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주식 시장에 드리운 한파도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2022년 상장을 철회한 기업의 수는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을 것이라 추정하죠.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새롭게 기업공개(IPO)를 도전하기에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IPO 도전장을 내밀고, 심지어 긍정적인 수요예측 결과를 이끌어 낸 기업도 있습니다. 1월 말 코스닥 시장 입성 예정인 미래반도체가 그 중 하나입니다. 미래반도체는 지난 10~11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습니다. 기관 수요예측에는 1666개의 기업이 뛰어들었는데요, 경쟁률 1576.56:1을 기록했습니다. 공모가는 제시했던 희망 밴드(5300~6000원) 상단인 6000원으로 정해졌고요.

이렇게 되면 모집가액 6000원, 증권수량 360만주로 모집매출 총액은 216억원이 됩니다. 물론 아쉽다는 이야기도 나오긴 합니다. 시장 상황이 좋을 시 더 높은 공모가를 기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거든요. 그럼에도 미래반도체가 현 상황에서 IPO를 추진한 이유, 게다가 이 어려운 시기에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래반도체 본사(출처: 미래반도체)

삼성전자 대리점으로 시작된 미래반도체

우선 미래반도체가 어떤 곳인지부터 알아 봐야겠습니다. 미래반도체는 전자부품 판매와 수출입을 담당하는 국내 유통업체입니다. 반도체, 그 중에서도 메모리 A/S와 유통 사업에 주력하고 있죠. 미래반도체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 중 메모리에서 발생하는 비중이 68.7%가 됩니다. 시스템반도체 부문 매출은 터치 컨트롤러 IC나 이미지센서, 전력반도체(PMIC) 등에서 30.1% 정도 발생하고 있고요.

미래반도체가 주로 유통하는 제품 대부분은 삼성전자가 생산하고 있는 부품입니다. 아무래도 삼성전자와 미래반도체의 연이 꽤 깊거든요. 미래반도체는 삼성전자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가 모여 설립한 업체입니다. 1996년 1월 4일 설립과 동시에 미래반도체는 삼성전자 반도체 대리점으로 등록돼 지금까지 거래를 이어오고 있죠.

미래반도체는 삼성전자의 공급망 관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습니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가동됩니다. 잠시라도 가동을 멈추면 웨이퍼 손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웨이퍼 공정은 화학반응을 기반으로 진행되는데요,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공정이 가해지지 않으면 금방 손상되고 맙니다. 손상된 웨이퍼는 폐기해야 하고요. 결국 어떻게 해서든 반도체는 계속 만들어야 하는 건데, 이는 곧 생산량을 즉각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미래반도체는 삼성전자에서 생산한 부품을 확보한 후, 수요처에 맞게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반도체 수요처가 늘어나다 보니 공급 라인 관리의 복잡성도 높아지고 있죠. 결국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공급업체는 유통 파트너사를 두는 것이 부품 재고 관리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처음 시작은 삼성전자에만 국한됐지만, 반도체 공급망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점차 미래반도체와 협업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래반도체 관계자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우리의 주요 고객사이긴 하다”면서도 “현재 해외 벤더도 유치하고 있는데, 고객사는 지속해서 늘려가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높은 부채 원인은 ‘매출 규모 확대’

고객사 확대에 힘입어 미래반도체의 실적은 재작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2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의 미래반도체 매출은 3928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 동기 2117억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85% 증가한 수치죠. 2020년과 2021년 연간 매출도 각각 2183억원, 3280억원으로 나타났는데요, 1년 새 50.25% 증가한 겁니다.

영업이익도 2021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습니다. 미래반도체는 2021년 영업이익 196억원을 달성했습니다. 2020년 영업이익 58억원을 달성했던 것에 비해 237.9%가 오른 겁니다. 2022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은 17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45.8% 증가했죠.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부채비율도 큰 폭으로 올랐다는 겁니다. 2020년 부채비율은 36.9%였는데요, 2021년에는 그 수치가 138.2%까지 높아졌습니다. 2022년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53.9%까지 상승했고요.

매출과 부채비율이 함께 올라간 이유는 유통업체의 특성 때문으로 보입니다. 제품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이 제품을 확보해 놓고 있어야 합니다. 미래반도체와 같은 부품 유통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야 판매할 수 있죠.

미래반도체는 투자설명서 공시자료에 ”신규 거래처 확보로 매출액과 매입액이 모두 증가했는데, 2021년에는 대규모 매입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사모사채 총 295원을 발행해 부채비율이 급격하게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미래반도체가 IPO를 추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앞서 언급한 미래반도체 관계자는 “매출 확대를 위해서는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기에 IPO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미래반도체는 IPO로 확보한 자금을 재고 확충에 가장 먼저 사용하고, 해외 진출과 인력 채용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투자설명서에 “고객 주문 후 바로 납품하기 위해서는 매입처로부터 재고를 선구매해서 판매해야 한다”며 “향후 증가할 물량에 대응하고 부채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운전자금을 확대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여기에 미래반도체는 해외 진출 기반 마련과 반도체 관련 학과 출신의 기술지원 인력을 충원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미래반도체의 시장 확대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하락세를 보이던 반도체, 특히 메모리 시장이 반등한다는 추측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거든요. 차세대 D램 DDR5를 지원하는 서버용 CPU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다는 전망 때문입니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원래 프로세서 시장을 주도하던 인텔의 서버용 CPU 신제품 ‘사파이어 래피즈’가 1월에 공식 출시된 것은 희소식”이라며 “본격적인 출하는 4월부터 이뤄져 이에 따른 실적 반영은 2분기 이후부터 진행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곧 DDR5의 출하량도 2분기 이후에는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어떻게 보면 삼성전자의 DDR5를 본격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시점을 앞두고 있으니, 미래반도체가 나름 좋은 시기에 IPO를 진행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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