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은 아닙니다만] 영상의 시대, 기업은 왜 잡지를 만드나

툴즈(Toolz)는 디지털 마케팅 회사 블랭크가 만든 잡지다. 삶에 필요한 도구(Tool)를 매 권마다 하나씩 골라 비정기적으로 펴낸다. 처음엔 비누였고, 두번째로는 숟가락을 소환했다. 숟가락은 한국인에게 여러가지를 상징한다. 자기 밥숟가락은 자기가 쥐고 태어난다는 말은, 태어난 누구든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뜻한다. 옆집에 숟가락이 몇개인지 다 안다는 말은, 그러니까 우리가 이웃에 갖는 관심이다.

잡지를 열었다. 숟가락의 역사부터 나온다. 구석기 시대에 인류 최초의 숟가락이 쓰였다. 조개 껍데기나 짐승 뼈, 나무조각을 식용 도구로 써 밥을 먹었다. 과일, 주스, 조미료 등 쓰임에 따라 크기를 달리해 숟가락을 만든 것은 18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부터다.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숟가락도 모양이 다변화했다. 지금처럼 쉽게 설거지할 수 있고 녹슬지 않아 오래 쓸 수 있는 숟가락은 19세기 해리 브리얼리가 스테인리스 스틸을 발명하면서 나왔다. 숟가락은 도구를 써 식사를 하는 나라에서는 보편적인 식기구이나, 우리 만큼 젓가락보다 숟가락을 더 많이 이용하는 이들은 드물다는 걸 잡지를 보고 알았다

잡지를 넘겼다. 서울의 식당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멈췄다. 역시 맛집이 최고시다. 용금옥. 1932년 서울 중구에 문을 연  추(어)탕 집이다. 3대에 걸쳐 서민의 보양식을 만들어냈다. 몸에 좋고 맛 좋은 추탕이라도 숟가락이 없으면 못 먹는다. 주인장인 신동민 사장은 잡지에서 숟가락을 두고 “뜨끈한 국물에 밥 말아 먹는게 얼마나 든든한지 한국 사람이면 모를리 없다”면서 “그러니 한국인에게도, 용금옥에도 (숟가락은) 없으면 큰일 날 물건”이라고 말했다.

잡지로 배웠다. 1990년대에는 세상의 많은 것을 잡지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잡지는 신문보다 느리지만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줬다. 깊은 이야기, 궁금한 이들의 말이 잡지를 통해 전달됐다. 뉴스(news)를 넘어서, 내가 알아야 할 많은 것이 잡지를 매개로 건너왔다. 어떤 것은 내 눈을 뜨이게 했고, 어떤 것은 나를 고민하게 했으며, 어떤 것은 재미를 줬다. 그리고 또 어떤 것은 부록을 줬다. 배보다 배꼽이 큰 부록이었다.

잡지를 왜 만들까. 지금 세상에 누가 잡지를 읽는다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은 잡지를 시도한다. 그중 하나가 블랭크다. 영상 콘텐츠를 주로 만드는 블랭크가 결국 매거진을 꺼내든 이유는, 인스턴트로 휘발되는 콘텐츠가 아닌, 사람들에게 천천히 오래 기억되고 소비되는 콘텐츠를 통해 브랜딩을 하려는 욕구에서다.

잡지는 표지에서 마지막 장까지, 편집자의 의도를 고스란히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든다. 언제든 꺼내어 천천히 읽게 유도한다. 페이지를 넘기기까지, 꽂히는 문장에 머물러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무엇보다, 잡지는 서가에 꽂혀 오래 보존된다. 영상은 정보를 전달하기에 매우 효율적인 도구지만, 반대로 너무 쉽게 정보를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시청자를 수동적으로 사고하게 만든다는 한계도 있다고 봤다.

잡지를 덮었다. 툴즈의 표지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다. 사소한 도구가, 의식하지 못한 행동이 결국 생의 전부였음을. 다음 툴즈의 주제는 무엇이 될까. 지금 내게, 사소하지만 결국 내 생의 전부인 툴을 떠올려본다. 덧붙여, 지금 이 시각은 숟가락을 들면 절대로 안되는 오후 10시 33분. 숟가락은 음식과 함께 있어야 가장 행복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행복을 찾아 떠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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