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하이브는 SM 인수전에서 무엇을 얻었나

카카오와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SM)을 두고 벌인 쩐의 전쟁이 끝났다. 하이브는 12일 카카오와의 논의 이후 SM 인수 작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지만 하이브가 SM과 카카오의 사업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대신 하이브는 카카오와 플랫폼 관련 협업 합의를 이뤘다고 전했다. 

예상보다 치열했던 싸움이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이번 싸움에서 카카오와 하이브는 각자 어떤 걸 얻었을까.

카카오, SM IP 확보, 글로벌 확장 나선다

하이브가 인수전에서 퇴각함에 따라 SM 경영권은 카카오의 손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오는 26일까지 진행할 공개 매수에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카카오는 SM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SM-카카오 사업협력계약이 그대로 이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계약은 카카오가 지난해 3월 내세운 ‘비욘드 코리아’를 실행하는 수단 중 하나로 풀이된다. 비욘드 코리아는 내수 시장 위주였던 카카오의 수익원을 해외 시장까지 확대하겠다는 비전이다. 구체적으로는 2021년 기준 10% 내외인 해외 매출 비중을 3년 내 30%대로 높이겠다고 카카오는 밝혔다.

특히 SM의 핵심 가치인 소속 아티스트의 IP가 카카오의 전략에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SM은 1996년 H.O.T부터 시작해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레드벨벳, 엔시티, 에스파 등 다수 아이돌을 성공한 기획사다.

SM 인수는 카카오가 기존 확보한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기획사를 인수해왔다. 2018년 아이브·몬스타엑스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2021년 안테나와 하이업엔터테인먼트가 계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더해 카카오는 이번 경영권 인수로 NCT, 에스파 중 현재 K-POP 업계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자랑하는 SM 소속 아티스트들을 확보할 수 있다. NCT 유닛인 NCT드림은 지난 1월 15일 기준 2022년 발매된 신보의 누적 음반 판매량 561만6000여 장을 기록했으며, 에스파는 국내 여자 아이돌 최초로 발매 일주일만에 음반 100만장을 판매했다. 또 NCT의 또다른 유닛인 NCT127과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200에서 3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내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에게 있어 SM은 기존 확보하지 못했던 대형 기획사로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인기를 자랑하는 SM 아티스트를 다수 확보함에 따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북/남미 시장 진출에 있어 힘을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콘텐츠 시장에서 북미로 계속 진출하고자 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계획이 구체화되는 셈이다. 카카오는 특히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에 집중해왔다. 지난 2021년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1조1000억원에 인수했다. 또 당해 12월 미국 남성향 웹소설 플랫폼 우시아월드를 인수했다.

양사의 계약에 따르면 SM과 카카오는 북미 시장에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 카카오엔터아메리카가 SM과의 합작법인으로 바뀌는 방안으로 알려졌다. 북미 내 매니지먼트를 양사가 함께 진행하면서,

또 이번 인수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기업공개(IPO)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19년 상장을 준비했으나 불확실한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다. 회사는 스스로 기업가치를 25조원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약 1조2000억원 가량을 유치할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약 11조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SM 인수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매출,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해 해당 수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브, 경영권은 없지만 플랫폼 협업안 확보 

하이브는 카카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물러나는 대신 플랫폼 관련 협업을 합의했다고 알렸다. 조 단위에 이르는 쩐의 전쟁을 계속하는 대신, 실익을 챙기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번 합의로 하이브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가 운영하는 ‘위버스’ 사업 확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포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의 위버스 커뮤니티 오픈, 위버스숍에서 해당 아티스트들의 음반 및 굿즈를 판매하는 방안 등이 도출됐을 것으로 예상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가 위버스 커뮤니티에 입점할 경우, 위버스의 가치는 빠르게 증가하게 된다. 지금까지 SM,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는 위버스에 입점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아티스트 80여 그룹이 입점했다. 이에 더해 에스파, NCT, 아이브 등 강력한 팬덤을 가진 아티스트가 위버스에 입점한다면 팬덤 플랫폼 내 위버스의 위상이 한 층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하이브는 올해 일본,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소속된 아티카 홀딩스 등 해외 아티스트 입점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이브, 카카오 양사 관계자는 “실질적인 협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고 있는 상태”라며 정확한 협업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미 위버스는 상승기류에 올라탔다. 지난 2021년 네이버가 운영한 아티스트 실시간 라이브 플랫폼 ‘브이라이브’ 사업을 인수한 이후, 지난해 7월 영상 라이브 기능 ‘위버스라이브’를 더한 위버스 2.0을 출시했다. 이용자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위버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40만명으로 전분기 대비 21% 오른 수치다. 인당 결제금액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 하이브는 위버스의 수익화에 집중한다. 오는 2분기 팬들이 직접 굿즈를 디자인하는 ‘바이팬즈(ByFans)’ 서비스를 선보이고, 3분기에는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에 SM,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가 합류한다면, 수익 향상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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