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전’ 펼치던 배터리 소재업체, 단골 넘어 새로운 손님 맞이

국내 주요 배터리 양극재 공급업체가 고객사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거래 관계를 깊게 맺어 놓은 배터리 제조사 외 다른 업체에도 소재를 공급하고 나선 것. 원재료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새로운 고객 확보에 필요한 기술력도 이미 갖추고 있어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그간 주요 배터리 소재업체는 특정 기업 한두 곳과 깊게 협력하면서 사업을 펼쳐왔다. 예를 들어 포스코퓨처엠 매출의 50%는 LG엔솔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에코프로비엠도 매출의 절반 가량이 삼성SDI에서 나온다. 엘앤에프도 LG엔솔이 핵심 고객사다. 이에 업계에는 포스코퓨처엠과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에코프로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와 ‘한 팀’이라는 인식까지 자리잡았다.

구조가 이렇게 된 건 아직 배터리 시장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처음 거래 계약을 맺은 기업에 주력해 소재를 공급하던 업체들은 최근 들어 시장이 커지면서 고객사 확대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처음 단골 고객을 확보해 놓고 점차 손님을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처음 거래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기업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각 소재업체가 현재 가장 의존하고 있는 배터리 고객사는 모두 초기부터 협력했던 곳이다. 포스코퓨처엠은 가장 배터리 생산량이 많은 LG화학(현 LG엔솔)을 가장 먼저 타깃으로 삼았다. 엘앤에프는 범GS기업으로 전신인 LG계열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따라서 LG엔솔과 먼저 손을 잡았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에서 요구하는 하이니켈 원재료를 공급하면서 관계를 틀 수 있게 됐다. 지난 2020년 에코프로비엠과 삼성SDI는 합작법인(JV) ‘에코프로이엠(EM)’을 설립하면서 협업 체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각 소재업체의 고객사 확보 움직임이 도드라지고 있다. 지난 1월 포스코퓨처엠은 삼성SDI와 10년 단위의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도 SK온 양극재 납품 비중을 높이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LG엔솔 공급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지만, 이 또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에 소재 업체가 고객사 늘리기에 팔을 걷어붙이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매출이 크게 늘어난데다, 주요 배터리 3사의 제품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에코프로비엠 관계자는 “그간 소재 업계는 특정 고객사와 주로 거래를 진행했지만, 추후 시장이 커지면서 배터리 업계에서도 소재 다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면서 “자연스럽게 배터리 시장 규모와 원재료 수요가 늘어나니, 이를 새로운 고객사 확보의 기회로 삼으려고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도 “사업 성장 과정에서 추가 고객사를 모색하는 중이었고, 고객사도 시장 성장 영향으로 사업 제안을 선제적으로 해 오는 중”이라며 “고객사 확대는 당연히 밟아야 하는 수순이고, 회사는 글로벌 배터리 및 완성차 업체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아 이를 바탕으로 고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업계에는 각 소재업체가 주요 배터리 3사가 요구하는 양극재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시장에 정통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물론 양극재의 종류는 다양하고 각 배터리 업체가 요구하는 원소나 배합비 등 조건은 상이하지만 국내 소재업체는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심지어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소재 업체가 고객사를 다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주요 배터리 소재업체는 지난해 큰 매출 상승폭을 기록했다. 각 소재업체의 2022년 전년 대비 매출 상승율을 살펴보면 엘앤에프 300%, 에코프로비엠 127%, 포스코퓨처엠 65%을 기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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