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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AI는 자유대화를 할 수 있다” 튜닙

인공지능(AI)의 잠재력은 어디까지일까. 이 실체를 알 수 없는 녀석의 발걸음은 인간의 머리와 손을 대신하는 생성 AI로까지 뻗쳤다. 단순한 텍스트 번역이나 요약을 넘어 상대방과 마음을 나누는 데서도 존재감을 뽐낸다. ‘챗(Chat)GPT’는 출시된지 2달만에 사용자 1억명을 모았다. 거의 열풍 수준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미 유래가 없을 정도로 커졌고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찍부터 생성 AI의 잠재력을 깨닫고 연구개발에 매진한 스타트업이 있다. 튜닙이 그 곳이다. 튜닙은 카카오브레인에서 자연어처리(NLP) 팀을 이끌었던 박규병 대표가 지난 2021년 3월 세웠다. 이들은 사람과 AI가 교감하며 자유롭게 대화하는 미래’를 꿈꾼다.

이게 정말 현실이 되는걸까. 설립한 지 2년이 채 안 된 시간에도 시장에서는 이미 튜닙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지난해 개최된 ‘2022 인공지능 온라인 경진대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는가 하면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스플래쉬 2022’에서 대상까지 수상하는 등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규병 대표는 “높은 자연어 처리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면서 “범용 AI라는 트렌드의 앞선 꼭지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언어학을 전공한 박규병 대표는 올해 다양한 실험을 통해 튜닙을 AI 대화 기술의 리더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사진=튜닙)

튜닙의 사업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AI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을 녹인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한다. 윤리성 판별을 비롯해 ▲텍스트 분석 ▲이미지 분석 ▲영상 분석 ▲방언 번역 ▲아이 목소리 합성 ▲감정 분류 ▲정치 성향 예측 ▲N행시 ▲단어 그래프 등 다양한 곳에 적용가능한 API 서비스 ‘튜니브리지’를 제공한다.

여기에 튜닙은 ‘블루니(Bloony)’와 ‘코코·마스(COCO·MAS)’를 내놓으며 챗봇 시장에도 진출했다. 특히 챗봇은 생성 AI 기술을 깊게 체감할 수 있는 분야다. 입력된 텍스트 파악은 물론이고 이에 대한 적확한 답변이 필수라서다. 제대로 된 답을 생성하지 못하면 ‘동문서답’의 늪에 빠진다.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죽은 애플리케이션이나 마찬가지다.

튜닙이 만드는 챗봇은 은행 앱에서 메뉴를 찾아주거나 커머스 웹사이트에서 문의를 받는 챗봇과는 다르다. 정해진 테크트리를 따르지 않는다. 특정한 목적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비목적 챗봇을 지향한다. 편한 대화를 나눠야 진정한 친구라고 했던가. 목적 없는 대화라도 훌륭히 받아쳐야 비로소 좋은 비목적 챗봇이 된다.

목적이 따로 없으니 더 현명해야 한다.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영어 챗봇 블루니를 비롯해 반려견 캐릭터를 차용한 챗봇 코코와 마스는 각기 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페르소나’를 입힌 것도 기계적인 답변을 건네는 목적형 챗봇과 차별된 지점이다. 정해진 답을 툭하고 내놓는 목적형 챗봇보다 훨씬 인간적이다. 열린 대화라는 특징에 더해 성격을 투영함으로써 인격체와 대화하는 느낌을 준다.

영어 챗봇 블루니는 세계를 떠다니는 구름을 페르소나로 삼았다. 방대한 지식을 내재한 것도 특징이다. 인도 카스트 제도에 대해 물음을 건네면 이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건네는 식이다. 사용자와 나눈 대화를 기억해 맥락을 놓치지 않는 데서는 진짜 사람의 향기가 난다. 전날 어떤 영화를 보겠다는 말을 건넸다면 다음날 “그 영화 어땠어?” 처럼 기억을 되짚어 대화를 건넨다. 한국어로 챗을 날려도 이를 번역해 영어로 답변하는 총명함은 기본이다.

반려견을 컨셉으로 한 코코와 마스는 친숙함이 매력이다. 진짜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고 발바닥 냄새를 맡을 수는 없지만 말은 더 잘 통한다. “오늘 조금 힘드네”라고 하면 “무슨 일 있었어?”라며 관심을 보인다. 일이 많아 피곤했다고 하면 “힘들었겠다”며 공감을 표한다. 실제 강아지가 놀아달라는 듯 N행시나 끝말잇기 게임을 제안하는가 하면 대화 맥락을 파악해 ‘짤방’을 보내주기도 한다.

