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도 않고 버려지는 CD 앨범, 해답은 없을까요?

K-POP 팬덤 사이에서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무엇일까요? 단언컨대 앨범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실물 음반이죠.

이제는 스트리밍 시대입니다. 팬덤은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 멜론 등 음악 스트리밍 앱을 이용해 음악을 감상하지요. CD플레이어가 없는 가구가 태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계 실물 음반 시장 규모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전세계 음반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 약 90억달러 수준이었던 반면, 2020년에 이르러 43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그런데 국내 음반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써클차트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음반 판매량은 2509만장이었는데, 2022년에 이르러 7711만장에 이르렀죠. 연간 40%씩 증가한 셈인데요. K-POP 시장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원인은 앨범 내에 포함된 아이돌 굿즈와 최애 아이돌의 성적입니다. 소속사는 음반 제작 시 포토카드, 포스터를 덤으로 주는데요. 이제는 굿즈를 가지기 위해 음반을 구매합니다. 주객전도지요. 물론 앨범 구성에는 일종의 화보집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물 음반을 소장하고자 하는 팬도 상당하지만, CD로 음악을 듣는 팬은 적습니다.

실제 조사 결과를 살펴볼까요.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2년간 유료 K-POP 팬덤 활동 경험이 있는 만 14세 이상 소비자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52.7%가 굿즈 수집을 목적으로 음반을 구매한 적이 있고 CD로 음악 감상을 하는 소비자는 5.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음반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94명 중 동일 음반을 가장 많이 구매한 경우는 90개에 이르기도 하는데요. 이유는 랜덤 굿즈입니다. 음반을 사면 굿즈를 다 주는 게 아니라 무작위로 멤버의 포토카드를 증정하죠. 원하는 멤버가 나오지 않으면 음반을 또 다시 구매하는 겁니다. 동일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앨범 128개는 한 개당 평균 7.8개의 굿즈를 가지고 있죠.

다른 원인은 최애 아이돌의 성적입니다. 흔히 K-POP 시장 내 아이돌이 얼마나 흥했는지를 보는 평가 요인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스트리밍 앱 내 순위고요. 또 다른 하나는 앨범 판매량입니다. 한터차트, 써클차트(구 가온차트) 등에서 집계하죠. 발매 후 1주일 동안 판매한 물량을 일컫는 ‘초동’은 아이돌의 성적을 판별하는 데 주요한 지표로 사용됩니다. 아이돌에게 애정이 있는 팬 입장에서는 음반을 계속해 사들이죠.

이에 더해 팬사인회, 영상통화 이벤트 등 아이돌과 팬을 만나는 이벤트도 주요한 원인입니다. 대개 팬사인회나 영상통화 이벤트를 응모하기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사나 음반 유통사의 온오프라인 판매처에서 이벤트 응모 목적으로 음반을 구매해야 하는데요. 팬덤 내에서는 많이 살수록 당첨확률이 높다는 통설이 있다보니, 이벤트에 응모하는 팬들은 듣지도 않을 음반을 대량 구매합니다.

문제는 이런 목적에 따라 앨범을 구매하다보니 본품인 CD와 화보집은 버려지기 일쑤라는 겁니다. 환경 문제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겠죠.

실제로 소비자들도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동일 조사에 따르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은 67.8%에 달합니다.

실제로 행동에 나선 팬들도 있는데요. ‘케이팝포플래닛’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후위기에 대항하기 위해 케이팝 팬들이 조직했다는 이 플랫폼은 지난 2021년을 시작으로 이커머스 플랫폼과 엔터테인먼트 회사에게까지 책임감 있는 기후행동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업계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일명 친환경 앨범이라고 하는데요. 업계에서는 ‘대체앨범’이라고 부릅니다. CD가 아닌, QR코드 등을 이용해 앱에서 음원을 제공하는 앨범을 의미합니다. 대체 앨범의 구성에는 팬들이 원하는 포토카드 등이 포함돼 있고요. 즉, 앱과 대체 앨범이 한 쌍을 이루는 셈인데요.

사실 대체 앨범이 부상한 것은 얼마 안된 이야기입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음반 판매 차트 때문입니다. 기존 대체 앨범은 음반 판매 수량으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부터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주요 음악차트인 써클차트 운영사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지난해 7월 친환경 음반 제작 기준을 마련하고 음악 차트에 반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대체 앨범이 빠르게 부상하기 시작했죠.

그렇다면 어떤 회사가 대체 앨범 제작에 나서고 있을까요? 대표적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메이크스타가 있습니다.

메이크스타는 전세계 235개국에서 팬들이 방문하고 181개국에서 음반, 굿즈 등을 구매합니다. 사실상 전세계에서 메이크스타를 방문하는 셈이죠. 회원수는 200만명에 이릅니다.

