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AI 대전 출사표 낸 한컴…마이크로소프트365 이기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생성 인공지능(AI) 대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토종 기업인 한글과컴퓨터의 계획에도 관심이 쏠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오피스 소프트웨어(SW)에 챗GPT 등을 붙이고 자세한 시연 사례를 공개하자, 한컴도 부랴부랴 챗GPT 적용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후발주자가 된 데다 자체 기술이 아닌 GPT 기술을 끌어 쓴다는 점은 신선함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중순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6일(현지시간) 온라인 행사를 통해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짧은 시연 영상에 불과했지만 워드와 엑셀, 파워포인트, 팀즈 등 포함된 앱에 모두 생성AI가 붙은 모습은 ‘일하는 방식의 대변화’라는 평가가 나왔다. 자연스레 국내에서 대표적인 경쟁자로 꼽히는 한컴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 상황.

한컴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의 관심을 끌자 적잖은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한컴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발표 약 일주일 뒤인 23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인 ‘한컴독스’에 챗GPT를 붙인다고 밝혔다.

한컴은 지난 1월부터 생성AI 적용을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출시 계획은 다소 밋밋하다. 마이크로소프트365가 제품군 전반에 생성AI를 붙인 것과 달리 한컴은 한컴독스에 포함된 SW 중 한글에만 먼저 챗GPT를 붙여 올해 내로 출시하기로 했을 뿐 한셀, 한쇼, 한워드 등 다른 앱의 생성AI 적용 방안이나 출시 시기는 발표하지 않았다.

한컴의 고민…차별화 어떻게?

한컴독스 구독료 현황. AI 버전은 이보다 더 비싸질 가능성이 크다. (출처=한컴독스 홈페이지 캡처)

챗GPT를 제한 없이 사용하려면 토큰 비용을 내야한다. 특히 오픈AI가 새로 내놓은 ‘GPT-4’는 1000 프롬프트 토큰 당 0.03달러(약 39.3원)를 과금한다. 얼마 안 되는 비용 같지만 수십만명의 유저가 이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한컴독스 구독료는 월 기준으로 개인용은 6900원이고 기업용은 1만900원을 받는다. 한컴은 현재 기존 한컴독스와 별개로 ‘한컴독스 AI’를 내놓는 방식으로 별도의 요금제 상품을 고려하고 있다.

한컴 측은 “현재 구체적인 가격 정책을 세우는 중”이라고 밝혔지만 토큰 비용을 고려하면 AI 버전은 더 비싸게 발매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한컴 제품을 쓰지 않던 사용자를 끌어들이려면 반드시 한컴만의 매력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차별화다. 기업용(마이크로소프트)과 공공용(한컴)으로 메인 시장은 다소 다르지만, 두 회사의 오피스SW는 일종의 대체재나 마찬가지다. 반드시 워드를 쓰지 않아도 되는 기업이라거나, 공공과 일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 한쪽의 성능이 월등하면 반대편 SW로 옮겨 탈 수 있다.

한컴이 이제까지 밝힌 정보로 구체적인 AI 적용 방안을 점쳐볼 수 있다. 우선 한글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워드에 붙이기로 한 것처럼 챗GPT를 활용해 문서 작성을 보다 빠르고 쉽게 만들어내는 방식이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짧은 명령글과 함께 데이터 파일을 넣으면 풍성한 내용의 초안을 만들어준다고 소개한 바 있다. 토종 기업 한컴은 파인튜닝을 통해 한글 입력에 더 특화할 수 있다. 도움말 챗봇 성격의 ‘오피스 챗봇’을 제공하고 있는 한컴은 챗GPT를 물려 단순한 사용법 뿐 아니라 문서 작성에 필요한 정보 검색 형태로 챗봇을 고도화할 수도 있다.

광학문자판독(OCR) 기술도 열쇠다. 한컴은 한글에 챗GPT를 비롯해 자체 개발한 AI 기반의 OCR 기술을 붙인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한컴이 자체 개발한 OCR기술은 영어문서도 99.69% 수준까지 정확하게 인식한다. 다운로드 상품인 한컴오피스엔 이미 ‘한 OCR’을 적용해 이미지 속 텍스트를 분석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구독형인 한컴독스에서도 사진으로 찍은 워드 문서를 한글로 쉽게 옮겨오는 등 OCR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 예상된다.

한컴은 또 대만의 글로벌 SaaS기업 케이단(KDAN Mobile)의 PDF AI 솔루션도 적용한다고 밝혔다. 케이단의 PDF 관련 SW 개발키트(SDK)는 파일 가져오기, 형식변환, 편집, 서명, 암호화 문서 해독을 포함한 주요 PDF 기능을 제공한다. 이는 뷰어 SW인 한쇼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지원사업 풍경 바뀌나

챗GPT를 본격 적용하게, 되면 정부·공공기관 대다수가 사용하는 SW이니만큼 공무원들의 업무 형식도 바뀔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확률은 크지 않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은 구독료 기반보다 패키지(다운로드) 제품인 한컴오피스를 주로 쓴다. 월이나 연 기반으로 돈을 내는 구독형보다 한번에 비용을 지출하는 패키지 형태가 예산을 잡기 쉬워서다. AI가 붙을 한컴독스는 SaaS라 오히려 대관 업무가 많은 일반 사용자에게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부지원사업 풍토가 바뀔 수 있다. 정부사업 서류는 모두 HWP로 제출해야 한다. 공공사업 입찰을 하는 한 업체 관계자 조모씨는 “서류를 챗GPT가 만들어주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청서부터 기획안, 지출계획서, 결과보고서 등 정부지원사업은 ‘서류의 홍수’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자료를 요구한다.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함이지만 그만큼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소이기도 했다. 한컴독스에 제대로 챗GPT가 붙으면 정부사업지원과 관련한 서류를 더 빨리 꾸밀 수 있고, 이에 따라 서류 작성에 어려움을 겪던 이들도 더 많이 지원하게 돼 경쟁률 상승을 이끌 수도 있다.

한컴은 출시 일정을 연내로 밝혔지만 SW 업계의 관행에 비춰보면 사실상 미정이나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365 코파일럿의 공식 출시 버전이 한컴독스의 방향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로소프트365의 자세한 라이선스 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후발주자인 한컴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을 확인한 이후에야 구체적인 가격 정책과 차별화한 기능을 설계할 가능성도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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