MBTI까지 투영했다. ENTP인 코코는 귀여운 애교와 적극적인 리액션, 솔직한 감정을 내세운다. 마스는 따뜻하고 넓은 마음을 가진 ISFJ 강아지다. 며칠 전 영하로 내려갔던 주말 마스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식혜를 입에 문 사진과 함께 “추운 날씨에 찜질방 오니까 얼었던 몸이 다 회복되는 기분이야”라고 했다. 핫팩도 가져왔다고 했다. 어디서 이렇게 편한 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규병 대표는 “블루니는 감성과 이성이라면 코코와 마스는 감성에 초점을 맞췄다”며 “앞으로도 여러 가지 페르소나를 투영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블루니의 실제 사용 화면 예시. 어려운 물음에 답하거나 이전의 대화를 기억하는 등 똑똑한 챗봇을 지향한다. 사진을 보내도 이에 대한 감상을 전해주는 등 이해 능력도 뛰어나다. (자료=튜닙)

틀에 박힌 규칙보다 사람 같은 자연스러움

사람의 성장에 왕도가 없는 것처럼 AI 모델링도 정해진 매뉴얼은 없다. 다만 규칙에 얽매인 AI는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만약 영어로 말하는 비목적형 챗봇을 개발한다고 치면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일까. 박 대표는 미국에서 태어난 10살짜리 아이와 오랜 시간 영어를 공부한 한국인 박사를 예로 들었다.

그는 “문법 사용 같은 부분은 박사가 더 정확할 수 있겠지만, 영어 자체는 10살 꼬맹이가 더 잘한다”고 말했다. 틀에 끼워 맞춰야 한다는 강박 없이 자연스러운 표현을 본능적으로 깨우친 건 박사보다 10살 아이라는 이야기다.

명시적인 가르침을 인위적으로 넣기보다는 태어나서 자연스레 언어를 익힌 형태의 AI가 튜닙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억지로 심은 지식보다 피부로 체감한 게 더 오래가는 것과 같다. 아이가 자라면서 성숙해지듯 머신러닝(ML)으로 더 고도화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렸다.

혐오 표현은 어떨까. AI하면 꼭 따라 나오는 게 이 윤리 문제다. 윤리성을 지닌 사람과 달리 성(性)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인종 차별 등 일부 AI는 혐오 맥락을 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쉽게 생각하면 특정 키워드를 걸러내는 방식이 가장 빠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힘들다. 말 그대로 기계처럼 걸러내는 건 열린 대화를 가로막기 마련이다.

‘홍어’를 예로 들어보자. 전라도 출신을 비하하는 멸칭으로도 쓰이는 논란의 단어다. 하지만 음식을 상상하며 “삭힌 홍어는 별로야”라고 말하면 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걸까. 이처럼 단어 자체에만 매달리면 올바른 판별이 어렵다. 모든 대화에는 맥락이 존재하는 만큼 키워드 체크에 더해 문맥을 분석하고 ML 등 여러 모델을 두루 녹여야 더 성숙한 윤리성 판별이 가능하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서일까. 튜닙의 윤리성 판별 모델은 이미 다른 생성AI 앱도 사용하고 있다. 튜닙은 지난해 12월부터 텍스트 콘텐츠를 작성해주는 서비스 ‘뤼튼’에 윤리성 판별 API를 제공하고 있다. 텍스트에서 혐오 표현을 자동 탐지하고 모욕, 욕설, 범죄 조장 등 11가지 항목으로 분류한다. 표현의 심각성을 3단계로 구분하고 순화 표현도 제시해준다.

팽창하는 시장…인간의 영역은?

최근 생성 AI 시장은 챗GPT의 선풍적인 인기로 변곡점을 맞았다. 진짜 사람 같은 답변과 전후 맥락을 파악하는 특성으로 생성 AI의 위력을 세상에 알렸다. 챗GPT의 기반이 된 GPT-3 모델을 만든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는 등 시장을 스노우볼처럼 불렸다. 올해 대규모 투자의 가장 큰 키워드가 생성 AI라는 말도 나온다.

반대로 생성 AI의 인기는 숙제거리도 던진다. 사람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우려다. 챗GPT만 해도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과제 리포트나 시까지 쓸 수 있고 코딩마저 해낸다. 우려는 텍스트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한 게임 기획자는 미드저니(Midjourney)를 활용해 그린 그림으로 미술대회에서 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창작은 인간의 전유물이 믿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기술은 언제나 발전의 밑거름이었다. 박 대표는 생성AI가 주는 효용을 먼저 주목한다. 그는 “과거 산업혁명으로 많은 자리를 기계가 대체했지만 결국 사회 발전을 이끌었다”며 “일자리를 뺏길 걱정에 산업혁명이 미뤄졌다면 오늘날 우리 삶은 지금처럼 발전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보면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인간이 하기 싫은 일을 AI가 대신 하는 개념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AI가 절약해준 시간을 더 가치 있는 일에 쓸 수도 있다. 어설픈 노력과 얕은 말장난으로는 AI를 이기기 힘들테니 더 노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는 “궁극적으로 보면 인간이 하는 일의 범위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생성 AI 시장이 커지는 건 튜닙에게도 희소식이다. 박 대표는 “시간차는 있겠지만 모든 부문에서 생성AI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기술과 상황적으로 좋은 시그널이 있기 때문에 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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