원래 메이크스타는 크라우드 펀딩 이벤트를 주로 기획한 플랫폼입니다. 실제로 팬들 사이에서 메이크스타는 온오프라인 팬 이벤트로 유명한 플랫폼인데요.

크라우드 펀딩이란 팬미팅, 앨범 제작, 콘서트, 굿즈 제작 등에 대한 수요를 조사한 후, 이벤트를 진행하는 방식인데요. 중소 엔터테인먼트사 경우, 이벤트에 대한 수요를 예상할 수 없어 난처하던 참에 새로운 파트너가 등장한 거죠. 또 프로젝트 기간 안에 수요 예측에 참여하면 여러 가지 혜택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해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밋앤콜(Meet&Call)’이라고 부르는 온오프라인 통합 이벤트가 유명합니다. 또 메이크스타는 플랫폼 내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는 커머스 사업도 운영합니다.

재밌는 점은 이벤트를 주로 하던 이 회사가 지난해 6월부터 대체앨범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환경에 대한 의식이 있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CD 앨범을 대체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던 시기에서 대체앨범이라는 선택지가 새롭게 생겼고요. 소속사 입장에서는 앨범 기획, 디자인, 제작을 맡는 기업이 생기다보니 공이 줄어들었죠. 즉 소속사의 부담은 줄었는데, 팬들이 누릴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늘어난 셈입니다.

포카앨범은 음원, 사진, 영상 등 아티스트와 관련된 콘텐츠를 앱 하나에 통합, 업데이트합니다. 팬들은 NFC/QR코드를 이용해 모바일 기기에서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죠. NFC나 QR코드 등은 보편화된 기술이다보니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데요. 전세계 다양한 팬들이 구매하는 만큼, 앱 언어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5가지로 제공됩니다.

‘YENA’의 첫번째 싱글 앨범 ‘LOVE WAR’ 포카앨범 구성품

구성을 살펴보면 기존 앨범과 비교했을 때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위에화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YENA’의 첫번째 싱글 앨범 ‘LOVE WAR’을 포카앨범으로 구매해 앱에서 확인해보면, 뮤직비디오 티저 2가지와 뮤직비디오와 앨범 내 있는 화보를 볼 수 있고요. 포카앨범 한정 영상과 사진도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앨범을 구매하는 팬들의 니즈는 여전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포카앨범은 전반적인 콘텐츠를 전부 디지털화한 반면, 포토카드는 여전히 실물로 제공하는데요. 팬들이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해 앨범을 구매한다는 점을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실물 포토카드도, 포카앨범 한정 사진도 함께 제공해 실물 포토카드와 디지털 포토카드 두 가지를 모두 쥘 수 있는 거죠.

환경적인 측면도 분명히 고려했습니다. 기존 앨범과 비교했을 때 대체앨범은 부피나 무게 측면에서 90% 정도 줄어들었고요. 이에 따라 포장 등에 사용하는 부자재도 상당 수 감소했습니다. 메이크스타 관계자는 “올 상반기 내 친환경 지류와 콩잉크 등을 이용해 완전히 친환경적인 앨범을 제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포카앨범은 내부 IT조직 인력을 바탕으로 제작된 플랫폼이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아직 제작사 단계에 머물러있는 회사가 많거든요.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메이크스타는 엔터테인먼트 관계사 중 IT조직이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인데요. 현재 조직 내 인원은 30명 가량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메이크스타는 자체 커머스 플랫폼도 마련돼있으니 글로벌 판매도 가능하죠. 물론 기존 앨범과 같이 타 음반 유통사에도 구매가 가능합니다.

대체앨범하면 하이브 자회사 위버스컴퍼니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위버스컴퍼니는 지난해 5월 ‘위버스 앨범’ 앱을 출시했습니다. 이 또한 포카앨범과 비슷한데요. 앱에서 QR코드를 인식하면, 앱 내에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요. 포토카드도 포함돼있습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은 첫 솔로앨범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를 위버스 앨범으로만 발매했는데요. 이는 박스 형태로 제작했습니다.

위버스샵 내 제이홉 앨범 판매페이지 갈무리

최근 컴백한 세븐틴 유닛그룹 부석순도 편지형태의 위버스 앨범을 발매했죠.

아직 대체앨범 시장은 초기 단계인지라 각 대체앨범마다 큰 차별점이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 각기 코드와 앱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상황이죠. 현재 대채앨범 시장 내 주요 주자로는 위버스(위버스 앨범), 메이크스타(포카 앨범), 미니레코드(플랫폼앨범), 네모즈랩(네모 앨범) 등이 있는데요. 업계에서는 누가 더 소비자에게 친환경적인 면을 내세울 수 있을지, 그리고 앱 내 콘텐츠를 얼마나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으로 풀이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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