠깐 들어가 있다고 느꼈을 정도로 원작을 정말 잘 구현해줬더라.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김규삼 작가의 ‘비질란테’도 디즈니플러스에서 시리즈로 제작 중이다. 굉장한 스케일의 작품이 나올 것 같은데, 처음부터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그린 작품일까?
김규삼 작가_ 아니다. 그렇지만 요즘 들어서는 신작을 구성할 때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쪽이 더 넓은 독자층에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요즘은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다른 두 분도 차기작 준비할 때 영상화를 염두에 두나?
배진수 작가_ 같은 노동을 투입한다면 여러 매체를 얻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영상화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박지독 작가_ 저도 이제는 영상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배진수 작가의 ‘머니 게임’은 특이하게 웹 예능으로 먼저 나왔었다. 미국에서도 웹 예능으로 만들어졌고 지금은 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 중인데, 어떤가?
배진수 작가_ 좀 놀랐다. 머니게임은 사람이 돈 때문에 죽고 죽이는 처절한 이야기다. 유명 유튜버가 찾아와 이걸 다큐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을 때 이걸 어떻게 구현 가능할지… 그래서, 처음에는 대본을 쓰자고도 했다. 리얼로 가면 너무 위험하거나 혹은 반대로 너무 재미가 없어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결국 리얼로 갔다. 원작의 의도도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관찰하는 다큐 같은 내용이었으니까. 그렇게 론칭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잘됐다. 이후에 ‘~게임’과 같은 예능도 많이 나왔고, 작은 규모지만 그래도 텐트폴을 세웠다는 그런 기쁨은 있다.
드라마 역시 웹툰이 아니라 예능을 보고 제작사에서 제안이 들어온 거다. 어쨌든, 웹툰이 독자분들이 많이 보는 공간에서 연재된 것이라 파급력이 있었던 것 같다. 농담이지만, 머니게임을 제 블로그에 혼자 연재했다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만화도 해외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한국 웹툰은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까
배진수 작가_ 어려운 질문이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한국적인 게 어떤 것이냐, 소위 K가 붙은 브랜드가 왜 잘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제 생각인데, ‘한’이라는 정서다. 한은 우리가 다 공유하고 있는 감정인데, 단순히 누구를 향한 원망이나 나의 슬픔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들이 순화되어 내재된, 정말 레이어가 깊은 그런 감정이다.
한국에서 만든 영화나 드라마, 웹툰도 다 이런 정서가 깔려 있다고 본다. 그것이 어떤 효과를 가지고 오느냐면, 확실히 더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조금 더 단순한 감정이라면, 한이라는 정서가 달린 한국의 콘텐츠는 보는 이에게 그보다 큰 울림을 주는 걸로 보인다.
김규삼 작가의 작품 스타일에 대한 질문이다. 초반에는 밝은 느낌의 개그물을 많이 작업했는데, 요즘은 어두운 분위기의 아포칼립스나 액션 쪽 작품으로 방향이 바뀐 걸로 보인다. 웹툰 산업의 변화가 작가의 작품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쳤나?
김규삼 작가_ 그렇지는 않다. 산업의 변화 측면보다는, 개인적인 욕심으로 더 많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은 거다. 그렇지만 웹툰 산업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는 게,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려면 그에 맞춰서 또 같이 일할 사람을 구해야 한다. 거기에 큰 비용이 드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수익 분배를 잘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미리보기나 완결보기에서 좋은 수익이 나오면서 더 많은 스탭을 고용할 수가 있다. 그게 작품의 질적 향상이나 새로운 도전의 원동력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유료 매출과 광고 영상화, 단행본, 게임, 굿즈 등과 같이 다양한 IP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는 게 작가에게는 어떤 의미를 주나?
배진수 작가_ 나도 PPS가 도입이 되기 전에 데뷔를 했다. 처음에는 충격이었다. 유일한 수입ㅇ원이었는데, 일주일 내내 고생해서 그린 작품의 고료에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PPS가 생기고 여러 수익 모델이 생겼을 때 가장 좋았던 것은 작품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는 거다. 예전에는 두 가지 요소의 방해를 받았다. 첫번째는 물리적 수입이 적어서 외주나 영업 같은 일을 같이 해야 했다. 두번째는 머리를 굴리게 된다. 내 작품이 돈이 안 되니까, 돈 되는 작품을 해야 할까, 라고. 그런데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도, 아무도 안 볼 것 같은 이런 작품을 함에도 불구하고 집중할 수 있고 생활을 영위하는데도 무리함이 없다.
