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현실은 온가족이 찾는 새 오락실이 될 수 있을까?
# 프랑스의 사업가 바스티안은 타고난 수완으로 손대는 사업마다 모두 대박을 터트렸다. 그런데 그의 연인 크리스틴이 자살을 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크리스틴은 정말 스스로 죽음을 택한 걸까? 진실은 무엇일까. 탐정 사무소로 의뢰가 들어왔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플롯 같다면, 그렇다. 방탈출 게임의 시나리오다. 그런데 이 방탈출 게임 공간의 특별한 점은 모든 사건 현장이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면의 벽, 그리고 바닥까지 총 다섯 면에 여섯개의 프로젝터가 영상을 출력해 ‘바스티안의 서고’라는 가상의 게임 공간을 만들어냈다. 프로젝터 외에도 이 공간 안에는 사람의 동작과 인원 수를 감지하는 라이다 센서와 키넥트 카메라 등이 천장 구석구석에 달려 있다. 벽면의 영상을 터치, 사건의 힌트를 찾아내고 이를 조합해서 마침내 방을 탈출해야 게임을 끝낼 수 있다.
이 공간의 이름은 엑스알 럼퍼스 박스(X-Rumpus box). 5감 확장현실 체험공간이다. 프로젝터가 어떤 영상을 출력하느냐에 따라서 공간의 용도도 바뀐다. 숨은 그림 찾기라든가, 혹은 음악에 맞춰 정확하게 춤 동작을 따라하는 댄스 게임 콘텐츠도 개발되어 있는 상태. 카메라가 사람의 수를, 키넥트가 벽면 터치 등의 동작을 인식하므로 향후 개발될 수 있는 콘텐츠의 종류는 더 많다.
X-Rumpus box는 실감미디어를 만드는 스타트업 쉐어박스가 구현했다. 실감미디어(*몰입감과 현장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모든 감각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라는 단어 만큼 실감나지 않는 것이 없는데, 그 실감을 이용객이 온몸으로 체험해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공간을 만든 취지다. 지난해 연말, 신연식 쉐어박스 대표와 인터뷰 당시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팁스, TIPS) 연구 과제로 성인 10명 정도가 양방향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인 ‘5면 오감 인터랙션 XR 체험존’을 만들 예정”이라는 말을 했었는데, 계획이 올초 실체화 된 것이 바로 X-Rumpus box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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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어달이 지나서, 신 대표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체험존이 만들어졌는데, 실감미디어가 어떤 건지 직접 체험해보지 않겠냐고. 서울 상암 누리꿈스퀘어 연구개발타워에 마련된 체험존에 가게 된 이유다.
“와, 이거 정말 DDR(그 옛날 오락실의 댄스 댄스 레볼루션) 같아요!”
8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서자, 쉐어박스에서 확장현실(XR) 기술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김용근 팀장이 음악과 영상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희생으로 이 공간이 무엇을 위한 곳인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은, 그러니까 온몸을 써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곳으로 요약된다. 공간의 이름을 Rumpus(오락실)라고 지은 이유기도 하고.
확장현실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는 기술이고, 그 기술만큼 중요한 것이 스토리텔링과 디자인이다. 한 공간에 사람이 얼마나 들어와 있는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각각의 이용자가 현재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그에 맞는 정확한 인터랙션을 주는 것이 확장현실 박스에 요구되는 기술력이다. 현재는 키넥트 카메라로 인원수를 파악하고, 라이다 센서로 이용자가 현재 어느 벽면이나 바닥을 터치하고 있는지를 알아낸다. 체험해본 결과, 숨은그림 찾기와 같은 콘텐츠의 정확도는 비교적 높은 편이다. 다만, 방탈출 게임 등에서는 힌트 찾기 등에서 다소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이는 향후 기술 최적화를 통해 극복해야할 부분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신역식 대표는 “XR 시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아 확장현실 박스가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동작 인식 등의 문제도 최적화 과정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감미디어를 위해 중요한 또 하나의 역할은 스토리 창작이다. 실감 박스 내 구현이 가능한 대부분의 콘텐츠는 창작으로 이뤄진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방탈출 게임의 시나리오도 창작물이다. 방탈출 게임이 재미있으려면 이용자가 납득할만한 스토리에, 흐름에서 어색하지 않은 힌트와 해결 방법이 요구된다. 모두 머리를 싸매고 만들어내야 하는 일들이다.
숨은 그림 찾기를 구성하는 그림도 쉐어박스의 디자이너가 모두 새롭게 고안한 디자인이다. 예시로 공개된 쉐어박스의 숨은 그림 찾기는 동양적 색채와 그림을 강조했다. 그림 자체가 주는 화려함도 확장현실 박스가 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김용근 XR팀장은 “확장현실 박스는 아디이어와 스토리텔링, 디자인, 기술력이 모두 결합된 종합 아트”라면서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기술이 뒷받침 하고 있다”고 말했다.
쉐어박스는 자신들이 가진 강점에 디테일을 보충해 향후 본격적인 확장현실 공간 사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는 상암에 시범 체험 공간인 X-Rumpus box를 운영하면서 기업 고객을 유치 중이다. 신 대표는 “가족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활용가능하지만, 그 외에도 재활 훈련이나 검사 등을 위한 헬스케어 등 다양한 방면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장현실 공간의 활용처가 넓어질 것을 기대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