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총 “사용자 경험 강화·신사업 발굴”

“위기의 시기에 더 과감하게 도전해 고객을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가겠습니다.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겠습니다.”

“현재 시장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전화위복으로 만들겠습니다. 규모 경제 기반으로 고객과 파트너의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미래 사회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삼성전자 경영진들은 15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5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스마트폰, PC 수요 감소로 위기 의식을 느낀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연간 매출 3000조원을 넘어서며 2년 연속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브랜드 가치는 브랜드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 기준 877억달러(약 114조원)다. 3년 연속 글로벌 5위를 차지했다. 배당은 2022년 기준 연간 9조8000억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에도 삼성전자는 생태계 확대,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 (출처=삼성전자)

사용자 경험 주력하는 DX부문

올해 삼성전자 세트사업(DX, Digital eXperience)은 사용자 경험 강화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및 신제품 출시 언급을 꾸준히 해 왔다. 하지만 올해 발언에서는 고객 경험 관련 전략이 대부분이었다.

삼성전자 DX부문에서 내세운 올해의 슬로건은 IT기술로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캄테크(Calm Tech)’다.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기기가 쉽고 편하게 연결돼 삶의 곳곳에서 조용하고도 놀라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연결성과 생태계 확장을 통해 소비자를 유입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말 삼성전자는 디바이스 플랫폼 센터를 신설하면서 플랫폼 역량 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들기보다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 및 플랫폼 확산을 통한 생태계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1년 말 생활가전 사업과 모바일 사업부를 통합하면서 스마트홈을 비롯한 IoT 경쟁력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 Things)’ 사용자 기반 멀티 디바이스 경험 확대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올해는 스마트싱스 역량을 중심으로 DX 사업 전반의 생태계를 넓히고자 한다.

한종희 부회장은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AI, 클라우드, 보안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고객 경험을 확대하겠다”며 “사업 간 시너지를 높이고 다양한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로봇사업 다각화도 추진한다. 2021년 말 삼성전자는 로봇사업 확대를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다. 한 부회장은 “사용자 수요에 맞춰 동작하는 지능형 로봇을 지향한다”며 “해당 팀에서는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 추진 전문조직을 담당하고 있는데, 다양한 로봇 사업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선사업부(MX)에서도 올해 사업을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영위할 것으로 보인다. 한 부회장에 따르면, 올해에는 갤럭시 S23 시리즈와 폴더블 제품을 향상시키는 한편, 카메라와 게이밍 경험 등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체감 혁신에 주력할 예정이다. 사용자 경험에 초점을 맞췄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페이 사업도 엑셀을 밟는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삼성페이 온라인 결제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신분증, 티켓, 디지털 키 등의 편의 기능을 강화해 사용자 편의성을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디바이스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를 바탕을 보다 완성도 높은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플랫폼 기반 사업 모델을 확장해 나가는 한편, 차세대 AI,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등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가치와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신사업 확대하는 DS, “챗GPT 효과도 기대중”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에서는 새로운 시장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여파로 스마트폰, PC 수요는 큰 폭으로 감소했고, 이는 반도체 불황으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부정적인 상황은 올해까지도 이어진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반도체 수요처를 찾아 나섰다. 이정배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차세대 공정 기술 격차를 지속해 AI, 자율주행차 등 신규 응용처와 추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서버·데이터센터 고객사에 한 차원 높은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에서도 신규 사업모델 구축에 팔을 걷어 붙인다. 이정배 사장에 따르면, 시스템온칩(SoC) 부문에서는 자동차를 비롯한 다방면의 사업 경쟁력을 높여 사업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이미지 센서 사업은 설계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생태계 확장을 위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도 새로운 고객 유입을 위해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기술을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더불어 안정적으로 생산라인을 늘려 추후 호황 시기 늘어날 고객 수요에 대비할 방침이다.

챗GPT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챗GPT와 같은 생성AI가 다방면으로 도입되면서, 삼성전자의 전반적인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생성형AI 기술은 당사 제품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는데, 이 수요를 충족하고자 회사는 고성능 고용량 패키징 기술을 도입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서는 표면적인 답변을 했다. 한 주주가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이정배 사장은 “2월 말 미국 반도체 지원법 가이드라인 세부 시행령이 나왔는데, 회사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고 답했다.

M&A 의지는?

주주총회 내내 삼성전자는 신사업 및 생태계 확대의 필요성과 관련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인수합병(M&A) 관련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내지 않았다.

행사에 참석한 한 주주가 “M&A 등 투자의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데, 대책이 있냐”고 질문하자 한종희 부회장은 “신성장 동력과 육성을 적극병행해 지속 성장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는 데 그쳤다.

그간 삼성전자는 큰 규모의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 있음을 지속해서 내비쳐 왔다. 2021년 최윤호 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현 삼성SDI 대표이사)은 “3년 내 의미 있는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도 한종희 부회장은 “현재 대내외 불확실한 상황 등으로 기업 인수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인공지능(AI), 5G, 전장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의미 있는 M&A 가능성” 발표 이후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설계, 패키징 및 디자인하우스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가 인수합병 후보로 오르내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 내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NXP, Arm 글로벌 파운드리 등 여러 대기업이 인수 후보로 오르긴 했으나,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최종 인수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인수를 쉽게 단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국가 간 경제 분쟁과 자국중심주의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NXP, 인피니언, ST마이크로 등 전력반도체 업체는 이미 자국 정부로부터 보조금 혜택을 받고 공장 증설을 발표한 상황이다. 국가 보조금이 들어간 기업은 추후 피인수나 공공입찰 진행 시 더 까다로운 조건을 적용한다. 삼성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려 해도 해당 국가 정부가 장벽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 의안으로는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한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 상정됐고, 모두 가결됐다. 올해까지 임기였던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이사 보수 한도 승인액은 480억원(일반 보수 330억원, 장기성과 보수 150억원)으로 승인됐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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