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흑연 음극재 강화하는 포스코케미칼, 중국 소재 의존도 낮출까
40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한 포스코케미칼이 이번에 모집한 자금을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증설에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인조흑연 음극재를 생산하는 기업은 포스코케미칼이 유일한 가운데 시장 점유율을 늘릴 기회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배터리사는 관련 시장 확대로 중국 소재 의존도를 낮출 가능성도 높아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글로벌 음극재 시장에서 인조흑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83%에 달한다. 여전히 중국 기업이 시장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해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제정하면서 배터리 업체는 중국산 소재 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포스코케미칼 입장에서는 시장을 확대할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국내에서 인조흑연 음극재를 공급하는 업체는 포스코케미칼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번에 모집한 자금으로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투자를 단행한다. 업계는 그간 사용되던 천연흑연에 비해 인조흑연을 선호한다. 천연흑연에 비해 결정구조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음극재로 사용할 시 배터리 내부에 가스가 생겨 팽창하는 ‘스웰링 현상’이 덜 발생한다. 리튬이온 이동성이 높아 급속충전에 유리하다는 강점도 있다.
양극재 공급도 늘린다. 포스코케미칼은 ▲에코프로비엠 ▲엘엔에프 ▲코스모신소재 등 기업과 함께 국내 주요 배터리 3사에 양극재를 공급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의 성장으로 양극재 공급업체는 소재 생산량 늘리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포스코케미칼이 인조흑연 생산에 뛰어들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배터리 업체는 중국과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포스코케미칼은 앞서 2021년 12월 연간 8000톤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1단계 공장을 준공하면서 해당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2022년 12월에는 미국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와 9393억원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어서 2024년 하반기에는 생산량을 늘려 총 1만8000톤의 인조흑연 생산체제를 구축하기로 하며 인조흑연 시장 강화에 팔을 걷어 붙였다.
포스코케미칼은 제철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콜타르(석탄을 열분해하면서 발생하는 부산물)를 가공해 만든 침상코크스(제철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소재)를 원료로 인조흑연을 만든다. 침상코크스는 자회사 포스코MC머티리얼즈로부터 공급받는다. 부산물을 음극재로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선순환을 이뤘다는 평가다.
포스코케미칼 측은 “국내에서는 인조흑연 음극재를 유일하게 하는 곳”이라며 “공급을 시작한 지는 얼마 안됐으나, 지속해서 판매량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인조흑연 외에도 실리콘 음극재에도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당장은 실리콘 음극재의 팽창 문제로 상용화하기 어렵지만, 소재의 강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지속해서 기술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지금은 기술 한계로 소수에만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리콘 음극재는 충·방전 속도나 에너지 용량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팽창 문제만 해결된다면 산업 확장성이 큰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ESG 채권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사회책임투자와 관련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된다. 포스코케미칼은 최근 ESG 채권 수요예측 진행 결과 높은 신용등급(AA-)과 성장 가능성에 힘입어 1조55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고 밝혔다. 포스코케미칼은 흥행에 힘입어 채권 발행 규모를 4000억원까지 확대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