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이 우리 금융권에 미친 영향 

이번 주 내내 금융권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이었습니다. SVB는 유망 스타트업이 자리 잡은 실리콘밸리의 자금줄이었던 만큼 전세계에 충격을 가져다주었죠. SVB 파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연이어 미국 시그니처 은행이 파산을 했고 크레디트스위스,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 등이 위기에 처했죠. 각국 정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선 연쇄 파산을 우려합니다. 

SVB 파산은 우리 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국내에서도 금융사의 건전성과 유동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금융 당국은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낮은 저축은행 점검에 나섰습니다. SVB처럼 금융사가 파산해도 예금자가 돈(예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동시에 당국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챌린저뱅크에 대한 우려가 이어집니다. 

SVB 파산 사태로 금융 소비자가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예금자보호 한도’입니다. 예금자보호는 이번처럼 금융사가 파산해도 고객의 예금액을 보호하고 이를 돌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SVB 파산의 주 원인이었던 ‘뱅크런’이 발생한 것도 예금자보호에 대한 불안감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예금액을 지키고자 모바일 뱅킹을 통해 예금액을 인출하면서 뱅크런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사태로 각국에서 예금자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서, 금융사 파산 등에 대비해 고객의 예금을 보호합니다. 국내는 각 금융사 당 5000만원의 한도까지 예금을 보호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SVB가 파산하자 예금자보호 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5000만원이라는 한도가 법이 제정된 2001년 기준으로, 물가상승 등 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인데요. 금융 당국도 여기에 공감하며,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예금자보호액 한도로 최소 1억원에서 최대 전액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각 업권별 상황을 고려해 예금자보호액 한도를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파산이라는 근본적인 싹을 없애기 위해 금융사의 건전성 점검을 강화합니다. 오늘(17일) 금융감독원은 SVB 파산에 주목하면서, 우리 금융시장의 잠재위험 요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은행이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쌓아놓는 비상금과 같은 개념인데요, 고객에게 대출을 해준 후 미상환을 대비해 미리 쌓아놓는 돈입니다. 즉, 은행이 이 돈을 더 쌓아두게 해 위험에 대비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또 경기침체 등 외부 충격에 대한 위기관리 능력 테스트를 강화합니다. 금융당국은 이 테스트를 기반으로, 은행의 감독 제도를 정교화할 계획입니다. 

특히 이번 사태로, 가장 우려가 되고 있는 곳은 저축은행입니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금융권은 예금금리를 경쟁적으로 높여왔는데요. 이런 영향으로 저축은행에 고액의 수신이 늘었습니다. 반면, 연체율은 악화하고 있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국내에서도 SVB 파산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나옵니다.

문제는 저축은행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늘린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계를 만나 건전성과 PF 대출 연체율, 그리고 개인대출 부실 여부를 들여다봤습니다. 특히 SVB처럼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도 빼놓지 않고 논의했습니다. 

SVB 파산으로 건전성·유동성 관리 등 금융권의 보수적인 접근이 확대되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감대가 형성된 ‘제2의 챌린저뱅크’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SVB 파산 전, 우리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독과점을 깨기 위해 인터넷은행이 아닌 또 다른 챌린저뱅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챌린저뱅크는 소상공인은행, 스타트업은행처럼 특정 산업군 혹은 고객군을 위한 전용 은행이죠. 

그런데, 특정 여신에 집중할 경우 여기서 발생하는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여신으로 흡수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규모가 작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고, 소상공인과 같은 금융이력이 적은 씬파일러가 주 고객군이 된다면 건전성과 유동성이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SVB도 스타트업이 주고객이었던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금융 당국은 SVB와는 별개로 챌린저뱅크를 검토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금융위 측은 “금융안정과 소비자보호를 전제로 은행권 내 실질적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계획대로 6월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당분간 SVB 파산으로 인한 국내외 금융권의 여파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각 국 금융권과 규제 당국은 SVB로 인한 연쇄 파산 가능성에 예의주시할 전망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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