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증권, 증권성 기준·블록체인 망 구성 논의해야”

토큰 증권(ST) 가이드라인이 나온 지 약 2개월이 흘렀다. 2개월 동안 시장과 당국은 ST가 무엇인지, 향후 ST 사업을 어떻게 전개해야 하는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논의했고 어느 정도 합의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아직까지 논의되지 않은 과제들이 있다. 토큰 증권성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블록체인 망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가 그것이다.

ST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화된 증권으로 뮤직카우 등 조각투자 시장이 커지면서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ST 제도 기반 마련을 위한 전자증권∙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오는 6월 제출할 예정이다. 관련해 업계에선 당국이 법안을 제출하기 전 두 가지 사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STO 입법 쟁점과 디지털자산 발전 정책 세미나’에서 토큰 증권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이유에 대해 “국내에서 토큰 증권성에 대한 기준을 미국의 하위(HOWEY) 테스트에 입각해 넓게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위테스트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투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1933년 만든 기준으로 ▲금전의 투자 ▲공동사업 ▲타인의 노력에 의존 ▲투자 수익의 합리적 기대라는 네 가지 요건으로 구성됐다. 금융위원회 또한 SEC가 바라보는 기준과 유사하게 ▲금전 등을 투자 ▲공동사업 ▲주로 타인의 수행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의 권리 등이 충족됐을 때 증권성을 띤다고 밝혔다.

토큰의 증권성은 ▲일정기간 경과 후 투자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경우 ▲사업 운영에 따른 손익을 배분받을 수 있는 경우 ▲실물자산, 금융상품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조각투자 대상의 가치상승에 따른 투자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 경우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회수금액을 지급받는경우 ▲다른 증권에 대한 계약상 권리나 지분 관계를 가지는 경우 ▲투자자의 수익에 사업자의 전문성이나 사업활동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기준으로 판단된다. 제시된 모든 조건에 다 부합해야 증권성을 띤다고 할 수 있다.

조 변호사는 “국내 ST 사업은 미국 정책이나 판례에 편향되지 않고 더 나아가서 봐야한다”며 “싱가포르, 스위스 등 다양한 나라에서 ST를 어떻게 규제하고 있는지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고히 했다.

민기호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번호사 또한 “ST 규제 범위의 핵심은 구매자가 수익을 분배받지 않고 전매 차익만을 기대하는 ‘차위 실현형 가상자산’도 증권에 해당할 수 있는지의 여부지만, 금융위는 이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기준은 ▲구매자가 발행자와 이익배당 등을 통해 사업 성과를 공유하는 경우(수익분배형 가상자산) ▲가상자산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 발행자를 믿고 구매한 경우(차익실현형 가상자산)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차익실현형 가상자산까지 증권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수익분배형 가상자산만 증권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차익실현형 가상자산은 투자자가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금융위는 증권성 판단 기준으로 ‘투자자 모집 시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발행인의 노력, 경험과 능력 등에 대한 내용이 적극적으로 제시된 경우’를 열거하고 있는데 이 문장은 차익실현형 가상자산도 증권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위가 제시한 증권성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주장이다. 민 변호사는 “금융위원회가 차익실현형 가상자산도 증권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위은 ‘투자계약증권’을 통해 꾸준히 설명해왔다고 부정했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과장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정부가 증권성 판단을 해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불분명하다고 생각하면 안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ST 유통체계와 관련해 블록체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가 이뤄졌다.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 최고운영책임자(COO)는 “ST 사업이 시장 확대에 큰 의미가 있는 건 맞지만, 실제 산업 발전의 성과를 보려면 블록체인의 최대 장점인 ‘탈중앙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금융위가 블록체인 기술 요건에 ‘폐쇄형(프라이빗)’ 블록체인 망만 사용하도록 정의했다. 따라서 자산에 대한 유통과 소유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장점이 없어지게 됐다는 이야기다. 또 금융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증권사가 ST를 유통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아니라 기존 증권 인프라를 활용하도록 돼 있다.

또 개별 증권사가 각각의 블록체인을 구성해 은행, 발행주체 등 생태계 참여자간 분산원장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 COO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생태계 내 플랫폼 경쟁을 활성화해 관련 기술 또한 발전시킬 수 있다”며 “분산원장을 통한 유통성, 소유권에 대한 장점이 없어지게 되면 사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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