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법안 논의 급물살, 불안한 닥사 지위 공고해지나

2년 만에 국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로 구성된 ‘디지털 자산 거래소 협의체(DAXA, 이하 닥사)’의 실효성이 강화될 지 집중하고 있다.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가상자산 관련 법안 18개를 안건으로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여야 모두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합의를 봤다. 의결은 오는 4월 열린 법안 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가상자산 관련 제정안 11개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4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2개, 금융위설치법 개정안 1개 등 총 18개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법안소위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법률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안(디지털 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안) 등이다. 이 법안에는 ‘디지털자산사업자에게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자율적인 상시 감시ㆍ신고의무를 부과해 건전한 거래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는 자율규제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있다.

시장에서는 대혼돈의 가상자산 시장이 안정화에 이를 거라고 예상한다. 공적 규제가 부재한 현 가상자산 시장은 닥사를 중심으로 자율규제가 이뤄지고 있는데, 닥사의 역할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자율규제 기구로서의 역할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코인원이 닥사 공동으로 상장폐지한 위믹스를 독자적으로 자사 거래소에 재상장하면서, 시장에 협의체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특히 관련 사안을 닥사에서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은 커졌다. 당시 닥사 측은 “사전에 협의가 안 된 건 맞다”며 “거래 지원은 거래소의 고유 재량권이기에 별도로 코멘트하기에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코인원 측도 “당시 닥사가 공동으로 논의하고 결정한 것과 (지금의 재상장은) 별개의 문제”라며 “종목별 상장에 대해서는 완전한 거래소의 개별 권한이기에 닥사와 논의한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 속 협의체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닥사 내부에서도 역할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닥사는 지난 22일 가상자산 재상장 기준을 새로 신설해 여태껏 공개하지 않은 ‘거래지원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의 주요 항목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율규제기구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관련해 닥사 관계자는 “코인원 사례로 재상장 기준을 새로 신설한 건 맞다”며 “닥사의 출범은 자율규제로 시작됐고, 이에 대한 회원사의 의지는 공고하다”고 설명했다.

닥사는 지난해 6월 가상자산 업계의 자율규제 및 자율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한 협의체다. 본래 원화마켓 거래소들은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원사로서 활동해왔지만, 2020년부터 계속해 협회 측과 갈등을 빚어오면서 탈퇴 의사를 밝혔다. 당시 협회가 정부 혹은 국회에 업계 의견을 잘 전달하지 못한 것에 불만이 있었고, 법이 부재한 현재로서 자율규제의 역할을 수행해야한다는 필요성을 느낀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코인원의 위믹스 재상장으로 닥사는 한계에 부딪혔다. 공적 규제를 기반으로 자율규제를 하고 있는 다른 산업군의 협회와 다르게 가상자산 시장은 시장을 규율할 업권법이 없기 때문이다. 즉 공적 규제가 없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과 협의체로서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이런 일(코인원의 위믹스 재상장)이 생겼다면 영업정지 혹은 과징금 등의 벌을 받았을 것”이라며  “당국과 시장이 (닥사에게) 바라는 건 많으나 법으로서 정해진 게 없어 협의체의 역할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업권법이 시행되면 닥사에게 자율규제 기구로서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현재 닥사는 민관 협의체로서 한계가 있는 상태”라며 “법이 시행됨에 따라 자율규제 기구로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면, 자율규제 협의체로서의 기능은 지금보다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 개정 전까지 닥사에게 독립적인 자율규제기구 지위를 부여해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병연 건국대 교수는 “자율규제는 국가에서 공적 규제로 바탕을 깔아주고 법 제도를 만들기 전에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을 정립할 수 있도록하는 바탕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라며 “공적 규제의 역할이 부재한 현 상황에서, 닥사가 더욱 신뢰 가능한 협의체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자율규제기구로서 닥사에게 법적인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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