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콜 확 접어?” 카카오택시의 기싸움

“너네 솔직히 가맹에 콜 몰아주지?” vs “아니라니까? 자꾸 압박하면 그냥 확 카카오택시 일반호출 접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에 승객 호출(콜) 몰아주기” 의혹 관련 심의를 진행중인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콜) 중개 서비스의 폐지 검토”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공정위 심의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카드로 풀이되는데,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는 이런 논의가 독과점 논란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될 수 있다.

8일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바이라인네트워크와 전화통화를 통해 “경영진 회의에서 타입2와 타입3를 분리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다양한 옵션을 검토한 바 있으나,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타입’이란 카풀과 타다 논란을 겪으면서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9년 마련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플랫폼 택시를 ▴플랫폼 운송사업(타입 1) ▴플랫폼 가맹사업 (타입 2) ▴ 플랫폼 중개사업 (타입3)로 나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각각 타입2와 타입3에 해당하는 가맹사업(카카오블루)과 중개사업(일반호출)을 운영 중이다.

문제는, 가맹사업자가 중개사업을 공정하게 할 수 있느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는 가맹사업은 확실한 수익원인 반면, 중개사업은 비용만 들 뿐 직접적인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논란이 증폭되면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외부 위원으로 구성한 ‘모빌리티 투명성위원회’를 통해 공정성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택시업계는 입장이 갈리는데, 서울개인택시평의회 측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편파적인 콜 배정으로 일반 택시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정위는 현재 심의 중에 있으나 카카오가 콜 몰아주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정말 중개 서비스를 접을까?

카카오모빌리티 경영진이 논의한 옵션에는 중개 서비스 폐지까지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정말로 중개 사업을 접을까? 가능성은 반반이다.

일단, 유지할 가능성을 보자. 카카오모빌리티가 갖는 힘의 원천은 역시 3100만명이라는 압도적 이용자 수에서 나온다. 만약, 카카오모빌리티가 중개 서비스를 접고 가맹 사업만 한다면, 가맹 택시 확대라는 이점은 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경쟁자인 우티나 타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반대로 지금 카카오가 갖고 있는 압도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일반호출(중개사업)을 접는 것이 빠르게 가맹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중개사업을 접게 되면 카카오는 모두 가맹이나 직영으로만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게 된다. 이 경우 카카오택시로부터 전혀 콜을 받지 못하는 택시는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가맹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가맹 전환 가속화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성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다수 시민의 휴대폰에 카카오T 앱이 깔려 있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요금 인상으로 손님 태우기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택시 사업자들의 가맹 합류가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또 하나의 옵션. 가맹 택시를 접는다는 시나리오는 현실화 가능성이 적다. 가맹택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몇 안되는 수익 사업 중 하나다. 지난 2021년 카카오모빌리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가맹운송사업자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의 매출은 420억원, 영업익은 98억원이다. 같은 기간 카카오모빌리티 전체의 매출은 총 5464억원이고, 영업이익은 125억원이다. 영업익의 상당부분이 가맹 사업에서 나왔다는 걸 알 수 있다.

마지막 선택지는 현행 유지다. 가맹과 중개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것이다. 공정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카카오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소송이 진행 되는 과정에 그대로 사업을 지속하는 방안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정치권과 산업계로부터 지속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최근 카카오는 그룹 차원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쟁이 있고, 상생을 화두로 내세운 바 있다. 카카오 경영진 입장에서 모빌리티에서 촉발한 논쟁과 갈등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산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 사태를 어떻게 보나?

양측의 갈등을 택시 산업계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사는 무조건 좋을까? 일단, 카카오모빌리티가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면서 생긴 자리를 경쟁사들이 가져갈 확률은 당연히 있다. 후발주자가 볼륨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러나 이들 역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도 따라온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중개사업과 가맹사업 중 하나만 선택하게 되면 다른 사업자 역시 논란을 우려, 하나의 사업만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플랫폼 택시가 이용자 수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며 성장해가는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카카오모빌리티라는 공룡 경쟁자의 후퇴가 무조건 반가운 일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공정위의 문제제기가 핵심을 잘못 짚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돈을 내고 콜을 받는 가맹 택시 입장에서는 돈을 안 내고 무료 중개 서비스를 쓰는 일반 택시 사업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 걸 불공정하게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맹 사업을 하고 있는 한 택시 회사 대표는 “비가맹과 가맹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라면서 “택시 기사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으로 짜놓은 호출 알고리즘에 비가맹과 가맹 간 차별 논리를 끼워넣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2차 심의를 열고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제재 수위를 정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지배력을 감안, 호출을 제한하는 시정명령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이용자 편의 등을 감안,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을 내리는 수준에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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