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뛰어든 에피웨이퍼 시장, 스타트업 “오히려 좋아”

전력반도체 수요 증가로 국내 화합물반도체 웨이퍼 소재 스타트업도 조금씩 성과를 내는 중이다.  화합물반도체란 단일 실리콘(Si)이 아닌 실리콘카바이드(SiC) 혹은 갈륨 나이트라이드(GaN) 등 화합물 웨이퍼를 기반으로 만드는 반도체를 말한다. 실리콘 기반 반도체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는 강점을 가졌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화합물반도체 웨이퍼 소재 스타트업들은 올해 안에 사업을 본격화하거나 확대하는 전략을 취할 계획이다. GaN 에피웨이퍼(웨이퍼 상에 특정 단결정층을 증착해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소재) 생산업체 아이브이웍스는 올해 중으로 예비심사청구를 진행하고 내년 중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2013년 설립된 SiC 에피웨이퍼 스타트업 아르케도 올해 10월 중으로 본격적인 양산에 착수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아이브이웍스가 생산한 6인치 GaN on SiC 에피웨이퍼 (출처: 아이브이웍스)

이미 국내 웨이퍼 생태계 전반에는 SK실트론이라는 대형 제조업체가 기반을 잡고 있다. SK실트론은 2021년 말 기준 글로벌 12인치 웨이퍼 시장점유율 18%를 차지하면서 세계 3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에피웨이퍼 사업도 영위하면서 수직계열화를 단행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과 동일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확대 측면에서 스타트업에게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간 실리콘 웨이퍼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던 SK실트론은 약 3년 전부터 화합물반도체 웨이퍼 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2020년에는 미국 화학업체 듀폰으로부터 SiC 전력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해 화합물반도체 웨이퍼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달에는 6억4000만달러(약 8544억원)을 생산라인에 투입해 SiC 웨이퍼 생산량 확대에 나섰다. 더불어 회사는 GaN 웨이퍼 공동 개발 및 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해 지난해 10월 영국 에피웨이퍼 제조사 IQE와 협력하기로 했다. 이미 웨이퍼부터 에피웨이퍼까지 잡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SK실트론의 에피웨이퍼 시장 진입이 투자가 위기가 아닌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 본다. 우선 이들이 투자를 단행하면서 국내 전력반도체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이브이웍스 관계자는 “그간 국내 화합물반도체 웨이퍼 산업은 불모지와 같았는데, SK실트론이라는 대기업이 해당 분야에 투자하면서 에피웨이퍼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높아졌다”면서 “2021년에는 SK실트론과 국책과제도 수행하는 중인데, 화합물반도체 수요를 파악하고 충족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기가 돼서 좋은 소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형 에피웨이퍼 제조업체의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스타트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르케 관계자는 “전력반도체 수요 증가로 에피웨이퍼는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특정 기업의 독식이 아닌 협업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며 “화합물반도체 웨이퍼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경쟁 구도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 “에피웨이퍼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며 “많은 기업이 쉽게 뛰어들 수 없는 산업이기 때문에, 현재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 추후 성장하는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케는 2020년 3월 정부가 지원하는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됐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올해 3월 보고서에 따르면, SiC 반도체 시장은 향후 3년 간 성장률이 평균 30%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올해에는 22억7500만달러(약 3조394억원)로 전년 대비 41.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GaN 반도체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Yole Development)는 지난해 6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GaN 전력반도체 소자 시장은 2021년 1억2600만달러(약 1683억원)에서 2027년 20억달러(약 2조6720억원)까지 늘어나 연평균 59%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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