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저력 보여준 사티아 나델라…여전히 머릿속은 복잡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세가 무섭다. 연일 챗GPT를 필두로 한 신기능을 선보이며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꾸준히 선두주자 지위를 지키긴 했지만 생성 인공지능(AI) 열풍을 계속 이어가며 빅테크 맹주 자리를 굳건히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생성AI 열풍이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인데다, 경쟁자의 등장도 수장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은 온라인을 통해 사용자들과 활발하게 만나고 있다. 그 중 가장 놀라웠던 이벤트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을 공개하는 행사 키노트다. 그는 키노트에서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생산성 증대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것”이라며 밝은 미소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키노트와 제품 시연을 포함해 35분가량의 짧은 영상이었지만 워드를 비롯해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팀즈에 생성AI를 붙인 모습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까지의 오피스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화를 예고했다. 한 SW 기업 부사장은 “역시 마이크로소프트가 저력이 있는 회사”라며 “(발표가 있었던) 그 주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잡아먹은 시기”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을 놀래킨 건 이뿐만 아니다. 불과 닷새 뒤인 21일에는 애저(Azure) 오픈AI 서비스에 GPT-4 모델을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오픈AI가 GPT-4를 공개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바로 애저에 GPT-모델을 적용했다.

나델라 CEO는 또 28일 GPT-4 기반의 AI챗봇을 적용한 보안제품 ‘마이크로소프트 시큐리티 코파일럿’을 발표하며 불과 한 달 사이에 오피스와 보안제품 등 생성AI를 붙인 솔루션을 연일 선보였다. 앞서 2월에는 자사 검색엔진 ‘빙(Bing)’에 챗GPT를 적용하는가 하면, 이달초에는 애저 오픈AI 서비스에 챗GPT 프리뷰를 추가하기도 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속도전에 업계 전반의 촉각이 집중된 상황이다.

연일 세상을 놀라게 하는 마이크로소프트지만, 불과 몇달 전만 해도 이 정도로 뉴스의 중심은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나델라 CEO가 방한한 ‘이그나이트 스포트라이트 온 코리아’ 때도 솔루션 소개보다는 클라우드 전환과 디지털 숙명에 대한 생각 등 선언적 메시지를 전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그런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를 진행한 오픈AI의 챗GPT를 필두로 무섭게 AI 기술 적용 사례를 늘려가며 IT 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이처럼 공격적인 행보는 기업 가치도 높였다. 올초 230달러 선을 오르내리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도 현재 270달러를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약진에는 나델라 CEO의 리더십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 총회가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AI 기능을 모든 제품에 넣을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챗GPT 제작사 오픈AI에 투자한 금액이 100억달러(약 13조원)가량으로 알려진 가운데, AI에 올인하며 미래 ‘게임체인저’로 밀어 붙이는 모습이다.

사실 나델라의 과거 10년은 영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2014년 초 CEO로 취임할 당시 모바일용 윈도우즈는 이미 실패한 운영체제로 인식됐고 검색은 구글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웹브라우저도 마찬가지다. 엣지는 구글의 크롬이나 애플의 사파리에 비해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델라 체제의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어코 저력을 증명했다. 기존 주력 사업이던 서버나 운영체제, 오피스 등의 분야 외에 다른 먹거리를 발굴해냈다. 대표적인 게 클라우드 사업이다. 클라우드 전환 흐름에 애저가 선전하면서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23 회계연도 2분기(2022년 10~12월) 실적 보고에 따르면, 애저 사업을 포함하는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18% 성장한 215억1000만달러(약 27조96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전체 매출 527억5000만달러(약 68조5700억원) 40% 수준이다.

다만 나델라도 여전히 고민은 존재한다. 지난 1월 1만명 규모의 감원을 공지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내비쳤지만 효과를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실적 보고에서도 약점을 확인할 수 있다. 윈도우, 엑스박스, 검색 광고 등을 포함하는 모어 퍼스널 컴퓨팅 부문의 매출은 142억4000만달러(약 18조51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다. 기존 사업이 부진한 만큼 AI와 클라우드 중심 사업 전략이 신사업을 넘어 회사 명운을 쥔 핵심 요소가 됐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챗GPT 관련 행보도 아직 실제 수익으로는 증명하지 못했다. 오픈AI가 챗GPT가 API를 통한 토큰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원천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의 수익으로 100% 연결되는 건 아니다.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 시큐리티 코파일럿 등 생성AI 기반의 ‘코파일럿’ 제품군의 라이선스 정책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 실적에 미칠 구체적인 수치는 아직 점쳐지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입장에서는 이미 선례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가상현실 작업 공간 프로젝트인 ‘알트스페이스VR(AltspaceVR)’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알트스페이스를 인수한 뒤 가상현실 공간에서 아바타로 대화와 게임을 하는 앱을 내놓았지만, 메타버스 시장이 주춤하면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구글의 역습도 나델라 입장에서는 걱정이다. 구글의 ‘바드(Bard)’ 시험판이 미국과 영국에서 시범 공개된 가운데 전세계 릴리스가 되면 지금의 챗GPT 열풍에도 영향이 미친다. 챗GPT의 모태가 된 GPT모델은 구글의 트랜스포머 논문에서 나온 개념을 적용했다. GPT 기반 자체가 구글이 원조다. 앞서 7년 전 알파고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구글이 바드 정식 버전을 제대로만 내놓으면 생성AI를 미래 먹거리로 삼은 나델라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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