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 기업이 저가 취급하던 LFP에 관심 갖는 이유

올해 유난히 국내 배터리 3사가 강조하는 사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입니다. 이전부터 국내 주요 배터리 3사 모두 암암리에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기는 했습니다만, 최근처럼 구체적인 사업 로드맵을 발표하고 시제품을 공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4일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부터 차량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고, 2026년부터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ESS용 제품 생산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SK온은 지난 15일 개최한 연례 배터리 행사 인터배터리 2023에서 LFP 배터리 시제품을 전시했고요. 그동안 수익성과 프리미엄 라인 중심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던 삼성SDI도 15일 진행한 주주총회 현장에서 LFP 배터리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했죠.

LFP 배터리는 지금까지 중국 회사들이 주로 다루던 배터리입니다. 국내 회사들은 주로 고급 배터리로 평가받는 삼원계 배터리를 취급해왔습니다. 삼원계 배터리의 에너지 효율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차 가격 낮추기에 주력하면서 LFP 배터리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배터리 기업 입장에서는 이 수요를 바라만 볼 수 없는 상황이죠.

국내 배터리 3사는 공통으로 LFP 배터리 사업 진출 배경에 대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것”이라고 답을 했습니다.

LFP 배터리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저렴한 가격에 있습니다. 국내에서 주로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에는 니켈, 코발트, 망간이나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이 첨가됩니다. 해당 금속, 특히 코발트의 가격이 만만찮습니다. 이들이 배터리 가격의 40% 가량을 차지할 정도니까요. 반면, LFP 배터리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인산염과 철을 원료로 합니다. 인산염은 자연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원소이고, 철도 마찬가지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저렴한 가격 때문에 수요가 꾸준히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LFP 배터리 시장은 중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중국 기업이 오랜 기간 해당 사업을 영위해 온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원재료 수급 측면에서 중국이 국내 기업에 비해 더 유리한 위치에 있거든요.

CATL, 비야디 등 중국 기업은 LFP 배터리에 필요한 원재료를 자국에서 더 저렴하게 수급할 수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원재료를 전량 수입해야 하니, 아무리 저렴한 가격에 LFP 배터리를 생산하려 한다 해도 중국과 원가 경쟁력 부문에서 게임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 기업은 LFP 배터리 사업도 ESS용 중심으로만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큰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세부 규정은 이번주 중으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지만, 애초에 IRA는 중국 견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IRA 법안이 도입되면 미국 내 중국 배터리 사용량은 줄어들게 됩니다. 중국 기업은 주로 LFP 배터리이기 때문에, 그만큼 미국 내 LFP 배터리 수급은 어려워지겠죠.

전기차 업계는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다른 LFP 배터리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겁니다. 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국 IRA나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여파로 중국 제품의 해외 진출이 어려워졌다”며 “이 시장을 틈타 국내 배터리 3사도 저가 시장 접근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LFP 배터리는 공정법이나 요구하는 기술력이 단순합니다. 따라서 국내 배터리 3사는 “아무리 중국이 오랜 기간 해당 기술을 개발했다 해도, 금방 기술력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단순히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LFP 배터리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을 따라가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거든요. 따라서 부가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중국산의 싼 가격을 이길 차별화된 LFP 배터리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형근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LFP 배터리 원재료 수급 측면에서 이미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은 더 나은 기술력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배터리를 개발할 것”이라며 “예를 들면 LFP배터리가 저온 특성이 좋지 않은데, 최근 SK온이 저온에서 주행 거리를 늘리는 기술을 도입한 LFP 배터리처럼 현존하는 기술 한계를 극복한 배터리를 중심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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