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팹리스’ 사업부 물적분할…순수 파운드리로 새출발
국내 반도체 생산업체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사업(팹리스)을 자회사로 분사하기로 했다. 분할 기준일은 올해 5월2일이며, 팹리스 자회사명은 ‘DB팹리스(가칭)’이 될 예정이다.
DB하이텍은 7일 이사회에서 팹리스 사업을 담당하던 브랜드사업부를 분사하는 안건을 부의하기로 했다. 위탁생산과 설계를 동시에 담당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고객과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하고, 파운드리 고객사를 원활하게 유치하기 위함이다.
팹리스 기업은 반도체 생산 시 종합반도체기업(IDM)보다는 순수 파운드리 기업을 선호한다. IDM은 설계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 기술 유출의 위험이 상존하지만, 파운드리는 순수 생산만 진행하기 때문이다.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한 순수 파운드리는 세계 반도체 생산업체의 전략 방향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DB하이텍은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설법인을 100% 자회사로 두면 분사로 인한 매출 감소가 발생하지 않으며, 중장기적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DB하이텍은 지난 2022년 9월 한 차례 브랜드사업부 분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일반주주보호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분사 추진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검토를 중단했다. 이후 같은해 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공포되면서 DB하이텍은 보호 정책이 마련됐다고 판단해, 분사를 추진했다.
분사된 DB팹리스는 부가가치가 높은 OLED 구동칩, 미니 LED TV 구동칩 등 고성능 반도체시장 진출을 노릴 계획이다. 이제까지는 고객의 기술유출을 비롯한 이해충돌 문제로 범용제품인 LCD 중심의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분야에만 국한돼 사업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분사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기석 DB하이텍 사장은 “글로벌 파운드리의 전략방향에 맞춰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을 분해 각각의 전문성을 한층 높이겠다”며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안건은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며, 분사에 반대하는 주주는 30일부터 20일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