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재차 난관에 부딪혔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쓰는 돈만큼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금이 반도체 제조업체가 아닌 설계업체(팹리스)로 대부분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돈이 몰리는 팹리스 상황이 좋지는 않다. 그럼에도 투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른바 생존을 위한 투자다. 미국 제재 속 반도체 수요를 충당하는 등 부품 공급망 자립을 위해 투자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는 관측이다.

25일 닛케이아시아는 중국 컨설팅 업체 아이리서치(iResearch)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금 대부분이 반도체 팹리스로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아이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2022년 5월까지 자국 내 반도체 스타트업 865곳에 자금을 지원했는데, 그 중 투자금과 대출금의 64.2%는 제조업체가 아닌 팹리스에 투입됐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뒤이어 해당 자료를 인용해 “중국의 많은 반도체 자금 투자가 정작 중요한 생산에는 덜 투입되고 있다”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반도체 자립화, 일명 ‘반도체 굴기’ 전망이 어둡다는 전망은 지난 2021년부터 나오던 것이다. 미국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에 7나노 미만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꼭 필요한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납품하지 말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는 세계에서 ASML이 유일하다.

이후에도 반도체 굴기에 대한 논란은 지속됐다. 지난 해 8월에는 중국이 2014년 조성한 3000억위안(약 54조6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부정부패가 일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서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정 지출이 증가해 재원이 부족한데, 중국 반도체 보조금을 둘렀나 부정부패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이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반도체 산업 보조금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가 중국 내부에서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 반도체 투자가 팹리스에 치중됐다 하지만, 팹리스 경쟁력도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수준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팹리스 시장점유율 1, 2위 국가는 미국과 대만으로 각각 68%, 21%를 기록했다. 중국은 9%의 시장점유율만을 차지했다. 다시 말해, 반도체 생산뿐만 아니라 팹리스도 큰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미국의 중국 제재, 그 중에서도 인력 이탈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종사하던 미국 기술 인력이 제재와 제로 코로나 여파로 본국으로 돌아가는 리쇼어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중국 내에서는 반도체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중국 제재는 장비 수출뿐만 아니라 기술 인력 철수를 야기했다”며 “중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반도체 기술 개발 연혁이 길지 않기 때문에 다른 국가로부터 인력을 대거 유입해 왔었는데, 그 인력이 빠져나가 어려움을 겪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계속해서 반도체 굴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IT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반도체가 필요한데, 미국 제재로 원활한 부품 공급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생존을 위해서는 자립을 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미혜 선임연구원은 “중국 내에서도 가전을 비롯한 기술 전반이 고도화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여전히 반도체 수요가 높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반도체 관련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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