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비교 시장이 열린다…꿈틀대는 ‘1금융권’

이젠 스마트폰에서 나에게 맞는 대출상품을 비교하고 그 자리에서 원하는 상품을 골라 가입할 수 있다. 관건은 1금융권 상품의 포함 여부다. 그 중에서도 시중은행의 참여는 대출비교 플랫폼에게 오아시스와 같다. 금리가 낮은 1금융권 상품을 많이 보유할수록 플랫폼에 대한 사용자의 선호도와 신뢰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1금융권은 대출비교 플랫폼에게 좀처럼 상품을 내주지 않았다. 주거래 고객을 빼앗길 수 있을뿐더러, 직접 비교대상이 되면 고객 유치를 위해 금리인하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플랫폼 비교 서비스의 1금융권 유치는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았다. 

이랬던 1금융권이 조금씩 엉덩이를 들썩이게 된 것은 최근이다. 현재 대출비교 플랫폼 핀다는 우리은행과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 제휴가 이뤄지면 사용자는 핀다에서 우리은행의 다양한 대출상품을 접하고 다른 상품과 비교해볼 수 있다. 

또 금융당국이 오는 5월 선보일 대환대출 비교 서비스 제공자로 신한은행이 참여하기로 했다. 다른 시중은행 또한 대환대출 서비스 제공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확실하게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참여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동안 꿈쩍 않던 시중은행에 변화가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금융 소비자들의 변화다. 이제 금융 소비자들은 대출을 위해 모든 은행에 발품 팔고 다니지 않는다. 또 주거래 은행이 하나가 아닐 뿐더러, 한 곳만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많아졌으며, 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늘었다. 

즉, 금융 소비자는 과거보다 쉽게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시중은행에서도 이 점을 인지하고 금융상품 개방을 고민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030세대는 한 곳의 금융사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금융사의 상품을 직접 비교하면서 유리한 곳을 선택한다”며 “앞으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금융 소비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생각에 변화를 준 두 번째 이유는 마이데이터다. 1년 사이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에게 마이데이터는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기능으로 자리잡았다. 금융권의 뱅킹 앱이 플랫폼 성격이 짙어지면서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마이데이터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마이데이터 담당자는 “지난해 마이데이터 사용자가 진성 고객(상품 가입 고객)으로 전환한 유의미한 수치를 얻었다”고 전했다. 

중요한 것은 마이데이터가 추천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용자경험(UX)을 위해 맞춤 상품을 제안한 후에는 가입 절차가 제공되어야 한다. 즉, 사용자가 뱅킹 앱에 들어와서 자신의 금융상품 가입 현황을 진단받고, 이보다 더 좋은 상품을 추천 받고 가입하는 것이 최적의 상황이다. 

특히 대출상품은 더더욱 그렇다. 금리가 높은 현 시점에서 대환대출에 대한 수요가 높다. 따라서 시중은행들도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환대출 서비스 제공자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대출상품 추천까지는 가능하지만, 가입을 하려면 아웃링크로 해당 금융사에 넘어가야 한다. 금융사 입장에서 고객경험을 완성하려면 자사 뱅킹 앱에서 가입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일각에서 시중은행의 대환대출 서비스 제공자 참여를 예견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뱅킹앱을 플랫폼화 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사용자를 가둬놓는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시중은행의 이러한 기조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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