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에나 열린다는 폐배터리 시장, 지금은 뭐 먹고 사나

유럽연합(EU)이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공개하면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EU에서 소비되는 핵심 원자재 중 15% 이상은 지역 내에서 재활용한 소재여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CRMA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에코프로, 성일하이텍, 새빗켐, 포스코홀딩스 등 주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업체 주가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통상 배터리는 충·방전을 거듭하면서 성능이 조금씩 하락한다. 배터리 열화가 지속돼 에너지 용량이 새 제품의 80%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새로운 배터리로 교체해야 한다. 전기차 탑재 시 주행거리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안전성 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 때 교체된 배터리는 폐배터리로 분류된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점은 2025년이 될 전망이다. 당장은 전기차 시장 자체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전기차로부터 나온 폐배터리의 수 자체가 적다. SNE리서치 등 시장조사업체는 2025년부터 승용차에서 폐배터리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재활용 시장도 급성장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도 국내에는 폐배터리 업체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도 성장하는 추세다.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성일하이텍은 지난 해 3분기 매출 726억원, 영업이익 1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8%, 90.7% 성장했다. 같은 시기 또 다른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새빗켐도 매출 120억7000만원, 영업이익 15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6%, 28.5% 오른 수치다.

그렇다면 지금 배터리 재활용 업체는 어디에서 폐배터리를 공급받아서 사업을 지속하고 있을까. 대부분 폐배터리, 하면 차량에 탑재됐던 배터리를 생각하지만, 충·방전이 되는 모든 이차전지는 다 재활용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리튬과 기타 금속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우선 배터리 제조사에서 발생하는 불량품이나 화재 시험용 배터리 등이 사용된다. 더불어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도 사용할 수 있다. ESS의 경우 승용차에서 발생한 폐배터리를 재사용할 수 있지만, 초기용량의 60% 이하로 성능이 하락하면 이 또한 폐기해야 한다. 이 때 발생하는 폐배터리는 재활용 과정을 거친다.

이외에도 구형 핸드폰에 탑재되던 분리형 배터리나 노트북, 무선청소기를 비롯한 기기에 탑재됐던 배터리도 폐배터리 재활용업체의 좋은 자원이 된다. 다시 말해,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는 현존하는 충·방전 가능 배터리를 전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꼭 차량에 탑재됐던 폐배터리가 아니어도 현재 사업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이유다.

이러한 전략은 관련 업계가 추후 폐배터리 시장 확대 시점까지 사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점은 2025년이 될 전망이지만, 이 때의 수요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생산 역량을 갖춰야 한다. 폐배터리 재활용도 여느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생산량을 늘려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 및 전기차 업계가 가격 낮추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폐배터리 재활용 원재료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야 한다.

결국 현재 차량용 배터리 없이도 폐배터리 사업을 이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 역량을 키우고, 미리 고객사를 확보해 추후 확대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증권가에 따르면 성일하이텍은 현재 포스코케미칼과 에코프로 계열사에 대부분의 리사이클 원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과 에코프로는 각각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를 핵심 고객사로 두고 있다. 새빗켐은 LG화학과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와 손을 잡았고, 엘엔에프,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등에 원재료를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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