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트럭? 수소트럭? 누가 더 오래 살아남을까

볼보의 대형 전기트럭 FM일렉트릭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17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3’에서다. 원통형 배터리 2만8080개가 탑재된 FM일렉트릭은 삼성SDI 부스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위용을 뽐냈다.

전기트럭 사업에 손을 뻗은 기업은 비단 볼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리비안, 테슬라 등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전기트럭 사업에 시동을 거는 기업이 늘어나는 중이다. 리비안은 한 때 삼성SDI와의 합작법인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친환경 정책으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업계와 대중은 전기트럭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삼성SDI 부스에 전시된 볼보 전기트럭 FM일렉트릭.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업계에서는 전기트럭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다. 오히려 이론적으로 수소가 상용차에 더 적합하기 때문에, 추후 수소트럭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했다.

배터리는 금속과 액체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무겁다. 하지만 수소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원소 중 가장 가볍고 작다. 물론 기체상태일 때에는  부피가 크지만, 액체로 만들면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배터리는 내부 화학작용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내지만, 수소는 그 자체로 에너지원이다. 같은 공간이라면 수소가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충전 시간도 배터리 전기차에 비해 빠르다. 수소차는 5~10분 정도면 충전이 완료된다. 덤프트럭처럼 대용량을 충전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소가 더 실용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시장 상황을 보면 전기트럭 시장의 성과가 더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미국 수소차 업체를 표방하던 니콜라는 지난해 3월 전기트럭을 먼저 선보였다. 볼보와 벤츠도 수소트럭이 아닌 전기트럭 사업을 먼저 시작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도 수소트럭보다 전기트럭 실증이 더 먼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시점에서 전기트럭 시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수소는 대기의 0.50ppm(100만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희귀한 공기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이렇게 만든 수소를 액체 상태로 가지고 다니기 위해서는 -252.9℃를 유지해야 한다. 차량이 이동하는 중에도 이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부가 기술 탑재로 수소차 가격은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인프라도 전기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전력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소는 1541대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는 수소 충전소는 현재 150개가 채 되지 않는다고 집계했다.

이를 두고 학계 관계자는 “수소에 비해 배터리 시장 성장 속도가 더 크다 보니, 승용차나 트럭 부문은 이미 배터리 활용 방식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상황”이라며 “당장 수소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소는 정말 살아남을 길이 없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수소가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트럭이 아니더라도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트럭보다 더 많은 에너지 출력이 필요한 운송수단에 수소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배터리보다 수소의 에너지 밀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연구원은 “수소는 지게차나 선박 등 초대형 운송수단이나, 800km 이상의 장거리를 달려야 하는 덤프트럭에 적합하다”며 “5~600km 정도의 중거리를 달리는 상용차는 전기로, 그 이상을 달려야 하는 대형차에는 수소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환경을 고려하면 전기차가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수소 인프라 자체가 많이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가, 800km가 넘는 장거리를 달릴 일이 많지 않아서다. 앞서 언급한 연구원은 “국내의 경우에는 모두 중거리를 달린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인프라나 수요 측면을 고려했을 때, 국내 친환경 트럭은 전기를 중심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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