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입력해도 PPT 제작 뚝딱…‘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 공개
내 생각을 쓱 적기만 하면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을 자동으로 만들어주고, 엑셀에 든 복잡한 숫자에 꼭 함수를 넣지 않아도 필요한 통계를 도출해낸다. 먼 미래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를 현실화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는 ‘AI와 함께하는 업무의 미래(The Future of Work with AI)’를 주제로 온라인 이벤트를 열었다. 샤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은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Copilot)’을 공개하며 “오늘 우리는 새로운 컴퓨팅 시대의 시작과 이 여정의 또 다른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부조종사라는 뜻의 코파일럿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새 솔루션은 생성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대형언어모델(LLM)을 오피스 앱인 마이크로소프트 365에 적용해 보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자레드 스파타로(Jared Spataro) 마이크로소프트 모던 워크&비즈니스 앱 부사장은 “이번 기술은 챗GPT를 단순히 연결한 것이 아니라 정교한 처리 및 조정 엔진인 ‘코파일럿 시스템’에 의해 작동한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 365 앱, 마이크로소프트 그래프, LLM을 정교하게 조율한다”고 설명했다.
스파타로 부사장은 이어 “때때로 우리를 생산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도구들이 방해가 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같은 일을 하는 더 나은 방법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연 영상을 통해 워드와 파워포인트, 엑셀과 아웃룩 등 마이크로소프트365에 포함된 앱 전반에 녹아든 AI 기술을 소개했다.
워드 코파일럿의 경우 짧은 한 줄의 명령글 정도와 함께 데이터 파일을 넣으면 풍성한 내용의 초안을 만들어준다. 예전 같으면 일일이 다른 파일을 열어 내용을 긁어 넣고 다듬는 작업이 필요했겠지만, 워드 코파일럿은 “Draft proposal~ Base on~ 데이터파일” 식으로 프롬프트를 넣으면 해당 데이터 파일을 토대로 한 제안서를 만들어주는 형태다.
또한 만들어진 결과물의 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직접 수정하거나 예전에 만들어뒀던 버전의 문체나 스타일로 작성할 것을 지시할 수도 있다.
“PPT 더 예쁘게 꾸며줄래?” 명령하고, 함수 몰라도 엑셀 뚝딱
큰 수고 없이도 예쁜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만들 수 있다. 파워포인트 코파일럿은 원드라이브나 사용자 PC, 워드 파일 등을 기초로 PPT를 쉽게 만들어준다.
예컨대 이용자가 파워포인트에 워드파일을 넣고 “파일 내용을 토대로 PPT를 만들어줘”라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텍스트를 반영한 PPT 초안을 빠르게 제작한다. 꼭 파일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만들고 싶은 프리젠테이션의 내용을 프롬프트에 설명하면 1차 버전을 만들어낸다.
더 놀라운 건 다음이다. 텍스트만 너무 장황하게 들어갔다면 “비주얼 처리를 더 해줘 ”라는 식의 명령만 내리면 예쁜 이미지와 레이아웃을 자동으로 추가한다. 파워포인트 잘하는 친구에게 어렵게 부탁했던 일이 AI에게 한마디만 하면 해결되는 셈이다. 자꾸 수정을 넣어도 짜증내는 일 없이 뚝딱이다.
대리와 사원의 차이는 엑셀 실력에서 나온다는 웃픈 농담도 사라질지 모르겠다. 엑셀도 AI가 힘을 낸다. 로(Raw)데이터만 담긴 엑셀파일이라도, 단순히 함수를 거는 것을 넘어 인사이트까지 도출해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시연 영상에서는 매출액이 들어간 데이터 시트만 가진 상황에서 ‘분기별 비즈니스 분석 결과와 이에 따른 3가지 주요 트렌드’를 명령하자 프롬프트 입력과 거의 동시에 결과가 나왔다.
또 매출 성장세를 알려달라고 하니 순식간에 꺾은 선 그래프를 만들어냈다. 데이터 간의 관계를 분석하고, 가설까지 제공하며 그래프 작업까지 쉽게 해낸다. 이젠 꼭 어려운 함수를 익히지 않더라도 데이터만으로도 쉽게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
다양한 앱을 묶어놓은 오피스365인 만큼 AI기능 연계도 원활하다. 아웃룩 코파일럿 시연에서는 이메일 답장 초안 생성을 비롯해 엑셀파일의 데이터를 활용해 통계를 넣은 답장을 자동으로 쓸 수 있다.
또한 “생산성 향상의 게임체인저”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언급처럼 캐주얼하게 또는 프로페셔널처럼 쓰기 같은 메뉴 선택을 통해 작문 스타일을 바꾸거나 ‘숏·미디엄·롱’ 중 하나를 선택해 AI가 써주는 이메일 분량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옵션을 기본 제공한다.
협업툴 팀즈 코파일럿에서는 전체 회의 내용을 요약한 보고서를 만들거나, 채팅에서 나온 이야기로 후속 조치 인원 식별, 다음 약속 예약 등을 지시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워드에서 더 창의적이고, 엑셀에서 더 분석적이며, 파워포인트에서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고, 아웃룩에서는 생산적이고, 팀즈에서 보다 잘 협업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AI로 노 젓는 마이크로소프트
단, 놀라운 기능들이긴 하지만 맹신은 금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잘못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에둘러 언급했다. 제이미 티반(Jaime Teevan) 수석 사이언티스트는 “시스템이 잘못되거나 편향되거나 오용되는 경우 완화조치를 취한다”며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위험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이벤트에서 코파일럿의 정확한 출시 일정과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피드백을 위해 소규모 고객 그룹과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코파일럿은 새로운 기능인 비즈니스챗(Business Chat)에도 적용돼 자연어 프롬프트를 넣어 회의, 이메일 히스토리 등 사용자가 쓴 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무 채팅을 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한편 이달초 고객관계관리(CRM)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에 AI를 적용한 ‘MS 다이나믹스 365 코파일럿’을 선보인 바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 기반의 ‘빙(Bing)’을 오픈하는 등 생성AI 기술 적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델라 CEO는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생산성 증대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것”이라며 “공개한 업무용 코파일럿은 사람들에게 더 큰 자율성을 부여하고, 가장 보편적인 인터페이스인 자연어로 기술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