IP 수익 배분 측면에서 네이버웹툰의 PPS를 다른 곳과 비교한다면?
김규삼 작가_ 다른 플랫폼에서 연재한 적은 없고, 이전에 출판사에서 연재한 경험은 있다. 출판 연제는 인세가 10% 수준이다. 지금의 네이버 플랫폼과 비교하면 몇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구조다. 게다가 당시에는 선배 작가들도 그렇고, 출판사가 부수를 속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던 때다. 작가들 사이에서는 “출판사가 가르쳐주지 않는 증쇄를 알아차리는 방법” 같은 노하우가 작가들 사이에서 돌 정도로 불신이 팽배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수익 분배율이 좋다. 해외에서도 작업을 하기 때문에 판권 계약을 하는데, 깜짝 놀라는 것이 이런 곳(네이버웹툰)이 없다는 거다. 수익 분배 비율 뿐만 아니라, 저작권을 작가한테 다 주는 경우가 희귀한 케이스라는 걸 실감할 정도다. 제가 보기에 가장 좋은 강점은 작가와 플랫폼 간 불신이 없고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계속 좋은 작품이 나오고, 규모도 계속 커져서 좋은 작가가 점점 이 웹툰 시장으로 흘러들어오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박지독 작가_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계약을 진행할 때 작가에게 한 번 수익이 돌아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익이 공유될 수 있도록 계약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투명성이다. 이 작품이 어디에 어떻게 활용되었고, 그로 인해서 얼마의 수익이 작가에게 지급 되었는지를 늘 투명하게 공개한다. 특히 미리보기 수입 같은 경우는 작가가 원할 때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독자의 반응을 볼 때 미리보기 수익을 참고하기도 한다.
그동안 연재했던 작품들 가운데 PPS를 통해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작품을 꼽자면 어떤 것인가? 그리고 대략적인 수익 규모는?
김규삼 작가_ 단기간으로 제일 많은 수익을 낸 것은 비질란테라는 작품이고, 장기간 계속 좋은 수익을 내고 있는 작품은 하이브 시리즈다. 수익 규모는, 수입이 적었을 때는 스텝들에게 돈을 많이 줄 수 없었다. 수입 자체가 작았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업계에서 가장 괜찮은 대우를 해줄 수 있게 됐고, 보너스나 선물도 해줄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이 늘었다. 그점을 굉장히 행복하게 생각한다.
배진수 작가_ 머니게임이다. 미리보기와 다시보기, 출판, 영상화, 게임, 심지어는 방탈출 카페에서도 콜라보를 하지 않겠느냐고 연락이 온다. 머니게임을 잘 홍보해준 유튜버 분께도 감사드린다(웃음). 수익적 측면에서, 결혼할 때 나는 막 데뷔한 신인 작가였다. 당시 아내가 고액 연봉자였고, 나는 수입이 적어서 눈치를 봤는데(웃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그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박지독 작가_ 닭강정이다. 광고나 미리보기, 영상화 고루 큰 수익을 갖져다 줬다. 현재 작품 완결 후 1년째 휴식기를 갖고 있는데 그동안도 삶에 여유가 있을 정도의 규모로 수익이 났다.
애플이나 아마존이 일본에서 웹툰 플랫폼 시장에 진출하는 등 우리 웹툰 콘텐츠가 해외 독자들에 다가갈 수 있는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어떤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나?
김규삼 작가_ 준구(네이버웹툰 대표)가 들으면 안 될 이야기 같다(살짝 웃음). 네이버웹툰 초창기 부터 주변 사람들한테 하던 이야기가 있다. 네이버웹툰과 같은 회사가 최소 3개는 있어야 건강한 시장이 된다는 것이다. 하나만 이렇게 원톱으로 가서는 안 좋다는 것인데, 지금 애플이나 아마존은 굉장히 큰 회사다. 이런 회사들이 이 업종에 가능성을 보고 후발주자로 뛰어든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짜릿하고 흥분되는 경험이다.
어떤 분들은 경쟁자가 생기니까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굉장히 더 많은 작가들이 이 업종에서 살 수 있는 좋은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 우려가 있다면, 아마존이나 애플이 단순히 이 업종의 시장 가치나 경제적 가치관만 보지 말고, 좋은 수익 분배 구조나 저작권을 보장해주는 시스템까지 받아들였으면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