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용량·충전 속도 높인다는 ‘실리콘 음극재’…상용화까지는 산 넘어 산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용량과 충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실리콘 음극재 도입을 고려하고 있지만, 상용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팽창에 따른 폭발 문제 등 기술적 한계가 여전한 데다 가격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7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배터리 업계는 실리콘 음극재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너지 용량과 충전 속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재 팽창과 가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아직 상용화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음극재는 배터리 내에서 전자 저장고와 같은 역할을 한다. 배터리는 방전 시 음극에 있던 전자가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 이 에너지로 전력을 만드는 원리다. 그간 음극재 소재로는 흑연이 주로 사용됐지만, 실리콘을 쓰면 같은 부피에 더 많은 전자를 가둘 수 있다. 저장고 용량이 더 큰 셈이라 흑연의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실리콘 음극재는 충전할 때 크게 팽창한다. 흑연 음극재는 10% 정도만 팽창하지만, 기존 실리콘 음극재는 300%까지 부피가 늘어난다. 배터리 음극재가 팽창하면 내부에 균열이 발생하고, 이는 결함으로 이어져 화재나 폭발을 유발할 수 있다.

배터리 업계는 실리콘 음극재 팽창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현재 가장 많이 도입된 방식은 실리콘을 미세하게 쪼개 가루(파우더)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같은 양의 소재라도 입자가 작으면 작을수록 표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에 에너지 용량은 높아지고, 부피 팽창의 영향은 덜 받는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파나소닉 등 기업에 실리콘 분말이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파우더 형태의 실리콘 소재도 팽창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는 없다. 이에 업계에서는 실리콘 덩어리를 탄소층이나 탄소나노튜브(CNT) 등으로 감싸 팽창 문제를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탄소층이나 탄소나노튜브는 전기가 통하는 소재다. 이 탄소막으로 실리콘 입자를 감싸주면 내부 실리콘에 일부 손상이 생기더라도 탄소막이 형태를 보존해주는 데다 전도성을 가지고 있어, 큰 균열 없이 이를 보완해줄 수 있다.

단, 업계가 난색을 내비치는 건 가격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싼 소재에 비싼 기술을 도입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실리콘의 가격 자체가 흑연에 비해 비싼데, 탄소층을 만드는 기술도 난이도가 있어 전체적인 소재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최근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가 생태계 확대를 위해 원가 절감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쟁력이 낮다는 의미다.

테슬라가 고려하는 방식이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 테슬라는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무와 같은 폴리머를 실리콘 겉에 코팅하는 방식을 적용을 계획하고 있다. 마치 알약의 캡슐처럼 폴리머 막이 내부를 보호하는 형태다. 하이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는 향후 탄력과 전기 전도도가 높은 폴리머로 실리콘을 코팅하고, 추가로 팽창 문제에 견딜 수 있는 바인더를 적용한 음극재를 사용할 예정이다.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하면 적어도 가격은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튜브보다 폴리머 소재의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단, 아직 기술 개발 중이기 때문에 상황은 지켜봐야 한다. 배터리 시장 전문가는 “폴리머 소재를 감싸는 방식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업체가 아직 없다”면서 “성공 가능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실리콘 파우더와 탄소층으로 실리콘 입자를 감싸는 형태 등 다양한 음극재 기술 개발을 지속할 예정이다. 국내 소재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파우더 방식의 미세화, CNT 적용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소량을 시범 생산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제대로 된 상용화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싶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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